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식물] 대나무
대나무 숲속에서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민화, 전통혼례 때 초례상 위에 놓여있는 송죽, 아기가 태어난 집 대문에 솔잎 대신 대나무잎을 왼새끼중에 끼워진 금줄, 무당이 굿을 할 때 세워 둔 대나무‥·.
「지봉유설」에서도 「지리산에는 대나무 열매(죽실)가 많이 열려서 사람들이 밥을 지어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대나무 군락이 많은 하동과 산청 등지에서는 대나무를 신성시하여 10년전만해도 이같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사람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대
나무는 뿌리에서 댓잎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하게 이용됐고 특히 식용과 약용으로 그 효능을 인정받아 왔다.
약용으로는 대나무 열매인 죽실, 대뿌리, 대나무의 표피인 죽여, 대즙, 댓잎 등이 사용됐다.
고대 의서인 「신농본초경」에 댓잎은 해열, 거담, 청량 등의 효능이 있고 폐렴, 기관지염, 당뇨병 등의 구갈에 좋고 댓잎죽은 고혈압, 노화방지에 좋다는 기록이 있다.
대의 열매인 죽실은 몸을 가볍게 하고 기운을 돕는데, 대의 즙은 치통, 멍든데, 응혈, 홍역, 통경, 기침, 이뇨, 대하증, 요통, 무좀, 새우중독, 태독, 폐결핵, 부종, 종기, 중풍, 강장제, 찔린데(금창, 창상) 등에 활용됐다.
대뿌리는 소독작용과 중금속에 대한 해독 및 해열작용, 심장질환, 소아간질과 부인의 자궁하수증에 효과가 있고 심폐기능 강화와 오장의 염증 치료에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대나무의 진액을 죽력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응용하여 인산 김일훈 선생(1909~1992)이 개발한 것이 죽염이다.
인산 선생이 1970년대 세상에 내놓은 죽염은 과거 산청, 함양 등 서부경남지역에서 전해지던 「약소금」 제조 방법을 개선, 서해안 천일염을 지리산 왕대나무통에 다져넣고 황토로 봉한뒤 무쇠솥 가마에 송진과 소나무로 아홉번을 되풀이하여 구운뒤 사용하기 편하도록 가루로 만들거나 느릅나무 진을 섞어 알약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이 죽염은 대나무와 소금, 송진, 황토의 주요 약성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합성신약으로 해독, 해열, 치풍의 약성을 지니고 있다.
대나무의 땅속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죽순은 식용으로 사용했다.
죽순중에서도 「옛날 중국 오나라의 맹종이라는 사람이 한 겨울에 죽순을 먹고 싶다는 노모를 위해 눈쌓인 대나무 밭에서 죽순을 찾는 효성에 감탄하여 돋아났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맹종죽의 죽순이 가장 맛이 있다.
식용 죽순은 4월 중순부터 6월 하순사이 채취하는데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지방, 단백지르 비타민, 아미노산, 베타인, 톨린 등이 함유돼 있어 독특한 맛을 낸다.
특히 죽순은 정신을 맑게 하고 숙취해소, 청혈, 스트레스 해소, 이뇨작용, 불면증 해소, 성인병 예방효과 등이 있으며 육류와 잘 어울리는 식품으로 고급음식에 주로 이용돼 왔다.
최근에는 진주에 있는 산림청 임업연구원 남부임원시험장에서 대나무 수액이 고로쇠 수액보다 더 탁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뒤 「대나무 수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나무 수액은 뼈에 이로운 나무라 해서 「골리수」라 불리는 고로쇠 수액보다 칼슘이 2.4배이상, 마그네슘이 16배이상 함유돼 있고 특히 사람이 필히 섭취해야하는 필수 아미노산 10개중 9개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나무 수액은 옛부터 「죽정」이라 하여 민간요법으로 기미, 주근깨, 검버석의 치료에 사용했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속의 각종 노폐물을 씻어내는데 효과가 있어 5~6월경에 채취, 음용했으며 일본에서도 음력 5월5일에 대나무를 잘라 대나무의 마디 사이에 담긴 물을 채취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약수 또는 하늘이 내려준 물 즉, 「신수」라 불렀다고
한다.
이와함께 최근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대나무 숯이다.
1000℃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 대나무 숯은 세포의 크기가 크고 세포간격이 넓어서 보수성, 통기성, 흡착성, 축열성이 뛰어나다. 이 대나무 숯은 여러가지 효능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다.
수돗물속에 넣으면 소독약 냄새인 염소와 불쾌한 냄새를 내는 트리할로메탄을 제거하며 공기중의 독가스와 악취도 흡수한다.
대나무 숯은 많은 공극을 이용, 물 속의 중금속과 불순물을 흡착함으로써 수질 정화효과도 있고 숯에 함유된 천연 미네랄이 물에서 방출돼 맛있는 물을 만들어준다.
이외에도 숯을 실내에 두면 공기를 정화시켜주고 원적외선을 방출,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사람의 우측뇌에서 발생하는 것과 똑같은 알파(α)파를 발생하여 심신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방에서 보는 대나무
대나무는 화본과에 속하는 상록 교목이다.
약용으로는 솜대의 잎(죽엽)과 겉껍질을 벗긴 후의 섬유질(죽여), 진액(죽력)을 주로 사용한다.
죽엽과 죽여 그리고 죽력은 성질과 효능에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죽엽은 그 성미가 甘淡(감담)하고 寒(한), 無毒(무독)하며, 주로 심 폐 담 위장에 작용하며, 열을 식히고 답답함을 제거하고 진액을 생성시키고 소변을 잘 보게하는 효능을 발휘한다.
그래서 심열과 위열로 인해 가슴속이 답답하고 편안치 않아서 팔다리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증상과 갈증에 유효하다.
또한 심화로 인해 혓바늘이 돋고 혀가 갈라지는 증상을 다스리며, 열로 인하여 소변을 보지 못하고 입 안이 헤지고 소변을 붉게 보는 증상에 유효하다.
본품에 석고 인삼 맥문동 반하 감초 멥쌀 등의 약물과 함께 사용하는 죽엽석고탕이나, 생지황 목통 감초 등의 약물을 배합하여 쓰는 도적산 등의 처방이 그러하다.
죽여는 그 성미가 감(甘) 미한(微寒), 무독(無毒)하며 폐 담 위장에 주로 작용한다.
열을 식히고 가래를 없애고 답답함을 없애며 구역질을 멈추게 하는데 효능이 있다.
폐열로 인한 해수와 가래가 황색이며 끈끈한 것을 치료한다.
담열(痰熱)로 담(膽)장과 위장의 기능이 화합하지 못하여 가슴이 답답하고 가래가 많으며 잠을 못 자고 구토를 일으킬 때 쓰인다. 위열과 위허로 인한 구토, 딸꾹질, 임신 구토에도 긴요한 약물이다.
해수가 심할때는 본품에 황금 과루인의 약물을 배합하고, 구토가 심할 경우에는 본품에다 진피 생강 인삼 대추 등을 배합하는 귤피죽여탕 등을 응용하면 좋다.
그러나 위가 차서 나는 구토증에는 금해야 한다.
죽력의 성미는 감고(甘苦) 한(寒) 무독(無毒)하고, 작용 장기는 심 위장이다.
열을 식히고 가래를 없애고 경련을 진정시키고 머리를 맑게하는 효능이 있어 중풍으로 가래가 기도를 막고 정신이 홍몽할 때 쓰이며, 폐열로 해수 가래가 심한 증상이나, 경기, 간질병에도 유효하다.
열이 심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갈증을 일으킬 때도 효력이 있다.
고혈압에 혈압 강하작용이 있고, 고혈당에 혈당치를 내리는 작용도 한다.
죽력은 비장이 약하여 설사하는 자는 금한다.
죽여는 임상에서도 신경성 구토와 폐결핵의 식은땀을 그치게 하며, 급성이질, 안면신경염, 소아기관지염, 구강염 등에 유효성을 보인다.
[김종국(마산 본초당한의원 원장)]
대나무 이용 요리
지리산 청학동을 대표하는 별미음식으로 「대롱밥」이 유명하다.
청학동에서 삼성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동이주막 강대주씨가 개발한 대롱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윽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따뜻한 대나무 대롱을 덮고 있는 한지(韓紙)를 떼내면 푸릇푸릇한 대나무 향기가 콧속까지 스며든다.
동이주막에서는 지리산 자락에 자생하는 왕대나무를 한 토막씩 잘라내 그안에다 쌀, 차조, 수수, 검은콩 흑미, 대추 등을 넣고 죽염으로 간을 맞춘뒤 작은 대나무숯 한 조각을 얹고 한지로 봉한뒤 압력솥에 넣어 1시간정도 중탕을 하여 밥을 한다.
삼성궁 한풀선사의 친형이기도 한 강대주씨는 대롱밥의 묘미는 고혈압과 중풍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죽력(竹瀝·대나무 진액)에 있다고 한다.
은근한 불로 1시간동안 열을 가하면 대나무속에 있는 타이로신 성분이 밥에 스며들어 건강식이 된다는 것이다.
동이주막에서는 대롱밥 외에도 죽엽을 이용한 대나무 냉면, 대롱주, 대나무 기름 등 강씨가 개발한 건강식품을 별미로 맛볼 수 있다.
혈액순환, 해갈 등에 효과가 뛰어나 오래전부터 민간요법으로 자주 이용됐던 댓잎과 고구마전분을 섞어서 만든 대나무냉면은 쫄깃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어울려 독특한 맛을 낸다.
대롱밥을 한 대나무통은 다시 쓰지 않고 대나무숯을 만드는데 이 대나무 숯가루를 먹인 돼지고기 숯불구이도 동이주막의 별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술독에 빈 대나무대롱을 넣어두고 서서히 스며들게 해서 만든 대롱주는 내년까지 맛을 볼 수 없다고 한다.
대롱주는 술독에 3년을 담궈놓아도 대롱이 꽉차지 않을 만큼 천천히 스며드는데 최근에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동이 났기 때문이다.
대롱밥은 1시간이상 조리시간이 걸리므로 가는 도중 예약(☎882-7069)을 하면 도착 즉시 식사가 가능하다.
가격은 대롱밥 1만원, 대나무냉면 6천원, 돼지고기 숯불구이 2인분 1만5천원.
특별취재팀: 경남신문 허승도 강태구차장, 김명현 허철호 강진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