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토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하자, 노다 총리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혜를 내겠다고 한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노다 총리는 서울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의 평화비를 철거해 달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인지요?
평화비를 철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일본 정부는 그 동안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해결되었다는 둥, 거듭 사과를 하였다는 둥, 기금을 통해 인도적 지원도 하였다는 둥 여러 가지를 변명하여 왔지만 어제 교토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반성하지 않는 속내가 그대로 들어나고 말았습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정의를 외치며 지난 20년간 일본 대사관앞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00번에 걸린 수요시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털끝만치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평화비를 철거해 달라는 요청으로 입증이 된 것입니다. 그런 태도로 거듭 사과를 하니 이것이 전혀 사과가 될 수 없는 것이고 인도적 지원 역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기 위한 '꼼수'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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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11년 12월 19일자 1면 | 노다 총리도 잘 아시다시피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인권문제이며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인류가 그 해결을 촉구하는 중요한 평화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전 인류에 대한 의무가 된 지 오래입니다.
왜 이런 문제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어제 노다 총리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혜를 내겠다고 하였는데, 엉뚱하게 '인도적 차원'은 무슨 인도적 차원입니까?
지난 1998년 4월 일본의 사법부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같은 중요한 피해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일본 헌법의 근본적인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입법을 통해 이를 해결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가 있고, 일본 최고재판소도 제2차 세계 대전중 피해자들에 대한 자발적인 책임이행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노다 총리. 일본은 삼권이 분립된 민주사회이며 법치주의 국가로 알고 있습니다. 왜 일본 총리는 일본 사법부의 권고마저 무시하면서 '인도적 차원'운운 하는지요?
혹 노다 총리는 한일청구권협정을 들어 일본 외무성 관료들의 '꼼수'에 넘어가 마치 법적으로 해결이 되었다고 착각을 하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그렇다면 일본의 조약국장들이 일본 국회에서 한일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청구권이 살아있다고 거듭 거듭 발언을 하였던 회의록부터 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지난 2010년 12월 동경에서 발표된 대한변호사협회와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공동선언문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위 선언문에서 명백히 밝힌 바와 같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본에서 입법을 제정하는 것이 유일한 길입니다.
일본의 양심적인 주권자인 시민들이 중심으로 1998년 4월 일본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그 이후 입법을 추진 중이고 일본 민주당도 야당시절 실제 법안을 계속 제출하지 않았습니까? 일본에서 입법을 통해 사죄하고 배상을 하는 것은 일본 총리로서 일본 사법부의 판단을 준수하여 이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총리조차 일본 사법부의 판단을 무시하여서야 그야말로 일본이 '무법천지'국가임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노다 총리.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드립니다. 자민당을 버리고 민주당을 선택하여 정권교체를 이룬 일본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자민당의 주류는 침략전쟁에 대해 반성이 없는 전범세력의 후예들이라는 것은 한국 국민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일본군위안부와 같은 비인도적 전쟁범죄에 대해 마주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자민당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심판을 하고 민주당을 선택한 것은 민주당이 야당시절 하지 못하였던 것을 여당이 되어 해결해 보라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야당시절부터 오랫동안 추진하여 왔던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을 즉시 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만약 일부 국민들이 해결된 문제라고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면 우선 외무성에 지시를 하여 작성이 된 지 45년이 넘었지만 비밀로 하고 있는 한일회담문서부터 공개를 하게 하여 1965년 한일회담 당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아무런 해결도 하려 하지 않았고 그래서 한 것도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서 시작을 하여 여론을 모아 입법을 완성하시길 바랍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즉각 해결이 가능하다는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로 걸어가 이웃나라와 화해하는 유일한 길이며 자민당으로부터 빼앗은 정권을 빼앗기지 않는 길이기도 합니다. 결단을 촉구합니다.
[기고] 최봉태 /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소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