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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참에도 한참 농사일에 나서고 있다.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이들은 언제든지 자율적으로 쉴 수 있다.(사진/한상봉 기자) |
고창의 선우경식 기념 자활터의 김학배 씨는 “우리는 남들처럼 살면서 일하고 자고 놀러가면서 살고 싶다”며 “우리는 특별나게 살고 싶지 않다. 그저 농촌에서 시골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형편의 형제들이 모여 살면서 서로 견제도 하고 눈치도 보면서 서로 다독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창 요셉의 집에 다시 터 잡고 살고 있는 선우경식 기념 자활터에서는 식사당번도 정해져 있지 않고 설거지도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하고 있다. 주로 농사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마을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이 점심과 저녁식사를 챙겨주는 게 큰 힘이 된다.
다만 이곳에서도 퇴소규칙이 있는데, 술을 마시거나 구타행위를 하면 당장 떠나야 한다. 이것에 사는 형제(노숙인)들이 대부분 알콜릭이며, 구타는 공동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최소한 필요한 규칙 외에는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다만 외출이나 외박을 할 때는 미리 상의하도록 권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 머무는 형제들은 7명인데, 추가로 2명은 상주하지 않고 오며가며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6명이 가톨릭신자이거나 최근에 세례를 받았다. 이들은 주일에 호암마을 공소에서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고창의 정 모 한의사는 가톨릭신자는 아니지만, 한 주일에 한 번 정도 이곳에 찾아와 침을 놔주고 건강을 돌봐주고 있다.
▲ 요셉의 집 거실에는 선우경식 원장의 영정이 걸려 있다.(사진/한상봉 기자) |
▲ 요셉의 집 숙소.(사진/한상봉 기자) |
선우경식 기념 자활터는 후원회가 조직되어 일부 재정적 도움을 받고 잇으나, 기본적인 재원은 농사를 통해 얻는다. 현재 7천5백 평의 농지에 블루베리와 오디, 복분자 등을 심었다. 블루베리는 내년쯤 수확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그밖에도 배추와 고추를 포함해 야채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사는 형제들에게 일하는 동기를 부요해 주려고 다달이 약간액의 월급도 지급해 통장에 적립하고 있다.
한편 자활터의 책임을 맡고 있는 김학배 씨는 요셉의원에 대해 용서를 청하며 자신들의 삶에 대한 배려를 호소했다.
“그동안 저희가 잘못한 것도 많습니다. 아마도 신부님(이문주 신부, 요셉의원 원장)의 자존심을 건들린 것 같아요. 60평생을 사제로 살면서 큰 문제가 없었는데 저희들이 말을 듣지 않고 저항하면서 상처도 많았을 것 같아요. 신부님이 저희를 용서해 주시고, 저희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선우경식 기념 자활터에서는 여전히 요셉의원 측에 소액을 지불하고라도 요셉의 집 건물을 영구임대를 해달라고 바라고 있다. 김학배 씨는 “요셉의원 측에서도 요셉의 집을 잘 운영해 보려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잇습니다. 다만 그게 저희들 생각과 달랐던 것이죠. 우리는 관리당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우리 삶을 개척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남들이 보았을 때 위험하다고 여기겠지만, 기관의 보호아래 있으면 노숙인들의 자립은 영영 이뤄질 수 없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이렇게 사는 게 모험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고 싶어요.”
▲ 8월이라 한창 고추를 말리고 있다.(사진/한상봉 기자) |
▲ 이들은 복분자, 오미자, 머루포도 등을 재배하며 자립을 꾀하고 있다.(사진/한상봉 기자) |
선우경식 기념 자활터에서는 기본적으로 “이곳에 뿌리박고 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고, 자유롭게 왔다갔다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지역적으로 오지에 위치한 자활터이기 때문에 공동체 형제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자활터 입소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한 달 동안 살아보고 입소를 스스로 결정한다. 이력서와 신상명세서 등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살아가며, 기본적으로 공동소유, 공동소비를 원칙으로 하되, 6개월 이상 지난 사람의 경우에는 개인 자산을 일부 허용하여 적립하도록 돕고 있다.
-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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