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그 설레임.....
첫사랑은 설레임이다.
마주침에서 비껴나고,
비껴남으로 느낌이 사라지면 그저 만남이다.
만남은 수많은 사람들과 이루어지고,
친밀감은 몇몇의 대상과도 가능하지만
사랑은 친밀감과 좋은 느낌이 버무려진다고
불쑥 생겨나지 않는다.
성적 사랑이거나,
동정이나 배려를 유발하는 이타적 사랑
혹은 엔돌핀의 화학적 성분 요소인 평온함과 안정감이
가져다주는 편안한 부부의 사랑도
사랑의 한 유형이지만 늘 설레임이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열정인데,
관계가 오래될수록 가장 먼저
자취를 감추는 것이 또한 열정이다.
설레임을 오래 유지 못하고 바로 열정으로 연결되는 사랑은
기나긴 인내를 감당하지 못하면 지 풀에 스러져
추풍낙엽의 쓸쓸한 기억 바깥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의 설레임을 잊지 못한다.
모든 사랑의 근원지인 첫사랑에 실패한 후 또 다른 사랑을 찾는 것도 사실은
과거의 첫사랑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어떤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매우 미쳤다는 것이라고.
무의식의 공간에서 가장 달콤한 향기를 갖고 있는 사랑.
그 향기의 원료는 바로 설레임이다.
잔잔한 호숫가를 일렁이게 하는 보드라운 물결 같은 설레임.
호숫가 밑바닥에 발목을 잡아채는 소용돌이치는 물길이 있음을 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달빛 따라 노 저어 가듯 가만가만 나아가는 나룻배의 흔들림 같은 설레임.
아무리 둔하고 척박한 감정을 두꺼운 비게살처럼 쌓아 놓은 사람들마저도,
눈빛 조리개 파고들어 나른한 균열을 일으키게 만드는 요망한 봄기운 같은 설레임.
언 땅을 풀리게 하고, 앙다문 매 발톱 같은 진달래 속살을
기어이 펼치게 하고 마는 앙팡진 봄 햇살 같은 설레임.
깊이 잠들어 있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위력을 가진 봄기운과,
밋밋한 가슴팍에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인간의 감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사랑의 향신료 설레임은 그래서 닮은꼴이다.
갑자기, 세상에 태어나 맨 처음 이성을 통한
설레임을 느끼게 해 준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성숙한 어른이 아니었기에 뜨거운 열정까지 진행되진 못했지만,
심연의 바닥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설레임의 통나무집.
내 인생의 1막에서 그 풋사랑을 제외시킨다면 2막은 올라갈 수 없으리라.
첫사랑은 봄날에 시작되어 짙은 가을에 막을 내렸다.
그 짧은 사랑의 추억은 스러졌지만 온몸을 진동시킨 설레임의 기억은
기어이 버리지 못하고 평생을 달고 다닌다.
어른이 된 나는 설레지 않는 사랑의 허망함에 절망하고
도저히 키가 커줄 생각을 하지 않는 가슴 속 단발머리 소녀의 훼방으로 번번히 낭패를 본다.
도대체, 그 짧은 첫사랑의 설레임 속에 무엇이 있었길래, 열정이라거나, 언약이라거나,
육체적 은밀한 접촉 따위도 없었거늘. 그저 있었다면, ‘첫눈에 반하다’
라는 용어를 쓸 때 갖다 부칠 수 있는 페닐에틸아민 주1)의 약효가 투여된 듯
그저 혼미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으려나. 그마저도 극히 미량의 투약.
그럼에도 어찌하여 혈관에 흘러 다니며 배설되지 않고 그토록 오래 버티고 있는지...
가공할만한 위력 설레임.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성을 통한 두근거림을 퍽이나 일찍 알아버린 그 조숙한 여자아이의 나이 열네 살.
그 상대방 주인공은 열다섯 살 달근이었다.
실명을 밝힐 수 없으니 그를 달근이라 부르고 나를 분이라 부르자.
달근, 달근, 달근..
입 안에서 달근이 이름을 굴릴 때마다 달작지근한 침이 고여 오던 사내아이.
그가 건네준 첫 연애편지는 노오란 탱자. 그가 사랑의 징표로 건네준 것은 붉은 사과 홍옥이었다.
친구들이 다 가버린 빈 교실에 분이는 늘 혼자 남아있다.
심호흡을 하고 빈 교실의 고요함을 힘껏 들이 마시며 그 조용함을 가슴에 저장한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차분히 부유하고 있는 적막함이 분이를 동요시킨다.
분이는 일찍 집에 가기가 싫다. 대문을 열면 자지러지듯
비명을 질러대는 베틀 소리가 너무 싫기 때문이다.
혼자 남은 교실에서 인수분해를 푼다거나 숙제를 하는 것도 아니다.
막연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 미지의 세계.
마치 투명인간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미세한 기척의 낮은 숨소리가 들려올 듯한 은밀한 세계.
만져지지 않지만 금방이라도 느껴질 것 같은 말랑말랑 한 그 무엇인가가
그녀를 에워싸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도독 분출하는 두근거림의 세계.
분이는 급하게 팽창되어지는 젖가슴처럼 은밀한 감정이 기지개를 켜고 있음을 감지한다.
세상 바깥으로 향하는 호기심의 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소녀는 사춘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열네 살 계집아이의 조숙함을 부추기는 것은 인위적인 책과 자연적 본능이었다.
아무리 건전 도서로 중무장을 해 놓은 도서실이라도 검증되지 않은 책들이 있기 마련이다.
한국 문학이든 세계 문학이든 펼치는 순간 또 다른 세상이 튀어나온다.
능숙한 낚시꾼이 잽싸게 찌를 낚아채듯 분이는 그 속에 펼쳐지는
사랑과 이별과 갈등의 연결고리로 엮어진 인간관계에 몰입하며, 감탄하고,
안타까워하고, 숱한 의문을 가졌다. 텅 빈 교실 의자에 책속의 주인공들을 앉혀 놓고
그들과 대화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수호지의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송을 불러내고, 임충과, 조개,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요부 반금련과 무송의 형 무대까지.
흡사 양산박기지를 통째로 들고 나올 기세로 그들의 세계에 유독 열광했던 기억이 난다.
분이는 그 시간과, 그 공간과, 그 미지의 세상에 빠져 있을 때 너무나 황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빈 운동장에 분이처럼 홀로 남아
운동장을 떠다니던 라일락 향기가
발걸음 바쁜 분이 꽁무니를 쫓아오던 저녁나절,
누군가가 분이를 불러 세웠다.
불청객처럼 불쑥 튀어 나온 그 누구는,
불러 세워 놓은 뒤 한마디 말도 못하고 머리를 긁적이다
느닷없이 노란 탱자를 내밀었다.
노란 탱자에 삐뚤삐뚤 못생긴 글씨.
“사랑해 분아”
1976.5.13일 달근이가..
그 밑에 구태여 날짜를 왜 적었을까. 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좋아해’ 도 아니고, ‘사귀고 싶다’ 도 아닌 ‘사랑해’ 라는
그 낯설고 도발적인 단어에 당황스러운 분이 뺨따귀가 단숨에 붉어지는데,
탱자를 건네준 까까머리 달근이는 후다닥 자전거를 끌고 저만치 내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막한 학교 운동장 중간에서 냅따 자전거에 껑충 올라타며 페달을 밟아대며 달리다가
휠끗 뒤돌아보더니 갑자기 다시 되돌아온다. 그때까지 탱자를 받아들고
멍하니 서 있는 분이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는 달근이.
새까만 얼굴에 드러난 새하얀 치아가 따라 웃는다.
달근이가 운동장 한가운데 분이를 세워 놓고 빙빙 돌기 시작했다.
발긋발긋 돋아 난 여드름보다 더욱 붉어진 분이 볼때기.
한참을 돌다가 기껏 한다는 한마디.
“분아~ 또 보재이~”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하얀 이빨이 섬광처럼 분이 가슴을 치고 들어온다.
고개 숙인 분이 곁에서 달근이 자전거가 멀어지자 설레임의 징소리가 딩 딩!
설익은 복숭아 빛 심장을 두드리고, 그들을 에워싸고 있던 라일락 향기가
분이의 귓불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저 애가 싫지 않지? 첫 눈에 반했지?’
평생을 살면서 첫 눈에 반할 수 있는 상대를 그 어린나이에 경험한 여자아이를 두고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할까, 아니면 불행하다고 할까? 사랑을 예습해 본 적 없었던
그 소녀는 소년이 건네준 노란 탱자를 꼬옥 쥐고 콩콩거리는 심장소리가 들킬까봐
콩콩 뛰듯이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을 열어젖히고 제 방으로 들어 올 때까지 자지러지는
베틀 소리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더 이상 방과 후에 홀로 남아 책읽기를 하지 않는 분이.
저만치 신작로에서 기다리고 있는 달근이를 이만치 뒤에서 따라간다.
소전거리를 지나 싸전거리를 지나 서문거리까지... 나즈막한 독산이 보이면 길 건너
기찻길로 불쑥 길을 틀어버리는 달근이. 쫓아가는 분이 발걸음이 바빠지고.
아지랑이 남실거리는 기찻길에 달근이가 손짓을 하면 콩닥거리는 가슴에 연분홍 물이 든다.
잘생긴 달근이가 좋아라. 키 크고 덩치 크고 남자다운 달근이가 좋아라.
웃을 때마다 하얗게 드러나는 고른 치아가 왜 그리 좋을까나.
수줍어 손 한번 못 잡고 그저 나란히 앉아 별이 내려앉을 때까지 철둑길
풀밭에서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많이 했던가..
"뿌앙!!"
가파른 죽령고개를 넘기 위해 미리부터 기합소리 내뿜는 기차가 지나가면
“엄마야!”
놀라 오그린 어깨를 감싸던 달근이의 듬직한 가슴팍이 좋아서,
오래오래 자주자주 기차가 지나가길 바랐던 눈 큰 계집아이의 잔망스런 속내.
쑥대궁에서 올라오던 쑥 향기 사이사이 보랏빛 구름 패랭이꽃 흔들리고,
쑥부쟁이 한들거리고, 토끼풀 꺽어 반지 만들어 끼워주던 첫사랑 달근이.
실한 탱자 꺽으려고 독 오른 가시에 긁힌 손등의 상처자국 볼 때마다
나를 좋아하는 그 징표가 마치 적장의 목을 갖다 바친 장군의 충성심 같아 의기양양해지던 마음.
그렇게 남몰래 설레임으로 시작해 설레임을 끌어안고 만났다가,
헤어진 뒤에도 또 다시 설레이며 만날 날을 기다렸던 미숙한 그들의 첫사랑.
분이는 놀라웠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난 낯선 이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같은 미래를 꿈 꿀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했다.
검은 빌로드 카펫을 쫘악 펼쳐놓은 밤하늘.
들판에 방목하고 있는 어린 양떼 같은 수만 개의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분이는 달근이가 그 양떼를 지키는 양치기라 생각했다.
양치기소년은 길 잃은 소녀를 기다리다가 그녀가 나타나면
양떼를 몰고 은하수 다리를 건너가리라 상상했다.
할 말이 바닥나면 별을 바라보며 별 이야기를 한다.
공부는 못해도 별자리만큼은 분이보다 많이 알고 있는 달근이.
그런 달근이가 왜 그리 멋져 보였을까. 국자 모양을 한 북두칠성을
어느 자리 어느 방향에 있어도 단박에 찾아낼 수 있는 것도 달근이 덕택이다.
분이가 두레박을 타듯 국자 안에 들어가 앉으면 달근이가 지게를 지듯
분이를 메고 가리라 확신했던, 내 고향 공원산 밑 철둑길 밤하늘에는 지금도
그 때의 별무리가 그대로 있을까? 그립다.
그 시절 사모하는 이에게
줄 선물이 뭐가 있었겠는가.
홍정골 과수원집 막둥이 달근이는
분이에게 줄 것이라고는 사과밖에 없다.
여름이 되니 지천에 열린 게 사과라
어미 눈을 피해 한소쿠리 따다가
빨랫줄에 널린 런닝구를 걷어 사과를 닦는다.
반질반질, 빤질빤질 윤기나도록 붉은 홍옥을 닦는다.
흙 묻고 흠집 있는 사과를 분이에게 줄 순 없기 때문이다.
책가방에 책은 쏟아버리고 가방 가득 홍옥을 채워 놓은 뒤
숟가락 젓가락 쿡, 쑤셔놓고 등교를 한다.
책은 빌려보면 되고 노트 필기는 원래 안하고
도시락은 친구들 것 한 숟가락씩 뺏어먹음 된다나.
분이 방에 붉은 홍옥이 쌓인다.
어미도 주고 언니도 주지만 아까워 성큼 건네지 못한다.
머리맡에 달근이 닦아 준 새빨간 홍옥을
나란히 줄맞추어 세워 놓고 만지고 어루어도 먹지를 못한다.
아삭하고 깨물어버리면 드러나는 하이얀 사과 속살.
달근이 마음 같은 순백의 빛깔. 와작와작 베어 먹을 수가 없다.
백열전등아래, 불빛 따라 돌아가는 붉은 사과 빛 연정.
동그란 사과허리를 감싸고 빛나던 은빛 흔들림. 손에다 쥐고,
가슴팍에다 품고 잠들면, 꿈속에서 그네를 타던 분이.
저 멀리 자전거를 밟으며 다가오는 달근이.
“부우나~~ ”
그 어떤 반짝이는 보석이 분이 꿈보다 찬란할 수 있을까.
춘향이와 이몽룡이 부럽지 않다. 분이는 춘향이보다 절개 있을 자신이 있고,
달근이는 과거 같은 거 보러 한양 따위는 갈 일이 없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변사또가 등장 할 이유도 없다.
‘널 두고 어델 가노!’ 비장한 그의 목소리에 분이는 든든했다.
달근이를 볼 때마다 분이 마음에 설레임의 사랑물이 든다. 학교에서 꼴통이고,
말썽장이에다 공부와 담쌓고 살아도 분이는 달근이가 좋다.
소문이 난다.
분이랑 달근이가 연애를 한 대요~
분이는 연애 대장. 둘이 뽀뽀 했대요~
선생님이 불러들인다.
“이성교제는 정학이야!!”
“춘향이는 내 나이에 이몽룡과 연애했잖아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넌,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문제야!” 삼천포로 빠지는 선생님 답변.
왜 춘향이의 절개는 배워야 한다면서, 절개 지킬 이몽룡을 사귀면 안되나. 납득이 안된다.
허구한 날 달근이 엉덩이에 불이 나고, 분이 가슴이 찢어진다.
어느 날부터인가 달근이는 분이를 슬금슬금 피한다.
곱게 접은 편지가 전해져도 아무런 말이 없다.
속 타는 분이. 철둑길에 앉아 하염없이 달근이를 기다린다.
별이 쏟아지고, 달빛에 달맞이꽃 피어 올라와도 달근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밤하늘에 떠 있는 은하수 다리는 양치기 소년을 기다리고,
철둑길 아래 분이는 달근이를 기다린다. 죽령터널 그 따배기 굴을 향해 선전포고라도 하듯
꽥꽥거리는 기차가 거센 바람을 분이 등짝에 퍼붓고 지나가도 그녀는 소리 지르지 않는다.
달근이가 곁에 없기 때문이다. 바싹바싹 타오르는 이 마음을 달근이는 알까.
수분이 빠져나가는 홍옥이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도
윤기 흐르는 새 사과로 더 이상 대체할 수 없다. 분이 가슴도 오그라든다.
교복을 벗어 던지고 홍정골 달근이 과수원으로 가는 분이.
따가운 가을 햇살에 불타듯 매달려 있는 붉은 사과나무들.
냇가에서 소꼴 베던 달근이 또래 남학생에게 그를 불러 달라 한다.
불길한 예감이 분이를 용감하게 만들었다. 별 꼴 다 보겠다는 시선을 던지면서도
달근이를 불러 주었던 남학생. 지금 그 아이는
그때 봤던 분이의 절박한 눈동자를 기억이나 할까? 할 리가 없겠지.
분이 손을 잡아끌고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과수원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는 달근이.
지천에 사과알이 굴러 떨어져 있어 밟을 때 마다 비명처럼 터져 나오던 사과 향기.
그 때 분이는 처음 알았다. 사과는 상처 난 곳에서 더 진한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걸.
곁에 앉은 달근이 손등에 더 이상 가시 긁힌 상처가 보이지 않는다.
애꿎은 들풀만 잡아 뽑는 그에게 마음이 달아오른 분이가 묻는다.
“나, 보고 싶었어?.. ”
고개를 끄덕이는 달근이.
“진짜?”
다시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발밑에 피어있는 분홍빛 미꾸리낚시를 짓이기는 달근이
손가락에 선홍빛 꽃물이 묻어나온다. 뒷창락 냇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던 별모양의 미꾸리 낚시풀이
달근이 과수원 웅덩이 주변에도 초록하늘 분홍 별처럼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멀뚱히 지 손바닥을 들여다보던 달근이가 물들은 손가락을 분이 두 볼에 비빈다.
“분이가, 연지 곤지 찍었대요~” 하며 씨익 웃는 새하얀 이빨. 여전히 새하얀 미소.
달근이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보는 분이의 오디 같은 검은 동공에 그 미소가 진입하는 순간
그 순간. 엉덩이를 들어 달근이 입에다 입술을 갖다 대는 분이.
.......................
분홍 연지 곤지 물들인 분이는 달근이 각시가 되었음 좋겠다. 그런 뜻이었을까?
그저 눈을 감고, 옆에서 굴러다니는 사과 알을 웅켜 쥐고 둘이는 입맞춤을 했다.
입안에 뭐가 사는지, 날카로운 첫 키스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두 입술만 맞댄 입맞춤.
빽빽이 둘러싸인 탱자나무 울타리를 비집고 기어이 가을 햇살 한줌이 분이 얼굴에 쏟아진다.
멀리서 개짓는 소리.. 온몸을 두드려대는 징소리..달근이 찾는 소리..
“달그나아~ 이누무 자슥이 또 어데로 내 뺐노”
가을해가 성급히 저물기 시작했다.
운명은, 견고하게 짜여진 끈으로 동여맨다고 해서 마음먹은 대로 끌려오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교무실로 불려간 두 사람은 정학처분 대신 육중한 몽둥이로 처벌을 받아야 했는데,
분이에게 내려치는 매질을 온 몸으로 달근이가 막다가, 노한 선생님의 분노로
그는 엄청난 매를 맞고 말았다. 시계를 풀고, 윗도리를 벗어 제키던 그 선생님의 모습,
질질 끌려가는 마지막 달근이 모습은, 분이 가슴에 면도날로 베인 깊은 상처로 남고 말았고, ‘
샘요~ 분이 대신 절 때리이소!’ 라고 했던 마지막 그의 목소리는 지울 수 없는 메아리가 되어
분이 심장을 헤집고 돌아 다녔다.
결국 달근이는 학교를 나오다 말다 하다가 그만둬 버렸고 그렇게 둘이는 헤어졌다.
한양으로 과거 시험이나 보러갔으면 오매불망 기다려나 볼 텐데, 지척에 있으면서도
달근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발목이 부러지면 붕대나 감지, 상처난 심장엔 무얼 발라야 낫는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쪼그라진 탱자를 집어 던지고 달근이 편지를 찢어버리고,
달근이 좋아하는 마음이 적힌 일기장을 태워버리는 걸로 분이는 그 모든 걸 잊기로 작정한다.
그래도 줄줄 새어 나오는 그리움, 안타까움, 미움, 그리고 알 수 없는 의문 하나.
‘우리가 왜 헤어져야지?’
생전 먹어 본 적 없던 맛있는 막대사탕을 다 먹기도 전에 누군가가
무자비하게 빼앗아 가버린 것 같은 억울함. 그것은 새로운 슬픔의 시작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이몽룡을 기다리는 절개 있는 춘향이는 분이 가슴에 동상처럼 잠깐 세워졌다가
곧 자진철거 되었다. 떠나간 달근이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하염없이 보고 싶었던
기다림의 징표는 이름 없는 별이 되어 하늘 어딘가에 지금도 떠 있다.
하지만, 분이의 마음에는 아직도 그 짧은 사랑의 감흥이 데이터베이스가 되어 깊숙이 저장되어 있다.
달근이와 헤어진 분이는 달콤했던 사랑의 떨림은 간직하고, 베인 상처 같은 아픔은 잊었던가,
몇 년 후 또 다른 달근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호숫가 밑바닥에서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휘말리면서 사랑의 이중성을 경험하고,
서서히 설레임과 떨림의 물결을 조정하면서 성숙한 여인이 되어 갔다. 그리고 알게 된다.
영원한 사랑은 없으며, 어떤 사람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걸.
사랑을 하면서 사람은 인생을 배운다. 사랑을 통해 아무 것도 배운 게 없다면
그것은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인간관계를 가진 것이다. 어른이 되면서
그 짧은 풋사랑의 기억을 떨칠 수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이 아니라
분이를 대신해 매를 맞았던,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지켜주려 했던 의리있는
남자의 상을 구리로 만든 동상처럼 마음 문 앞에 세워 두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사랑은 과거 지향형이지, 미래 지향형이 아니다. 과거의 형상에 아름다운 환상을
덧칠하면서 착각에 빠지는 현상이다. 고향 남자에게 사랑의 배신을 경험한
여자는 시간이 흘러도 고향 쪽 남자를 만나면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과거의 쓰라린 상처를 되새기고 싶지 않은 방어 본능이 생기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가, 반질반질하고, 매끈거리는 매너를 가진 남자를 앞에 두고 앉아 있으면
자꾸만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속이 메슥거린다.
투박한 고향 사투리를 휘두르는 사람을 만나면 단번에 호감을 품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이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심해지니 내가 앓았던 향수 속에는
그 첫사랑의 설레임을 고향이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그래서, 홀로 고독한 인간이 되어 우그러뜨린 깡통처럼 늙어 가는 것을 지켜보기가
심란한 신이 인간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인 사랑이라는 감정을 심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도 겪을 수 있는 첫사랑의 설레임을 어떤 이는 예순을 넘겨서 겪을 수 있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나이는 무용지물이 되고 단박에 순수한 아이로 둔갑시키는 사랑의 묘약 설레임.
그래서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은 아름답다.
오죽하면 미쳤다고 표현을 할까. 그럼에도 미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후환을 두려워 하면서도 모두들 사랑의 독약을 들이키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물론 당신이 냉소적인 인간형이 아니라면 그렇다는 것이다.
나이 먹은 분이는 아들이 첫사랑에 빠지자, 의로운 달근이 이야기를 해 준다.
어쩌면 생애 딱 한번 뿐일 첫사랑. 그 아름다운 설레임이 찾아든 것을 축하하면서..
좋아하는 여자를 대신해서 절 때려달라며 무릎을 꿇고 애원했던
어미의 첫사랑 달근이 이야기를 하는데..가슴 한 켠이 아릿해졌다.
2년 전이던가, 30년 세월이 흐른 뒤 그 첫사랑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잘생기고, 듬직하고, 키가 컸던 그 때의 달근이는 찻집에 없었다.
농사일에 노화된 거친 피부, 그때 그 키를 위로 당겨 올리지 못하고,
옆으로 앞으로 확장한 나이 든 달근이가 앉아 있었다.
잔인한 세월과 거친 인생의 각본대로 분장을 하고, 현실이라는 드라마 속에 마주한 두 사람.
분이는 수정할 수 없고 각색할 수 없는 인간의 삶에 잠깐 좌절했지만
그에게 미소 띤 얼굴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춘향이를 황진이로 만들어 버린
최초의 남자 달근도령에게 그동안 묻지 못하고 간직했던 질문을 한다. 스쳐가듯이,
가벼운 농담처럼. 왜 나를 떠났느냐고..왜 돌아오지 않았느냐고...
그날 밤.
그의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대답이 너무 아팠던가. 가슴속 우물 안에
웅크리고 있던 단발머리 소녀가 두레박을 타고 올라와 나이 든 분이를 울게 했다.
그 역시 가벼운 농담처럼, 그저 바람에 스쳐가듯 웃으며 물음에 대답했지만,
언젠가 나를 보면 반드시 들려줄 요량처럼 항상 그 답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 것 같았다.
감정의 조절 능력이 떨어졌던 그 때는, 내 마음의 상처를 꿰매기도 벅찼기에
달근이의 상처를 헤아려 볼 요량이 부족했다. 뒤늦게 그의 아팠던 상처를 위로하자니
이미 아물어버린 뒤라 할 일이 없었다. 그냥, 고맙고, 미안했다.
비록 설레임의 물결을 다시 안고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리 있고
자신의 가족을 지킬 줄 아는 멋진 달근이 그대로였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이라는 노래가 있지만,
첫사랑이 너무 아팠던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첫사랑의 아픔마저 달콤하게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아름다웠기에 너그러울 수 있는 첫사랑만의 순수함.
수채화 밑그림처럼 투명하고 은은한 바탕 위에
덧씌워지는 다음 사랑을 채색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주니
그래서 미완성이기 쉬운 첫사랑. 질주하는 21세기에 진화하는 사랑의 행태.
폭발하는 젊음을 그대로 분출하는 우리들의 아이들. 그런 그들도 한 꺼풀 옷을 벗기면
흔들리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돈의 병 앓이를 할 것이다.
낡아빠진 순정을 비웃고, 가난한 남자를 무능력함으로
치부해 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해도, 누구나 간과할 수 없는 사랑의 진실.
그 진실의 바탕을 버티고 있는 것은 인간 본연의 순수함이고,
그 순수함의 결정체가 바로 첫사랑이 아닐까.
어떤 이는 말한다. 첫사랑에서 결혼까지 그리고 반백이 다 된 지금까지
오직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음이 자랑스럽다고. 혹, 어떤 이는 말한다.
결혼한 이가 있음에도 끊임없이 사랑에 목이 말라요 라고.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잘 한다 못 한다 판단 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그저 당신은 운이 좋았다 나빴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예약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 사랑이고, 복병처럼 숨어 있다가
기습하기를 좋아하는 것이 사랑의 속성이니
사랑의 정의를 내리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니겠는가.
벤츠를 몰고 다니는 멋진 남자의 파트너를 꿈꾸는 여자들과,
비욘세의 도발적인 섹쉬함에 전율하며 그녀를 태우고 질주를 꿈꾸는 남자들의
적나라한 밑바닥 본성을 그나마 잠재울 수 있는 것은, 그 여릿여릿하고,
몰캉몰캉한 설레임의 기억이 제어 장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함이 배제 된 사랑은 감동이 없다. 감동 받지 못한 사랑은 거래이다.
다행히도 많은 이들이 그리 짐작하기에 사랑의 정체성은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달콤한 기억 설레임.
사랑이 찬 밥덩이처럼 식은 사람과는 사랑할 수가 없다.
사랑을 계산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줄 수가 없다.
그것이 온 몸을 설레임의 강물에서 헤엄쳤던
어떤 소녀가 얻어 낸 사랑의 방법이다.
비웃음을 사거나 어리석다 해도, 분이는
여전히 설레는 사랑을 갈구한다.
설레는 사랑을 할 때, 비로소 행복해짐을 알기에.....
당신은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가.
마치 빙하처럼 드러내지 않는 부분과
드러내는 부분을 조절하면서 사랑하지는 않는가.
사랑하려면 모조리 보여주고 사랑하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치부를 다 드러내도
사랑 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사랑한다 할 수 있으니,
그래서 온 몸과 온 마음 구석구석
사랑의 기쁨을 머리로 밀어 올려 부쳐라.
그리만 된다면 영원히 젊게 살 수 있을지니.....
수많은 사람들의 첫사랑이 별 되어 떠 있는 밤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는 여전히 양치기 소년을 기다리는 은하수 다리가 놓여 있으니, 보고, 그리고, 되뇌인다.
나는 사랑하리라.....언제나 설레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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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차가운 아침이지만 무척 따스한 사랑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설레임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진실된 사랑의 기억은 영원하니까 읽는 모든 이들에게 참사랑의 소중한 기억을 들추어 낼 것입니다. 눈망울이 커서 소망이 남달랐던 그 소녀가 지천명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바라던 일을, 잊었던 기억을 하나씩 들추어 내듯 꿈을 이루어 나아감에 멀리서 찬양의 노래를 보냅니다. 아침의 태양이 온통 풍기의 가슴에 한 가득 안기어 이 겨울을 훈훈하게 합니다. 덕분에 페닐에티아민을 알고 관계 식품을 선호하게 되겠네요. '몸 튼튼 마음 든든' 하세요.
이상합니다 선생님. 사랑에 빠져 눈이 멀었다면 모를까...쓰면서 수십 번씩 읽었을 텐데도.. 막상 이 곳에 올리고 나니 못보고, 못 느끼고 지나쳤던 것이 보입니다. 칭찬보다는 야단을 좀 맞아야할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정말이지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속이... 많이 상한 날이였답니다.
친구의 포근한 사랑이야기를 접하니 왠지 사랑을 나누고 싶어진다 사람마다 간직한 소중한 사랑이야기들 보고 읽으니 설레임이 동반되는구나 어릴적 이야기를 순수하게 잘 표현을 구사하는 나의 친구야 그때 그사랑이 어쩌면 사랑을 승화시키고 또 살아가는데 소중한 밑거름으로 발전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데 이루어 졌으면 더 좋았을 텐데 ...5일날 만나서 반가웠다 늘 함께하면서 살아가장
친구야, 언니같고 엄마같다가 순식간에 철부지 소녀같은 내친구야. 네가 준비한 그 어마어마한 먹을 거리에 질려하면서도 속으로 좋아 죽을 뻔 했구나^^아름다운 솔밭 사이로 흰 눈 펑펑 내리고, 아름다운 우정 펑펑 솟아났던 그 날을 아마 우리들 영원히 잊을 수 없을거야. 우리는 알고있지? 내가 웃고 네가 웃으면 모두가 웃게 된다는 걸. 언제 여길 와서 댓글까지 챙기고..고맙고, 사랑한대이~
겨울인데도 통통 튀는구나 속에서 말이네!! 년말 잘 보내고 건강하소 후배님...
튀려면 아주 튀던지, 아름답던지, 감동적이던지...그래야하는데....더 많이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으려나 어쩌려나, *^^*그래도 선배님 여기서라도 뵈니 반가워요. 건강내세워 과음 부르지 마시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기억의 저편 넘어에 숨어있던 첮사랑의 설레임을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첮사랑은 누구나 잊지못할 그리움을 가슴속 깊은 바닥에 앙금처럼 남기지요..덕분에 이추운 겨울에 잊었던 첮사랑의 따뜻한 꿈을 꾸어봅니다.. 건강 하시고 좋은글 많이 올리시기를.....
뒷창락을 올리자마자 바로 이어 쓰려했던 달근이와 분이 이야기였답니다. 풍기 아리랑을 쓰면서 언제나 한쪽 구석에서 언제 이쁜 옷 입혀 나들이 시켜줄 거냐 졸라댔던 첫사랑 이야긴데.. 수필의 형식과 틀에 노이로제가 걸렸던가 어정쩡한 옷을 입혀 바깥 나들이를 시키고 말았네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단편소설로 다시 손질해보고 싶습니다. 열정과 욕망과 기대만으로 글이 되어주는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댓글에 그래도 황진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역시 타고난 문학소녀의 기질이 느껴지네요... 근데 나는 왜 설레임과 그 아련함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첫사랑의 추억이 흑, 흑.. 아무리 발버둥쳐도 떠오르지 않으니 이를 어찌하오리까??? 넘 순진(멍청)했었나!!!
넘 순진해도 옆구리 툭 찌르고 들어오는 게 첫사랑인데, 아마도 설레임의 문이 뻑뻑해서 열려다 못 열고 다시 들어가 버렸나봅니다.^^그렇다고 정말 예순이 다 되어 화들짝 문 열고 튀어나오면 곤란할테니 그냥 밀어 놓고 잠궈버리는 예방책을 쓰셔야 할 것 같네요*^^* 언제나 긍정적이고 편하게 일상을 받아들이시니 쉬 늙음이 찾아 올거 같지 않는 선배님. 정말 보기 좋답니다.
첫사랑!!! 바라만봐도 얼굴이 능금처럼 빠알갛게 달아 오르고 가슴이 천둥치는 소리를 내던그때를 반추해봅니다. 황진이님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운 말과 글귀로
감탄사를 연발하게합니다. 시보네님의 구절 구절마다 적합한 그림을 삽입하시는 성의에 항상 존경심이....글쓰는 솜씨가 항상 부럽습니다. 1월에 뭉친다는 소식은 들었는지요..? 기다릴께요^^
제가, 차여사님을 찾아 뵈러 가면 어떻게 인삿말을 꺼낼까 궁금하시죠? 몇 번이나 어울림 팬션을 그려보고, 두 분의 얼굴을 떠올렸는지 모르시지요?*^^* 아들이랑 그 곳을 들여다 보면서 제가 그랫답니다. 어느 날 엄마가 며칠 씩 안보이면, 속상하다 훌쩍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갈거 같애? 영리한 울 아덜이 흐흐 웃으며 그랬답니다. 요기로 갈 거 같은데? ...한 번도 본 적 없고 한번 도 간 적 없는 그 곳이 왜 이리 친근하게 느껴지는지요. 혹 그이유를 매력덩이 차여사님은 짐작하시나요? ^^ 빨리 뵙고 싶어요..말도 못해요 전^^
황진이님 정말 고마워요^^ 그토록 친근하게 느껴지셨다니 가슴에 커다란 기쁨이 요동치네요^^ 언제나 글 잘 쓰는 사람 보면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보여요 황진이님이 그렇게 보여요^^ 꼬옥 오세요~~
난 첫사랑 하면 상투적인가 몰라도 "소나기" 가 떠오르곤 하는데 경진님의 수채화처럼 맑고 고운 첫사랑, 별이 되어 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그 첫사랑 , 가슴 밑바닦에 꼭꼭 묻어둔 잊지못할 첫사랑이 있었기에 오늘 날 남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지않나 하네요... 이래 좋은 글 쓴다고 그동안 뜸했어요 경진님?
마지막 문장에 밑줄 긋고 안도합니다 휴~~! 얄팍한 마음이라 별 수 없네요^^ 제비꽃님, 배경음악이 너무 아름답지요? 온국민의 첫사랑 대표선수 '소나기'영화를 꾸며주었던 음악이지요. 그만큼은 아니겠지만 제 가슴에 살고 있는 첫사랑의 기억을 들추어 나들이 시켰는데, 그 장소가 고향의 카페이고 읽어주는 이가 고향분들이니 축복 받은 기분이랍니다. 제비꽃님의 첫사랑은 어떤 빛깔일까요? 그 작고 여울거리는 보랏빛 제비꽃과 같은 사랑일까요? 흐흠~ 궁금하네요.*^^*
영화를... 한편의 순정 영화를 본 것 같이 마음이 아리(?)네요....소전거리를 지나 싸전거리를 또 지나 서문거리로....그리고 독산....그 오른쪽의 공원산을 경계로 중앙선 철길...내가 달근이가 되어 가슴이 두근 두근 콩닥 콩닥.....나는 달근이 같은 용기가 없어 속으로만 그리워했었지...폭설이 내렸던 그 다음 날, 눈이 조금 녹아 잘 뭉쳐지던 그날, 눈 뭉치로 우리집 옆 정미소 넓은 시멘트 담에 좋아 했던 여자애의 이름을 커다랗게 썼었지.....잠시 후 선배에게 귀싸대기는 맞았지만....아름다운 황진이의 글! 정말 정말 흰 눈 보다도 더 정결한 귀한 글! 작가의 능력은 무한하다는것을 황진이를 통해서 느껴보네!!!
사랑하는 선배님! 이렇게 써 놓고는 회전의자 한바퀴, 두바퀴, 빙그르르..돌리고 돌리고... 어떻게 쓸까? 어떻게 답글을 쓰면 한바탕 웃으실까..그 다정한 눈빛이 미소짓듯 감기우며"이 짜식 봐라?" 하실까...그런답니다.^^ 폭설이 내린 다음 날, 그 하얀 눈세상을 바라보며 가슴까지 먹먹했을 선배님의 붉은 순수. 담벼락에 씌여진 그 이름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훗날 고백하셨나요? "야! 너땜에 내가 싸대기 맞은 거 아나?"하면서 농담처럼 툭. 아~ 그 얄궂은 첫사랑의 설레임이라니.. 털어내도 도대체 어디로 갈 줄 도 모르는 바보같은 친구. 나만다리님 가슴에는 여즉 그 친구가 살고 있나요? 있지요?^^
있지요!!! 말했지요!!! "그 때 말하지....." 하더군요...어떻게 말 합니까...저 멀리서 보아도 숨이 콱콱 막혀 왔었는데.....至高至純했던 설레임이여......
폭풍전야! 너무 조용해서 수일내에 폭풍이 몰아칠것을 예견은 했었지만 이렇게 가슴 밑바닥까지 뒤 흔드는 美風일줄은 몰랐네! 감격! 그 자체일세! 얼마전 팔공산 한티재를 넘어 가다니 샛빨간, 그야말로 빨간 구슬 같은 옛날 사과 홍옥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 한소쿠리를 샀었지! 보드라운 수건으로 닦아보니 거울 같이 내 얼굴이 비취더군! 그 홍옥을 책가방에 담아 날랐던 달근이의 마음을 알겠네! 홍정골! 홍옥을 닮은 홍정골! 반갑고 아름다운 내 고향 지명! 공주를 순산하신 황진이님께 뜨거운 축복의 박수를 보냅니다!!!
수년 전, 고향의 맨얼굴을 보고 싶은 속마음을 감추고 그의 곁을 스쳐서 부석사쪽으로 차를 몰다가, 뒷창락 냇물 닮은 거랑을 만나 환호하고, 홍정골 사과밭 닮은 과수원을 보며 탄식하고, 부석사 입구에 빨간 구슬 같은 홍옥을 발견하고는 얼음 땡 처럼 움직일 수 없었던..선배님이 그리하셨듯 나도 한바구니 가슴에 안고 오면서 태엽 멈춘 시계처럼 두 눈 꼭 감고 헤엄쳤던 그 시절, 그 설레임의 물결속..기어이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고 만 아름다운 추억들..그 사람들은 떠나고 없지만, 아름다운 이 카페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부족한 글을 채워주기 위한 또 다른이들의 박수소리. 울고 싶고, 웃고싶은 황진이..나만다리님..
누구나 일생을 통해 한 번 쯤 앓는다는 그 첫사랑을 ,'청춘예찬'과 '산정무한'과 같은 화려한 필체로 장마비가 온 후 굽이치는 물구비처럼, 거침없이 망서림없이 써내려가는 필력에 경이로움을 표한다. 첫사랑 ! 그 아린 상처, 더 큰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것을 기대하며
드디어 만났습니다^^ 아무한테나 기대를 하실 분이 아닌데, 기대를 하신다니 부응을 해야 하는데..세상에 제일 힘든 일이 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살던 여자가 제대로 임자를 만났습니다. 쓰면 되지 했던 무신경이 써도 되나? 오그라들더니 아이고, 이게 그냥 막 쓸일이 아니구나...후둘거립니다. 선생님처럼 그저 가슴 한 켠에 시를 안고 살듯이, 인생 한 켠에 염원만 안고 살 일을.. 드러낸 뒤에 그 감당을 어찌하나 겁이 납니다. 그러셨지요? 누군가가 경자를 미리 알아보고 미리 이끌어 주었어야 했다고..그 한마디 말씀에 얼마나 감격했는지..10년 뒤에 그 말을 안 듣길 또 얼마나 다행인지..선생님~ 고맙습니다!!
황진아~! 요놈마 내 놓느라고 또 애 마이 썼겠구나.... 잘 썼다. 우리 친구들은 그 달그이가 누군동 다 알걸? 나만 알고 있나?ㅎㅎㅎ .... 그때 내가 달근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적도 있든거 같은데...? ㅎㅎㅎ 농담이고..... 그 시절 너는 그러한 가슴 한 켠 따뜻이 데울 추억거리 하나를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구나.... 난 그저 혼자만 몰래 좋아하는 마음을 가슴속에 담아두는거 밖에 못했었는데..... 좋은 글 잘 읽었다. 추운 겨울 건강 조심하고 잘 지내라....
그랬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보물처럼 간직했던 나의 풋사랑. 그 달근이에게 미리 허락을 받고 써야 하는데..그는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문자도 할 줄 모르니 컴퓨터를 할 리도 없고..복사해서 부쳐줄까? 부쳐 주면 읽기나할까^^ 우리들의 그 풋사랑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생각하다 보면..무슨 소용있나 그저 떠나보낸 이야기..부꾸가 나의 달근이가 아니길 정말 다행일 수도 있겠다. 덩치 큰 달근이도 감당할 수 없었던 그 무서운 매..아이고 내가 차라리 너대신 맞고말지 안그랬겠나^^ 부꾸야~ 언제나 나는 네 사는 모습이 이쁘다. 고마워.
사랑을 계산하는 사람에게는 줄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구먼. 그 시절의 설익은 풋 사랑이 차암 설레였었는데 요즈음 아이들은 그런 사랑을 알 수나 있을런지, 황진아 우리는 이렇게 쉽게 웃으며 읽고 지나가지만 넌 차암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겠구나. 고생했다.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었다. 건강도 잘 챙겨라.
선생님께서, 누군가를 유난히 이뻐한다면 이뻐해 주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누구나 이뻐해 줄 이유가 아닌, 누군가가 알면 이뻐할 수 없는 모서리를 그 아이가 갖고 있기에...선생님은 그런 모서리를 잘도 찾아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분이십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언젠가는 쓰고 싶습니다.. 아주 잘 쓰고 싶습니다. 그래도 될 만큼 얼른 훌륭해져야 하는데...시간이 오래 걸려도 기다려주실거죠? 사랑해요 선생님^^
정확히 28년전의 저의 첫사랑~~~아니 짝사랑이죠..멀리서 보고,날 볼라치면 도망가고...세상의 때로 순진했던 그때의 감정이 묻혀있는 지금...ㅋ이태리 타올로 빡빡 문질러 세상에 보이고 싶네요...피식~~
그랬던 그 순진함이, 묻혀 있을 뿐 딴 데로 이사가진 않아요. 순진한 아이라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으외로 고집이 세서, 아주 묻혀버릴만 하면 그대 마음방을 두드린답니다. 내가 얌전히 있다고 해서 아주 잊어 먹음 안된다고 경고하죠. 그건 당신 영혼이 다칠 일이고, 그런 말은 그사람을 다치게 할 일이라고..그래서 우리는 순진한 사람들을 보면서 아름답게 늙어야하겠구나, 착하게 살아야겠구나..하지요. 후배님 마지막 문장!!!이태리 타올..멋진 표현입니다^^ 접수할래요 그래도 돼죠?
옛날 깐날에 누구에게나 있었을지도 모를 범사(?)에 평범치아니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필력,산고에 머리숙여봄니다......가슴속 깊은 저곳,.아련히 간직되어있던 머~언~먼 그때 그곳으로 추억 여행을 다녀온 따땃한 시간이었음니다..혹자는 "사랑을 사랑이라 말 해버리면 그건 이미 사랑이아니다"라고 한다는 썰도있다지만요......그래도 동지절에 검디검은 밤하늘 저 먼 은하세계속으로 여행을 가봄니다..겁을 돌고~~돌아 올때는 첫사랑,그리고 그 설레임과 함께이면 좋겠지요...어릴적 내 고향.. 추억 여행기회 감사드림니다.
'유구무언' 이라 하셨지요? 답글에 대한 부담감을 헤아려주신 마음임을 알지만, 어찌합니까..입은 다물어도 손가락이 살아있으니^^아름다운 댓글을 보고 말보다야 머리가 움쩍거리고, 내 손이 가만있지 못하니.. 겁을 돌고 돌아 올때는 첫사랑, 그리고 그 설레임으로~하! 길 벗은 꼭대기 어둠마저 벗기울 작정으로 말갛고 뽀얀 달님이 손가락에 닿을 듯 말듯. 그 처연한 아름다움에 때묻은 마음자락마저 벗기을듯 말듯..설레어지는 문장입니다. 추억여행 한바퀴 드린 셈치고는 과분한 칭찬이지만, 달콤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닌지라...쌩유입니다. 선배님*^^*
황진이의 글을 읽으면 답글도 잘 안 써진단다...나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 잘 알기때문에 부끄러워서 인가봐..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황진이..너에 대한 기대감과 따스한 정을 보내지만..............우에겠노?...너는 첫사랑을 그토록 아름답게 표현하는데...내 첫사랑은 아~~하다가 말았띠다.........내내 건강하그라...
ㅎㅎㅎ 아~~하다가 말았띠다 라고요^^ 저도 하다가 말았는 걸요. 다음엔 좀 더 배워보라고 슬쩍 가져가버린 첫사랑인걸요. 하다 말기가 얼마나 다행인가요. 끝까지 갔더라면 이런 글마당 펼치기나 했을라구요. 상처받아 신음하는 여린 여인네 마음을 헤아릴줄이나 알았을까요..이별의 아픔을 겪어보지도 못했으니 고독이 뭔지, 외로움이 뭔지 알기나 했을라구요..잃은 것 보다 얻은 게 많으니 전 아쉽지도 부끄럽지도 않답니다.다이아몬드 번쩍이는 선물보다 사랑의 떨림을 어설피 적어 내미는 그 따뜻한 남정네 마음을 헤아리는 여인네 됨이..참으로 다행인걸요. 그래서 언니를 이해할 요량도 생기고..^^ 좋잖아요 그쵸?
고운글 잘보고 갑니다..첫사랑이란 주제가 풍기라는 주제에 버금 갈 정도로 관심이 많은것은 누구에게나 하나쯤 품고있는 아름다운 기억이기에 그러할것 같습니다. 첫사랑을 생각하면서 "혼자의 기억으로 간직할때가 더 좋을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쁜 글로도 표현이되는군요^^ 근데,인터넷상에서 읽는 글로는 좀 길다싶네요..1,2부로 나누었으면 더 좋았을거라는생각이 들고. 또 글이란 대중을 상대로 하는것이기에 독자의 마음을 헤아려 써야겠지만 그러나 저의 느낌으로는 너무 글에 간(?)이 센것같아 2% 부족함을 느낍니다. - "그렇게 잘낫으면 니가 써봐라" 그리 생각하신다면 제 대답은 "그저 죄송합니다" 입니다^^......... 텨==3
존경하는 굿맨님. 그렇게 잘낫으면 니가 써봐라~ 한다해도 저처럼 못쓰시잖아요^^제가 선배님의 심오함, 예리함의 글 흉내를 못내듯 말입니다. 양념을 너무 치지 않았는가..정확한 지적에 감탄합니다. 누군가를 잔뜩 의식해서 쓴 문장들..부끄럽구요. 그래도 공부해야, 노력하고 고치고 또 반복하지 않도록 잡아매면서 좀 나아질테니 계속 써야겠지요? 칭찬이 칭찬의 다가 아니고 비판역시 비판의 다가 아님을 아니까 다음엔 조금 더 신중해질게요. 그 뚝배기같은 말투. 그 퉁명스런 호통속에 저는 굿맨님의 따스함을 오버해서 느낀답니다.^^ 뵌지가 오래된 것 같으니 조만간 뚝배기 먹으러 한 번 갔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굿맨님~
무언지 모를 그저 그런 설레임속에... 황진이님이랑 아주다른 첫사랑의 발자취를 함 거슬러 올라가려구, 드디어 내일 풍기로 고고씽(매년 동문행사 때에는 마시느라 정신없이 상경했는데 낼은 홀로 시간을 내어..) 눈을 지긋이 감고 함 옛 정취를 함 그려봅니다...동부동 철교 밑은 예전과 같이 겁없이 다이빙 할 정도로 물이 흐르고 있는지? 금선정은? 중학교 담 옆 향교의 모습은? 낮에는 남탕, 밤에는 여탕이었던 남원천의 강물은??? 어찌됐든 황진이님 발자취 아니 발 뒤꿈치를 딧고 동일한 사물을 보더라도 당신 시상의 1/100 정도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은 당신만 못지 않을 것 같구, 억누를 수 없네요^^^~~~
홀로 시간내어 고향을 가신다기에, 가신후에 답글 달려고 미루었습니다.^^ 홀로 아리랑고개를 넘어가셨으니 많은 생각을 담고 오셨겠네요.설레임끝에 아쉬움과 그리움의 유년이 묻어있는 고향산천..따뜻하던가요? 다이빙하기 직전의 그 후들거림. 성공한 후의 그 으쓱함을 모조리 담고있는 우리네 고향 냇가..수십년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한번 씩 떠올리지만 어쩌면 그는 매일 반추하며 흐르고 있겠지요. 반백년 도시의 흔적을 갖추어 입고 나타난 당신을.. 고향은 단박에 설레는 꿈을 싹튀우던 소년을 끄집어내어 마중나가게 했겠지요. 수많은 도시 곳곳에 숨어 있다가 이렇게 우리를 만나게 해주는 고향의 파워!!멋진 우리들의 풍기지요.
먼 발치에서 조금씩 보여지는 모습을,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억제하고 옛 모습을 그리며 조용히 다가가서 보니... 아뿔싸!! 40여년을 고이 간직하였던 그 첫사랑의 모습은??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그 자체였습니다(그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일부 형태만 남아있을 뿐... ) 환상은 무참히도 짖밟혔습니다. "금선정"은 새로운 다리가 12/8 준공, 그러고 노송은 물이 마른 계곡을 향하여 거의 쓰러질 듯 누워있구, "철다리"의 옛 교각 3개는 보존된 것 같으나 새로운 도로 개통에 따른 변화된 물줄기로 옛 정취를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역시 첫사랑은 설레임의 가슴속에 영원히 묻어두었어야 하는 아쉬음이~~~~~
갑자기 양심이 찔려옴은 무얼까요? ㅎㅎㅎ나도 과거가 있다는 이바구네....비슷한 경험이 있었지....몇년이 지난 어느날 그가 서울로 찾아왔었지요. 내마음은 이미 얼굴이 새하얀 서울 아이들에게 빼앗긴 것을 모르는 그가....난 냉정히 널 잊었노라고 말했어요..어린 나이였지만 참담한 그의 얼굴이 지금까지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쳐있어요...세월이 흘러서...30여년이 지난 어느날...그가 나타났어요....늙은 그의 아버지 모습을 하고서....내 가슴엔 아직도 소년인데.....추억은 추억으로 끝나야 하지않을까요?...황후생각....[이거 남편은 모르는데.ㅋ] 올해 나의 수확은 황진이를 얻었다는것!!!!
나, 혹은 우리들은, 어떤이의 아픔이기도, 어떤이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아픔도 기쁨도 세월이 수차례 요동을 친 후엔 그저 아련한 추억이 되지요..나이가 든다는 것. 아주 나쁜일 만은 아니라는 생각. 바람직하게 늙어 갈 수 있음도 오만한 인간에게 부여 된 혜택이라면 혜택이겠지요? 늙은 아비를 닮은 소년이 아리게 다가오는 것. 아름다운 심상을 간직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지..수확물에다 황진를 함께 엮어주시니 영광입니다 언니^^
첫사랑... 첫사랑을 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내겐 첫사랑의 대상이 누구인지 이제 기억도 없네요. 첫사랑이 대부분 짝사랑이고 짝사랑의 기간이 당시에는 길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구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첫사랑, 그렇지만 가슴에 전달되는 첫사랑의 느낌입니다. 뵌지가 오래되었네요. 건강하세요.
문여님..안부부터 여쭈울게요..두루두루 평안한 가운데 제 사모하는 준량님 안부까지.. 가을 문턱까지 아스름하니 감기어오는 금양정사..차가운 바람결에도 여전히 따뜻함이 고여 있을 거 같은 금양정사..문여님을 대하면 금양정사를 그림자로 안고 있을 듯합니다. 댓돌아래 구름도포 펄럭이며 미소짓던 황준량님..아~ 갑자기 너무나 그립습니다. 혹시 가실 일 있어 그 곳에 가거든, 황진이라는 여인네가 당신을 그리워하더이다 라고, 별 일이지 않냐고....
생각만 해도 설레임 그 첫사랑,,,,참 많은걸 생각나게 하네..친구의 글을 읽으며 어떻게 이렇게 주옥같이 아름답게 쓸까. 참 부럽고 질투가 나는걸 보니 내 짝사랑(첫사랑)은 이렇게 표현을 할수 없어서일까. 그리움 때문에 가곡 "그 집앞"처럼 혹시 그리운 얼굴 함 더볼까 싶어 발길을 돌리지 못함도 생각나고.. 좋다고 표현도 못하고...친구와 통화하면서 왜 답글안다냐 했지? 아름다운 글 좀 더 찬찬히 읽어보고 답해도 모자라는데 잠시 훌터 보고나서 답글쓴다고 애썻다 친구야 하기 민망해서라네...힘들고 어렵더라도 더 주옥같이 아름다운 글 많이 써서 감동에 감동을 많이 주게... 사랑하는 친구야 애틋한 마음 글로 표현 하느라 욕봤다
내 글이 올라오면, 알게되지..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음을..그들이 기다리리라 착각했음을..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나는 불안해지지..읽고 또 읽어보면서 그가 외면하는 이유가 어디쯤 붙어 있는지 찾아 헤매게 되지. 글이 올라오면 선두로 달려와 내 모자란 글재주를 어루만져주던 네가 안보이길래 전화를 받자마자^^ 글이 너무 길어서...아이고! 너무 긴 게 탈이구나*^^*이제 읽을이는 다 읽었을 즈음 아직도 나는 초조해..호수같은 그 분은 왜 안오시나..뭘 더 반성해야하나.. 내친구 익아. 먼 곳에 있어도 수시로 확인 시켜주는 이 놀라운 마당. 이 놀라운 인터넷 세계. 짭쪼름한 부산 바다내음을 실어나르는 너! 보고싶다
두 차례 들어와 본문을 읽고 댓글과 답글을 읽어보았습니다. 비슷한 감정으로 우리는 지난날을 보냈습니다. 특히 같은 고향에서 자랐고 사춘기를 보냈다면 황진이동문의 뛰어난 필치로 풍부한 감정을 소화하여 표현한 글이 한마음으로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異姓의 접근에서 표현되는 단어를 나열할 적에는 부끄러움이 있으련만 극적인 순간을 기교한 어법으로...
단편소설에다 당시 배경과 자평한 글까지 나열된 작품, "아리랑"(조정래)의 주인공 수국이 생각이 났답니다. 성은 참 아름다운데, 때문에 상처 받는 일이 더 많아서 먼-길 갈 때 까지 기도하며 수련하며 살아야할 고귀한 존재(인간)라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 公山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오늘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고 내일은 올겨울 중 가장 추운 기온이 될거라 예보하더군요. 영하9도까지 내려간다는데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우리 고향 풍기. 내 어릴 적 그 겨울의 삭풍이 몰아쳤을 때 기온은 얼마였을까, 체감온도는 과연 영하 몇도였을까 하고요. 문고리가 쩍쩍 달라붙던 사납고 사납던 그 바람의 온도가...그것을 부딪치고 자라난 우리들의 저항온도는 과연 또 몇 도까지 견딜 수 있을까 까지. 그 바람마저도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고개 숙인체 순하게 길들여진 건 아닌지. 겨울 그 절정의 1월속의 고향을 만나러 갈까합니다. 잠깐이라도 뵈고 온다면 좋을 텐데...따뜻한 댓글 고개숙여 인사드립니다.
긴 세월속에서도 14살 소녀가 간직한 기억이 놀랍습니다 그시절 감정 느낌을 묘사하는 첫 사랑의 정의와 사랑학 강의가 예사롭지 않군요,, . 순수한 열정, 지울 수 없는 첫 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소녀가 세상을 걸으며 눈과 마음으로 쏫아내는 문장들 단편소설로 다듬어도 무리 없을것 같습니다 .이원고가 원고지 68장 분량입니다 그 재주로 우리네 삶에 따뜻한 사랑을 일께우고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켜 줄수 있는 좋은 작품이 머지않아 잉태하리라 믿습니다. 모든게 순탄하지 않고 아프고 힘든것도 압니다 그러나 감추고 웅크리면 너무 아깝지 않나요 가슴속 깊이 새겨진 소망 부디 누르고 버리지 마십시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의욕이 충만하고 결의가 상당합니다. 조금씩 진행이 되면서 일의 진척이 느려지거나 생각보다 번거롭고 효율적이지 않다싶으면 상당수는 처음의 결의를 잊은척하거나 합리적인 변명을 만들어 그만둬버리지요. 어떤 선배님께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풍우회카페를 한사흘 돌보지 않는다면 엉망이될 거라고...남들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절대 다 하지 못할 일을 하시는 시보네님..그동안 너무나 애써주시고,이뻐해주셔서...행복했습니다. 선배님처럼 묵묵히, 말없이 할 일을 해 나가기. 그 것 하나만 배우면 되는데..그것 하나 배우기가 참 만만치 않네요^^ 편히 주무시고 계시지요? 고맙습니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