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의 말
인생결론 세 마디
“여러분들이 인생문제를 제게 물으면 저는 늘 말하기를 사람이 사는 일생이란 바로 다음 세 마디라고 합니다. ‘영문을 모른 채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까닭을 모른 채 죽어간다.’ 사람마다 다 그렇습니다. 자기 스스로 영문을 모른 채 태어납니다. 어떻게 태어났는지 왜 태어났는지를 모릅니다.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어쩔 수 없이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이것 추구하고 저것 추구하고... 한없이 추구합니다. 사람들은 늘 말합니다. 모두 쾌락 ·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라고요. 이렇게 보면 사람들은 사는 게 즐겁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죽기는 싫고 살아가자니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그렇게 살아갑니다. 최후에 죽을 때는 까닭을 모른 채 떠나갈 뿐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남회근 선생의 말입니다.
우리들 인생은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는 생(生)과 사(死)의 장막 저편의 실상(實相)에 대해서는 거의, 아니 전혀 모릅니다. 살아가면서 그 비밀을 알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영원히 풀지 못할 수수께끼로 그냥 포기하고 살아갑니다. 생명의 실상을 꿰뚫어 볼 지혜의 눈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생사문제는 회피할 수 없고 신중히 사유해 보아야할 중대한 문제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즐거움은 추구하고 고통은 피하는 본성을 갖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불안 공포는 저마다 속마음 깊고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심리학에 의하면 죽음에 대한 불안을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의식적인 상태로 끌어올려 적절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갖가지 정신적 사회적 질병을 낳는다고 말합니다.
생사관은 인생관 · 인생에 대한 태도를 결정합니다.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인생의 기점과 종점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어떻게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전제가 됩니다. 잡아함경「권38제1076경」은 말합니다.
“사후의 세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하지 못할 악행이 없다[不計于後世, 無惡而不爲].”
사람들은 대부분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재물욕 · 색욕 · 명예욕 · 식욕 · 수면욕이라는 다섯 가지 욕망에 지배되어 뒷날의 과보를 돌아보지 않은 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없이 추구하면서 악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죽으면 끝일까요? 이 책은 그 답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또한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는 우울증 등 갖가지 정신심리 문제를 낳을 뿐만 아니라, 사교(邪敎)의 함정에 빠지게 하기 일쑤입니다. 이런 문제는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그 가장 심층의 원인을 규명해보면 생사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불교는 이미 2천5백여 년 전에 생과 사의 비밀의 진상을 자세히 말해 놓았습니다. 오늘날 생명과학 · 인지과학은 점점 그 이론을 연구하고 증명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남회근(南懷瑾) 선생의 저작인 ‘인생의 기점과 종점(人生的起點和終站)’을 번역한 것입니다. 선생의 저작은 논어강의 · 대학강의 · 불교수행법강의 등 이미 몇 종이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선생은 일생동안 특히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을 깊게 연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행을 통해 높은 도(道)의 경지에 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은 이 책에서 불교야말로 생명과학이라며 인간 생명의 정상적인 출생과 사망 과정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해야만 한 생각 무명[一念無明]을 알게 되고 자기를 인식할 줄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 대략 내용은 출판설명과 차례가 말해주고 있으므로 생략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므로 불교교리사상입문(송찬문 편역, 근간예정)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인생을 진실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인생관을 세워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0년 2월 서울에서
송찬문 삼가 씀
출판설명
태어남과 죽음의 문제에 관한 책들은 항간에 꽤 많은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그 대부분은 밀교(密敎)에 속한 것들입니다. 얼마 전 호송년(胡松年) 씨가 일부러 미국으로부터 상해에 와서 남회근 선생께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큰일에 관해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본서의 기록은 남선생께서 무작위로 호송년 씨 등에게 말씀하신 것으로 먼저 사망에 대해서부터 얘기를 시작하여 사람의 출생에 대해서까지 설명합니다. 내용은 모두 인간의 정상적인 생명의 윤회환생 변화를 기준으로 말씀하신 것이며, 불법의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종교의식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게 생명과학의 입장에서 하신 상세한 설명입니다.
이 밖에도 남선생께서는 그때그때 수행의 중점을 제시하고 다른 각도에서 해설함으로써 학인들로 하여금 관건을 쉽게 파악하여 수행의 바른 길로 들어가게 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수행 진도와 방향을 더욱 이해하게 함으로써 미로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게 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본래 각 종교마다 그 진상을 추구하는 목표가 되며 그 생사(生死)에 대해서는 종교마다 다른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호송년 씨가 이번에 천리 길을 멀다하지 않고 온 것은 자기 개인을 위해서도 알고 싶을 뿐만 아니라 해외의 나그네나 친구, 그리고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잘 알게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출가자는 생사를 마치기 위해 세간을 떠나 노력하지만 재가자도 마찬가지로 생사문제가 있으니 어찌 중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한 편의 기록은 재가 대중을 위해 말씀하신 것으로 청중들 중에는 남선생으로부터 여러 해 동안 배운 분들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해 과정 중에 남선생께서 종종 언사(言辭)가 준엄하셨는데, 그 속에는 편달 격려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남선생께서는 이 기록을 책으로 인쇄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말씀하신 내용이 간략하고 온전한 수준이 못된다고 느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은 이 기록 내용이 남선생이 생각하는 온전한 수준에는 미달이지만 남아있는 진귀한 자료로서 자세하고 명확하여 독자의 마음속에 있는 적지 않는 미혹의 덩어리를 풀어주어 이익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강의는 2006년 6월 14, 15일 양일간에 하신 것으로 허형산(許衡山) · 조운생(趙雲生) · 류욱서(劉煜瑞) 씨 등이 녹음 기록하고 마굉달(馬宏達) 씨가 초보적인 교정을 보고 엮었습니다. 그런 다음 굉인(宏忍) 법사가 여러 차례 컴퓨터상에서 수정 정리한 원고를 사금양(謝錦揚) 씨가 엄밀히 교정 대조했습니다. 그리고 내용의 개요는 편자가 더했습니다.
2006년 정월 묘항(廟港)에서
류우홍(劉雨虹) 씀
차 례
역자의 말 5
출판설명 8
제1강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탐구해 온 생사문제 • 13
뉴욕의 사원∣일본밀교 · 티베트밀교 · 뵌교∣종군했던 스님 현명법사∣ 전생과 후세의 문제∣인과의 과학성∣변역생사와 분단생사∣우리는 모두 화신이다∣무엇이 오도성불인가∣변화와 불변화∣도리를 네 가지로 나누다
제2강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 • 45
수종정침(壽終正寢)∣오늘날 시대 사람들의 죽음∣질병 없이 죽는 사람∣유물에 유심이 더해진 생명∣죽음전의 사대(四大) 변화∣죽을 때 미리 나타나는 윤회의 조짐∣5종의 무심지
제3강 어떻게 중음신이 생겨날까 • 66
화장(火葬)의 문제∣묘지 풍수설의 유행∣갖가지 다른 안장법∣풍(風)과 난(暖) · 수(壽) · 식(識)과의 관계∣당신은 늙지 않았나요∣사대의 분화∣염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생각의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중음신이 생겨난 후의 광명∣꿈같고 허깨비 같으면서 신통이 있다∣습기(習氣)를 통해 윤회를 보다
제4강 빈사경험과 이혼증, 음신과 양신 • 98
빈사(瀕死)와 혼절(昏絶)∣혼이 떠난 소녀∣몽유인∣수도하면 왜 신통이 있을 수 있는가∣독영경(獨影境) · 음신(陰身) · 양신(陽身)∣왕양명의 고사
제5강 혼백과 중음경계, 환생과 12인연 • 121
혼과 백∣중음경계에서의 행음과 상음∣중음경계에서의 다생의 업식 현상∣세 가지 꿈∣12인연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등류와 이숙의 생명∣선종 · 밀종 · 성종∣파산해명선사의 고사∣삼합일(三合一)의 명색(名色)∣십일체입(十一切入)
제6강 인생12고 그리고 태아생명 • 166
인생의 12고(苦)∣인생의 고통을 벗어나도록 노력하라∣법계는 어디에 있는가∣어떻게 태가 이루어지는가∣습기의 전동(轉動)∣태중의 성장변화∣태아의 경계∣자살의 과보∣입태 · 주태 · 출태 모두에 미혹하지 않다∣천인의 경계∣풍대관(風大觀)으로 사대(四大)를 변화시키다
(부록) 허운대사∣일대의 종사 남회근 선생 •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