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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필립스도 그 이상한 수소 그림에서 쿼크모델과의 유사성에 주목하였다. 그런데 오컬트화학의 수소 그림에는 쿼크에 해당된다고 보여지는 작은 원이 3개가 아닌 6개가 있다. 이 6개의 원이 두 개의 삼각형으로 나뉘어져 서로 교차되게 배열되어 있다. 그렇다면 혹시 하나의 삼각형(앞으로는 수소삼각형이라 부르고자 한다)이 세 개의 쿼크, 즉 하나의 양성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즉 이 수소그림에는 양성자가 두 개가 있는 것이다. 아니면 양성자와 중성자는 전하의 차이만 빼면 거의 흡사한 입자들이므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하나씩 있는 것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수소의 원자핵은 하나의 양성자로 되어 있다. 주기율표상의 원소들은 양성자의 개수로 원소의 종류가 결정된다. 양성자가 두 개 있는 원소는 헬륨이다. 한편, 양성자의 개수는 같지만 중성자의 개수가 다른 원소들을 동위원소라 부른다. 수소에는 두 가지의 동위원소가 더 있는데, 각각 중수소와 삼중수소다. 중수소는 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중성자, 삼중수소는 하나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되어있다. 헬륨에도 4He(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과 3He(두 개의 양성자와 하나의 중성자)의 두 가지 동위원소가 존재한다.
<그림 3.7> 수소와 중수소, 삼중수소, 그리고 헬륨의 동위원소들
오컬트화학의 수소원자에는 두 개의 수소삼각형이 있으므로 가능성은 둘 중 하나이다. 즉, 둘 다 양성자일 경우와 하나는 양성자, 다른 하나는 중성자일 경우다. 뒤의 경우는 중수소에 해당하는 것이다. 앞의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 개의 양성자가 있는 원자핵이라면 그 원소는 헬륨이다. 그러나 오컬트화학에는 헬륨원소가 따로 있으므로 헬륨원소를 수소원자로 잘못 식별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좀 위험한 발상이긴 하지만 이 그림을 수소기체 분자로 보면 안될까?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원자의 원자핵이 이렇게 같은 공간에 교차해 있다는 것은 우리의 물리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 과감한 가정을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이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것은, 실제로 이런 의혹을 일으킬만 한 문구가 오컬트화학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원소의 원자들은 중수소를 제외하고는 쌍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관찰된 적이 없다." (<오컬트화학> 제3판, p.2)
또,
"수소원자는 쌍으로 움직이는 것이 관찰되지 않았다." (<오컬트화학> 제3판, p.38)
자연상태에서 수소는 독립원자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분자형태(H2)로 존재한다. 수소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체원자가 그렇다. 그런데 투시자들은 원소를 관찰함에 있어 있는 그대로 관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대상은 그것이 원자이든, 화합물이든 정상적인 상태 그대로, 즉 전기나 자기장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관찰되었다." (<오컬트화학> 제3판, p.1)
이상과 같은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그들은 분자를 결코 관찰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혹시 그들이 관찰한 것이 분자상태의 기체는 아니었을까? 이 경우 두 개의 수소삼각형의 미스테리가 풀릴 것이다. 즉, 두 개의 수소삼각형은 두 개의 양성자인 것이다. 윌리암 아이센도 <카발라의 만능언어>에서 이런 의견을 말하고 있다.
"수소원자는 기체상태일 때 쌍으로 움직이는 것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두 투시자가 본 것은 수소원자가 아니라 수소분자였다." (<카발라의 만능언어>, p.228)
그렇지만 오컬트화학의 또 다른 내용을 보면 오컬트화학의 수소 그림이 수소 분자일 가능성도 없는 것 같다. 첫째, 물분자(H2O) 형태로서 관측된 수소원자의 경우, 두 개의 수소원자가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둘째, 오컬트화학에서 관찰된 모든 원소들은 수소원자를 기준으로 원자량을 산출한 결과, 즉 수소 = 18개의 아누를 원자량 1로 하여 다른 원소들의 원자량을 계산한 결과, 주기율표상의 원자량과 거의 맞아떨어졌다. 모든 원소들이 수소나 산소 같은 기체처럼 2원자 분자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컬트화학에서 관찰한 수소가 실은 기체분자였다면 1원자 분자(즉 독립원자) 상태로 존재하는 금속원소 같은 경우에는 그 원자량이 절반으로 산출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은 수소원자가 수소분자였을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이제 남은 한 가지 가능성, 오컬트화학의 수소원자가 중수소일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자. 그러나 이것도 금새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중수소라면 별도의 수소원자가 발견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고, 별도의 중수소가 오컬트화학에서 언급되고 있으며, 다른 원소들의 원자량 산출결과 자체가 오컬트화학의 수소원자가 중수소일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 등이 그 이유이다. 두 가지 가정 모두 타당하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더 난감한 문제도 있다. 그것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구조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문제를 단순화하기 위해 가장 간단한 수소원자만을 예로 들어 수소삼각형을 양성자와 중성자에 비유했는데 다른 원소들로 눈을 돌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몇 가지 다른 원소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그림 3.8> 수소, 헬륨, 질소, 산소원자
그림에서 보듯이 수소삼각형은 모든 원소에 공통되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다. 이것은 수소삼각형을 양성자나 중성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쿼크에 해당하는 공통적인 구조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원자핵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양성자나 중성자, 쿼크가 아닌 다른 구조로 되어 있을까? 그러나 여기에서 어떤 질서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원소들의 원자번호가 증가하면 또 색다른 사실이 나타난다. 그것은 원자들의 형태이다. 오컬트화학의 원자들이 원자 전체를 나타낸 것인지, 아니면 원자핵만을 나타낸 것인지도 아직 확실치 않지만, 그 어느 쪽이라고 해도 원자들의 모습은 기기묘묘한 형태를 가지고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원자나 원자핵의 모형은 공 같은 구 형태다. 그러나 아래의 리튬(원자번호 3)과 베릴륨(4), 붕소(5)원자의 그림을 보라.
<그림 3.9> 리튬, 베릴륨, 붕소원자
어떻게 원자가 이런 형태를 하고 있을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우리는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될 듯싶다. 즉, 기존의 양성자, 중성자 모델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오컬트화학을 허위라고 단정짓든지. 만약 오컬트화학이 허위라면 그것은 무려 38년에 걸쳐서, 오컬트화학 3판만 하더라도 4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과 200개가 넘는 그림들을 조작해낸, 정신병자들이나 저질렀을 법한 사기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 사실도 믿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쨌든 우리는 이제 그만 오컬트화학을 허위라고 판정내리고 이 책을 끝맺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데 잠깐, 그러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오컬트화학에 남아 있다. 나도 처음에는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에서 나는 투시자들이 있는 그대로의 원자를 관찰하였다고 하였다. 즉,
"조사대상은 그것이 원자이든 화합물이든, 정상적인 상태 그대로, 즉 전기나 자기장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관찰되었다." (<오컬트화학> 제3판, p.1)
그러나 바로 뒤따라 나오는 문장을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사대상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므로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선 천천히 움직이도록 해야 하는데, 특정 형태의 의지력만이 그 유일한 힘이다." (<오컬트화학> 제3판, p.1)
이처럼 리드비터와 애니 베산트 두 사람은 원자를 관찰하기 위해 사실상 그 운동속도를 현저하게 낮추었던 것이다. 원자의 구성성분들(아원자입자)이 워낙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 그대로 두고서는 상세한 관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컬트화학의 모든 관찰결과는 투시자의 의지력이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투시자들은 자신들의 의지작용이 대상의 속도 이외에는 어떠한 것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전기장이나 자기장 따위의 외부 힘에도 영향받지 않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에서의 관찰이란 게 그들의 확신이다. 오컬트화학의 편집을 맡았던 지나라자다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 오컬트화학과 물리학이 당장 어떤 관련성을 보이지는 않지만 장차 두 분야가 서로 만나리라 기대하면서 ― 물리학적인 관측방법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오컬트화학의 객관성을 신뢰하였다. 예를 들면, 아스톤 질량분석기나 분광기 같은 기기들이 원자를 탐사하려면 자기장이 필요한데, 원자에 자기장을 거는 것은 전기적으로 여기(勵起)된 원자들을 상대로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정상 상태의 원자 모습이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투시자들의 의지가 과연 관찰대상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을까? 현대 양자론에선 미시세계에서 관찰자의 관찰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관찰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언제나 관찰 주체의 입장이 개입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투시자들은 관찰 대상과의 아무런 상호작용 없이 객관적인 관찰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필립스는 원자에 일종의 의지력(염력)을 개입시키긴 했지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는 투시자들의 가정이 독단적이라고 결론 내린다. 의지력에 영향받은 원자를 달리 비교할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투시자들이 그것을 정상적인 원자라고 생각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투시자들의 보고내용을 보면 단순한 관찰자 이상의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음 예들은 투시자와 관찰대상간에 있었던 역동적인 상호작용들을 묘사한 것이다.
1. 메틸클로라이드를 메틸알콜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리드비터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염소 대신에 OH그룹을 끼워넣었다. 그러나 내가 의지력을 거두자 그것은 그대로 있지 않고 튀어나갔다. 그들이 계속 결합한 상태로 남아 있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리드비터는 또 이렇게 말했다: "산소는 의지력을 철수하자마자 떨어져나갔다."
2. 주석산의 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리드비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 개의 OH기로 Sn(OH)4를 얻을 수는 있지만, 이것은 불안정하여 의지력으로 그들을 붙잡아둘 동안만 그대로 유지된다. 의지력을 풀게 되면 SnO2 가 형성되고 나머지 산소원자는 날아가서 수소와 함께 2H2O를 형성한다."
3. 리드비터는 관찰대상의 운동을 늦추는 능력이 일으키는 섭동효과(攝動效果)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였다. "분자가 회전하고 있다. 그것을 붙잡아 정지시켜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 형태가 망가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늘상 관찰대상을 교란하지 않을까를 염려하는데, 그들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운동을 정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4. 이산화탄소의 분자를 조사하는 동안에 리드비터는 다음과 같은 주문을 받았다: "이들 CO2 중에서 하나를 취해서 산소를 제거하고 다른 쪽 나팔관(funnels)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세요." 리드비터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렇게 해보지요, 하지만 나팔관을 떼어낼 수가 없군요. 나팔관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산소는 떼어낼 수 있지만 나팔관들은 그대로 남아 나머지 부분들과 합치는군요. 나머지 부분들과 합류하여 전체가 분해될 것처럼 보입니다. 함께 붙잡아 둘 수가 없어요. 내가 산소 하나를 빼앗아버리면 다른 것들이 달아나 버립니다."
이상의 예들은, 고의든 아니든 투시행위가 관찰대상의 운동체계와 안정성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그 교란의 내용은 무엇인가? 필립스는 오컬트화학의 원자가 정상 상태의 원자가 아니라, 관찰과정에서 관찰행위에 영향받아 쌍을 이루게 된 변형된 원자라고 했을 때 많은 의문들이 풀리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론적 가설을 제시하였다.
"원소의 M.P.A.(Micro-Psi Atom ; 오컬트화학의 원자를 말함)는, 원자 규모의 영역에서 마이크로 투시 행위의 교란으로 초전도 힉스진공의 기저상태가 변함으로써, 두 원소의 원자핵이 합쳐서 구성된, 다중 오메곤(아누)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변형된 구속계(拘束系)이다." (<쿼크의 초감각적 인식> p.101)
즉, 오컬트화학에서 이야기하는 화학원소의 원자는 정상 상태의 원자가 아니라, 인접한 두 개의 원자가 관찰행위의 교란으로 그 구성성분이 해체되었다가 하나로 뭉쳐져서 독특한 형태의 준-원자 역학계를 형성한 이상(異狀)상태의 원자라는 것이다. 투시자들은 정상 상태의 원자를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으며, 그러한 잘못된 가정이 오컬트화학과 물리학의 괴리를 더욱 크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설은 오컬트화학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점들을 해결해준다. 우선 이 가설로 각 원소에 들어 있는 아누의 수와 원자량의 관계가 더 명확해진다. 즉 아누의 수는 원자량의 아홉 배가 되는 것이다. 18개의 아누로 된 오컬트화학의 수소는 원자량이 2다. 따라서 수소삼각형은 양성자에 해당하며, 3개의 아누가 들어 있는 작은 원은 쿼크에 해당된다. 수소 내에 두 개의 수소삼각형이 있는 것은 이 것이 두 개의 수소원자로 이루어진 변형된 수소원자임을 나타낸다. 왜 기체들이 쌍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관찰되지 않았는지, 즉 분자상태의 기체가 발견되지 않았는지도 이것으로 명료해진다. 오컬트화학을 본 몇몇 사람들이 오컬트화학에 나타나는 수소의 모습을 보고 쿼크와의 연관성을 떠올리지만, 두 개의 수소삼각형이 존재하는 이유나 다른 원소들의 경우 쿼크나 양성자와는 관계없는 구조를 하고 있는데 대한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양성자와 쿼크가 해체되어 새로운 구속관계를 갖는 준핵체계(quasi-nuclear system)를 형성한 상태임을 안다면, 그런 특수한 형태의 원자 구조가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