봄철과 달리 이젠 너무 자라 거의 나무(?)가 되어버린 쑥밭
뙤약볕 아래서 쑥을 뜯고(?) 있는 아내의 모습
우리나라에선 예로부터 남자의 행동거지 몇 몇가지 경우를 두고 '팔불출'이라고 놀리듯 부르는 속설이 있었는데
게 중에서 가장 흔히 손꼽는 사례가 남자가 제 마누라 자랑하는 것과 자식 자랑하는 일이었다.
(반면 여자는 아무리 남편 자랑, 자식 자랑해도 그렇게 비하하여 부르지는 않는데 난 그 이유를 통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많이 변해서 자식에 대한 자랑은 남자들도 많이 하는 것을 듣고 보는데
여전히 아내에 대해 자랑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고,
그런 세속적인 관념이 내 머릿속에도 은연 중에 박혀 있었든지..
나 역시도 자식에 대한 자랑 특히 아내에 대한 자랑 같은 것을 남들 앞에서 잘 늘어놓지는 않는 편이고
그 것은 어쩌면 남들만큼 자랑할 것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선지 가끔 글을 쓰면서 아내에 대한 단점은 은근슬쩍 내비치면서도
제대로된 칭찬 같은 건 단, 한 차례도 했던 기억이 없다.
왜 그랬을까?
세상에 그 어떤 사람이라도 100% 단점만 있는 사람은 없을 텐데..
아흔아홉가지 그렇지 못하다해도 한가지만이라도 좋은 점을 있을 것인데 말이다.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내에게 약간은 미안한 마음에
이 글을 읽는 혹자들 중에서 일부에게는 비난(?)받은 각오를 하고 집사람의 좋은 점 한가지에 대한
글을 써볼려고 마음을 다져 먹는다.
점포 산악회에서 한 달에 한 번 산행을 갈 때 나도 늘 함께 해왔는데
이번 달에는 (여름철이면 날씨도 무덥고 해서 산행을 하기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으니)
다소 힘들고 고된 산행보다는 시원한 바닷가를 끼고 걷기도 하고 쉬면서 즐기기도 하는
트레킹 코스를 체험하기로 했고 그래선지 모르겠지만 평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했다.
매달 그렇게 산행을 떠날 때 마다 집사람이 식사용 김밥이며 간식이나 술안주 등
이것저것 먹거리들을 챙겨서 배낭 가득 넣어주곤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이젠 자연스럽게 산행 날짜가 정해지면 이번에는 무엇을 준비하나?라는
(걱정까지는 아닌) 생각을 월례 행사처럼 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몇 일 전에는 아내가 내게 말하기를..
마침 이 달에 나윤이(대구에 있는 우리 첫 손녀) 백 일도 다가오고 하니
떡을 조금 만들어서 산행가는 날 일행들과 나눠먹으면 어떻겠냐고 해서 나야 뭐 그렇게 해주면 고마운 일인데 싶어
(요즘은 백일 잔치 같은 건 안하니까 나는 사실 미처 그 생각까지는 못했었다)
집 가까운 떡집에 부탁해서 '백설기'나 한 오십개 만들면 되겠다고 했더니
뜬금없이 두어 달 전 가지고 갔던 쑥떡을 사람들이 좋아하더냐고 묻기에
(당시 처남 환갑이라고 가족들과 모여 단촐하게 식사라도 함께 하자며 대청호 주변에 있는
식당을 예약해서 모였을 때 서울서 온 처제랑 캔 쑥을 흑찰미로 떡을 만들어 산행에 가져간 일이 있었다)
무심코 흔한 '백설기'같은 종류의 떡보다는 좀 더 특별해서 그런지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라고 했더니
그러면 자기가 쉬는 날 나랑 함께 쑥을 뜯어러 가잔다.
'아니 요즘 같은 철에 왠 쑥을 뜯어?
지금쯤이면 쑥이 자랄대로 자라서 거의 나무가 될 지경인데..'
그래서 예전 시골 어른들이 '여름철엔 쑥을 뜯는다'라고 하지 않고 '낫으로 벤다'고 할 정도였는데...ㅎ
어디서 주워들은 말인지(나도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듣기는 했지만)
쑥은 봄철에 보드라운 것을 캔 것보다는 차라리 많이 자란 요즘 윗부분을 체취해서 떡을 하면
'쑥향기도 더 진하게 풍기고 맛도 좋다'라고 하면서..
그냥 성의없이 떡집에서 돈주고 만든 백설기보다는 더 낫지 않겠느냐고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이른 불볕 더위에 한낮 불타는듯한 퇴약볕아래서 어떻게 무엇을 하냐며
몇 번 만류를 했지만 괜찮다면서 기어코 자신의 뜻대로 하자고 졸라서 마지못해 그러기로 했지만
내심 걱정이 많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건..
나는 예전에 낚시를 많이 다녀봐서 햇볕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집사람이 아직 퇴약볕 무서운 줄을 몰라서 하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그래서 어제 둘 다 쉬는 수요일날 아내의 말에 따라 쑥을 뜯으러 가게 되었는데
코스도 집사람의 의견에 따라서 일단 신탄진까지 버스를 타고 가 현도교를 건너 청주쪽으로 조금 더 가다가
왼쪽 아랫길을 타고 금강둑을 따라(요즘은 4대강 종주 자전거길 금강코스가 금강하구까지 연결되어 있다)
내려가면서 깨끗한 곳에 자란 쑥들만 골라서 체취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오가 가까워지기 시작하니 서서히 땅이 달궈지면서 위에서는 뜨거운 햇살이
아래서는 후끈한 열기가 마침 찜통에 들어앉은 것처럼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집사람은 별다른 투덜거림도 없이 열심히 더 좋은 쑥을 찾아서
무려 4km나 넘는 길을 강 둑을 따라 내려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면서 내심 조금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만약 시어머니가 살아서 난데없이 쑥떡이 먹고 싶다며 요즘 같은 뙤약볕 아래 나가서 '쑥 뜯어오라'고 했으면
아마도 나를 잡아 먹을려고 들었을거야!"라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흘리면서..
벌써 벌겋게 햇살에 익어버린 집사람의 뒷목덜미를 바라보니
내심 마음속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산행 떠나는 날이면 항상 나더러 메모지에 시장 봐 올 것들을 미리 적어 건네주며 장을 봐오게 하고
전 날 밤늦게까지 준비를 한 뒤 당일 새벽 일찍 일어나서 김밥을 싸고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마련해서는
한 배낭 잔뜩 내 어깨에 메어 보내고 나면 점심나절이 지날 때쯤 문자메시지로 '모두들 맛있게 잘 먹든지..??'
'남김없이 다 먹었는지..??'를 궁금해 한다.
나는 그런 아내를 보면 고맙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한 것이..
본디 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마음 씀씀이가 그리 넉넉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한평생 나와 살면서 알게 모르게 나에게 물(?)든 것 같아서이기도 하거니와 이젠 한 술 더 떠서
가끔은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면서까지 누군가를 챙겨주는 것을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종종 그런 말을 하곤 한다.
'사람이 꼭 가진 것이 있어야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만 있다면..
가진 것이 많 건, 적 건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할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첫댓글합니다.. .
잊혀질 듯
아주 오랜만에 찾아든 길입니다
잘 계시는 것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