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평 공간서 청년들 모여 텃밭 꾸미고
피곤한 직원 위한 운동공간으로 활용… 버려진 일기장 등 모아 전시회도 열어
옥상은 축제의 새로운 장(場)이자 색다른 일상의 '쉼터'다. 도시 사람들은 이제 옥상에서 삶을 가꾼다. 텃밭을 만들고, 운동을 하고, 때론 소박한 콘서트도 연다. 옥상에서 남다른 하루를 만끽하는 이들을 만나봤다.◇옥상에서 심는다… 파릇한 젊은이들의 옥상 농장
서울 마포구 구수동의 한 5층 빌딩 옥상엔 '파릇한 절믄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이 옥상에 있는 160㎡(약 50평)의 텃밭에선 싱싱한 파가 자라고 있지만, 그보다 더 파릇파릇한 젊은이들의 삶도 자라고 있다. 스스로 '파절이(파릇한 젊은이)'라 부른다.
2013년 홍익대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파절이는 일종의 옥상텃밭공동체다. 매달 5000원 이상의 회비만 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농사는 놀이다"라는 모토 아래 원하는 작물을 먹고 싶은 만큼만 재배해 회원끼리 나눠 먹는다. 파절이 대표 김나희(29)씨는 "명목은 대표지만 사실상 일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규칙도 제한도 없는 이 느슨한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두 명의 운영진과 함께 다잡는 역할이다. 120여명에 이르는 회원들을 관리하고, 농작물이 시들지 않도록 수시로 돌본다.
매주 목요일 '목요 밥상'이라는 모임도 갖는다. 모임 날엔 옥상 텃밭에서 갓 딴 작물을 요리해 밥상을 차린다.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로 튀김을 만들고 쌈채소로 쌈밥을 해 먹는다. 뜻이 맞는 이들끼리 삶의 일부를 공유하고 가진 것을 나누며 사는, 한국식 '옥상 킨포크족(Kinfolk·가까운 사람들이라는 뜻)'의 삶이다. 문의는 '파절이 카페(cafe.naver.com/pajeori )'에서 받는다.
◇회사 옥상에서 운동으로 땀 흘린다
"다들 오셨나요? 스트레칭부터 시작하시죠. 하나, 둘, 셋…."
해가 서쪽으로 비스듬히 누울 무렵에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직원들이 옥상에서 체조를 시작한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자리잡은 홍보대행사 커뮤니크(Communique) 건물 옥상의 오후 5시 풍경이다. 이 회사 사옥은 최근 대한민국 리모델링 건축 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을 만큼 멋진 건축물로 소문나 있다. 신명 대표는 "옥상은 우리 사옥의 꽃"이라고 했다. "처음 설계할 때부터 건축가 강대화씨에게 옥상에 운동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직원들이 건강해야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씩 강사도 초빙한다. '타이트 600(Tight 600)'의 이혜민 강사는 "플랭크, 런지 같은 동작과 필라테스·요가를 가르친다. 처음엔 지친 표정이던 사람들이 운동을 마칠 때쯤엔 오히려 활기차게 웃으며 내려가더라"고 했다.
◇옥상에서 전시회·콘서트도…
60년 된 서울 동대문의 한 도매상가 옥상. 이곳엔 옥상놀이 공동체가 있다. 미술작가 박찬국(56)씨를 중심으로 다른 삶을 꿈꾸는 김현승(35)·이지연(25)씨가 작년 2월 결성했다. 이들은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던 이 옥상을 '재미있는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먼저 옥상에 쌓여 있던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옛날 성인용 비디오테이프, 1990년대 아이돌그룹 CD, 20년 전 여고생의 일기장 등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치우지 못한 쓰레기 청소를 함께 하자는 엉뚱한 제안도 했다. 텃밭을 만들어 허브를 심고, 인디 밴드를 불러 콘서트를 했다. '찰싹파티'라는 옥상파티 전용 춤도 개발했다. 옥상에서 파티를 열면 가장 문제 되는 것이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다. 이 때문에 파티 참가자들이 한쪽 발을 바닥에 찰싹 붙이고 다른 발로만 춤을 추는 색다른 춤을 만들게 됐다.
요즘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옥상불판'을 열다. 각자 1만~5만원씩 회비를 내고 직접 장을 봐서 요리한 음식을 먹고 대화한다. 김현승씨는 "옥상낙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옥상에서 할 수 있는 재밌는 일에 동참하고 싶거나, 기획해보고 싶다면 누구든 올 수 있다"고 했다. 문의는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dongdaemuny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