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넋두리 (1) [2] 축구10년
#4642 작성일 : 2007-08-29 오후 6:11:28
요즘 축구에 관심있는 분들 마음이 답답할거다. 뭐 과거 우리 축구가 보여준게 썩 좋았던건 아니지만 이번 안방에서 보여준 U17의 무기력한 축구는 정도가 좀 심했나보다.
사실 우리처럼 10년 가까이 축구하는 아이를 뒷바라지 해온 학부형들 입장에선 뭐 별로 놀랄일도 아니다. 매 기(期)마다 실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선 지도자들도 "골짜기세대"를 만나면 큰 기대없이 적당한 성적으로 마무리하는걸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올해로 나도 축구 뒷바라지 10년째를 맞았다. 그 10년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럴때마다 정말 하고싶은 말들도 무지 많았는데 그럴 적당한 기회가 없었다.
한국축구를 진단하는 각계의 소리가 범람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지만 난 결코 우리축구를 비관적이라 보지않는다. 현재의 이 모든것은 한 국가의 산업화 과정처럼 우리가 밟아야만 하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본다.
단지 그 과정이 보다 짧고 견고한 초석이되는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옳바른 진단이 필요하고 그걸 바탕으로 옳바른 방향설정이 되야만 하겠다.
우선 10세 전후로해서 아이들이 처음 축구의 길로 들어서는 상황, 우리의 현실을 짚어보자. 나는 당시 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우리 아파트를 포함한 그 큰 아파트단지에서 축구를 시키는 아이는 유일하게 우리애 하나뿐이었다. 감독이 인근 초등학교를 뒤져 축구에 소질이 있어 보이는 아이들을 발견하면 즉시 학부모를 찾아가 축구입문을 유도하는데 선뜻 응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부자동네일수록, 학구열이 높은 동네일수록 그런 현상이 더욱 두르러진다.
우리애 학교는 그래서 선수수급에 항상 어려움이 있었고 선수 대다수가 인근지역 또는 지방으로부터 어렵게 유입되었다. 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본 인원을 채우기도 급급한 상황이라 좋은 팀은 커녕 모든게 악순환이었다. 가정형편상 아이의 보살핌이 어려워 자구책으로 축구부에 보내진 아이, 공부가 안되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내진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편견없이 애교육을 시키던 부모들도, 축구를 몹시 좋아하는 아이 부모들도 막상 축구입문을 시키는데는 역시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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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넋두리 (2) [4] 축구10년
#4648 작성일 : 2007-08-31 오후 4:14:55 조회 : 216
선생들의 시각은 어떨까. 수업태도나 질이 일반학생들에 비해 좀 떨어질테고 년중 내내 전지훈련이나 대회참가로 수업참여가 불규칙하니 영 달갑지가 않다. 교장의 성품이나 취향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교내 축구부의 위치는 사회로 치면 아마 "외국인 근로자 집단"쯤 되지 않을까.
우리애는 축구 시작할 당시 반장이었는데 담임선생이 상당히 의아해했다. 단지 축구를 유별나게 좋아한다는 이유로 축구를 시키기엔 당시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 가혹했다.
운동여건도 상황은 비슷해서, 빗물에 흙이 씻겨내리고 다질대로 다져진 맨땅위엔 모래알만 먼지와 함께 구르는데 이쯤되면 아무리 좋은 축구화 스터드도 턴동작에선 무용지물이다. 애들 무릎이 성할 날이 없다. 패진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넘어져 그곳에 피와 모래로 범벅되어 걸레처럼 헤진곳을 보면, 그러고도 땀먼지에 얼룩진 얼굴로 씩 웃는 애들을 보면, 정말 정말 가슴이 메진다.
이른봄 해토될 무렵의 운동장은 더 볼만하다. 이게 운동장인지 고래논인지 구별이 안된다. 아들을 전쟁의 사지로 내몬 애비의 심정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수없이 되뇐다. 세밀한 기술축구을 위해 잔디구장이 꼭 필요하다고 하는 논리는 아주 지당하지만 어쩐지 이쯤에선 괜히 물정모르는 부르조아적 발상처럼만 들린다.
나는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축구발전을 위해서 필요한것, 꼭 개선되어야 할것, 우선 투자가 되야 할곳은 바로 축구의 시발점인 초등학교 축구부다라고. 많은 일반인으로 부터 외면 당하고 학교로 부터 천대받는 처지로는 될 노릇이 아니다. 프랑스나 여타 축구 선진국처럼 동경의 대상은 아니더라도 축구를 시키는 것이 여느 피아노 과외 시키는 정도의 느낌으로만 와 닿을 수 있다면 우리 축구는 산다.
뿌리깊은 유교적 관념, 관료주의, 유별난 학구열, 핵가족시대등등이 모두 우리나라 축구발전의 걸림돌이다. 사회곳곳에 고루 인재들이 분산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인재편식도 심하다. 이런 악조건속에서 그래도 어떻게 하면 우수한 축구자원을 늘릴수 있을지 머리를 모아야 한다. 제발 잘못된 여론에 밀려 덜 중요한곳에 예산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차범근축구교실 슛돌이 등등 새로운 형태의 유소년축구 클럽이 소위 축구의 "업그레이드"에 많은 기여를 했다. 이건 기여정도가 아니라 혁신이다. 이런 업그레이드된 분위기를 초등학교 학원축구에 어떤 형태로든 접목 시켜야 한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범생이들이 축구부에도 득실거리게 해야한다.
우리축구는 지나치게 "몸"에 의존한다고, 그래서 안된다고 모두가 말한다. 전술한대로 여건이 그럴수 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사실 축구는 "머리"도 중요하다. 대개 몸과 머리는 반비례 한다. 몸의 힘과 섬세함도 역시 공존하기 어렵다. 그래서 좋은 선수 만들기가 그리 쉽지 않다. 지단이나 토티는 보기 드물게 이런 상극요소들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다.
"머리" 없는 아이가 성장해서 머리를 갖춘예는 없지만 머리있고 빈약한 아이가 (이런 아이는 대개 섬세하다) 헐크로 변신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축구정책은 꾸준히 아이들의 몸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오로지 키와 스피드가 관건이다. 일선 지도자들이 선수를 논할때 주로 쓰는 두마디, 게 커? 게 빨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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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넋두리 (3) [5] 축구10년
#4650 작성일 : 2007-09-01 오후 7:04:56 조회 : 152
축구 넋두리 (3)
약간의 인식차가 의외의 커다란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여기 우리 축구계에서 흔히 접힐 수 있는 사례하나를 소개해 보자. 우리애가 6학년이 되자 자연히 U13 대표팀에 관심이 모아졌다. 뭐 이건 모든 선수와 학부형들의 꿈이자 염원이기 때문에 비록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그 열기는 정말 대단하다.
우리가 잘 아는 인근학교의 중앙수비수 K선수는 비교적 몸이 건장하고 아주 터프해서 그 명성이 전국적이었다. 웬만큼 한다는 공격수들도 그 앞에선 지레 주눅이 들고만다. 그런 그가 대표팀에 드는건 너무나 당연했고 당시 감독이었던 아브람도 처음 소집된 훈련장에서 그의 이름을 정확한 발음으로 호명했을 정도로 K선수에게 호감을 가졌다. 운동장 주변에서 나와 함께 이를 지켜보던 K의 부모가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을지.
K의 아성은 그 후로도 약 2년간 변함없이 지속되었다. 그러던게 3년째 접어 들면서 모든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양상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점차 대표팀에서 그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 졌다.. 힘도 터프함도 여전했지만 상대를 제압할 정도는 아닌 듯 했고 효율적인 수비도 잘 안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커 보이던 키도 성장을 멈췄는지 그냥 평범해져만 갔다.
지금도 지인을 통해 간간이 그의 소식을 듣는다. 이따금 고교축구 지방대회 때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지나다 목격하기도 했고 경기하는 모습도 가끔 지켜보곤 했는데 그럴 때 마다 늘 많은 생각들로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K선수 뿐만 아니라 당시 함께했던 많은 수의 유소년대표 선수들이 그와 비슷한 처지다. 이유야 어떻든 무언가 잘못되었고 이런게 바로 비효율적 예산집행의 대표적인 예임에 틀림없다. 하긴 U17에서 U19대표로 이어질 가능성도 10%내외라 하니 U13에서야 말해 무엇하겠냐 마는, 왜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의지나 개선방안이 안 따르는지. 그래서 진짜 “될성부른 나무들”이 정작 필요할 때 “밑거름”을 못 받아 시들게 하는지, 그래서 많은 학부형들로 하여금 축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대표팀 선발시 갖가지 의혹을 양산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축구협회에서 향후 유소년 국가대표 선정기준으로 체력이나 신장 스피드에 앞서 패스능력을 우선으로 꼽는다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 본다. 모두가 인지하듯이 축구에서 패스는 정말 중요하다. 나도 움직이고 상대방도 움직이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최적의 패스는 말처럼 결코 쉽지가 않다. 그래서 한두 가지 능력만으로는 질 좋은 패스가 나오기 어렵다.
볼 컨트롤 능력, 넓은 시야, 빠른 두뇌회전 및 판단력 그리고 정교한 킥력등이 필수적이다. 이들 요소중 하나라도 빠지면 좋을 패스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패스능력 하나만으로도 축구선수로서의 평가는 거의 다했다고 보고 따라서 보다 순도 높은 대표선발을 기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되면 초등학교의 일선 지도자들도 점차 패스훈련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될테고 축구자원도 그런 방향으로 촛점이 맞춰져 자연스럽게 유입이 되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지 않을까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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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넋두리 (4) [9] 축구10년
#4651 작성일 : 2007-09-02 오후 6:05:22 조회 : 254
축구 넋두리 (4)
많은 우여곡절 끝에 좌우지간 우리애가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축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지만 그놈의 눈동자를 보고는 도저히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고 솔직히 두고두고 평생 따라다닐 것만 같은 놈의 원망을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일단 결정이 내려진 뒤 첫번째로 머리에 떠오른 것이 그 웬수 같은 운동장이었다. 죽어도 더 이상의 맨땅축구는 용납할 수 없었다. 땀 먼지 햇빛으로 찌든 얼굴이나 걸레처럼 헤진 무릎을 더 이상 눈뜨고 볼수가 없었다. 축구유학을 포함해서 보다 나은 축구환경을 물색한 끝에 지성이면 감천. 마침내 국내에서도 그럴듯한 시설을 갖춘 곳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비록 연습은 잔디에서 하고 시합은 맨땅에서 하는 아이러니가 얼마간 지속됐지만 (지금과는 달리 전국대회가 주로 맨땅에서 치러졌다) 어쨋거나 축구에서 잔디구장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딱딱하던 근육이 부드러워 지고 (난 딱딱한 근육이 정말 좋은건줄 알았다) 관절의 충격을 흡수해주며 자연스런 태클과 세밀한 기술향상의 변화들을 가져왔다.
잔디구장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꼈기 때문에 좀더 자세히 써야겠다.
우리 중학교에도 초딩시절 제법 이름깨나 한다는 우수한 선수들이 몇몇 있었다. 당연히 이들 모두는 삼사년 맨땅에서만 축구를 했던 애들이다. 각자가 운동량이나 운동방식은 조금씩 달랐겠지만 나름대로 볼터치도 기본기도 좋아 보였다. 문제는 무릎이었다. 거의 모든 애들이 무릎통증으로 고생하는걸 보았다. 더러는 척추통증을 겸한 애들도 있었다.
주로 이 통증은 무릎 슬개골 바로아래 "오스굿 슐레터”라 불리는 약간 돌출된 부위에서 오는데 성장기의 과도한 운동이 주된 원인이다. 심한경우 이 부위가 심하게 돌출해 절제수술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충격등으로 이곳의 뼈가 부서져 뼈 조각 제거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이란 말하자면 신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위한 일종의 자체경보 시스템이다.
오스굿 슐레터의 통증이나 수술이 선수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건 아니지만 그와 관련된 다른 부위 즉 무릎연골이 그만큼 손상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척도일수 있어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연골이 마모되어 제 기능을 못하면 아무리 주변인대를 강화시킨다 해도 무릎이 쉽게 틀어져 결국 십자인대마저 상하게 된다.
그나마 어렵사리 유입된 우수한 축구 자원들이 이렇게 위협 받고있다. 어려서부터 많은 대회를 치르다 보니 강한 팀일수록, 잘하는 선수일수록 혹사를 면키 어렵다. 물론 대회수에 관계 없이 훈련량이 지나치게 많은 팀 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 부모나 관계자들 모두가 나서 이를 부추긴다. 이들 모두에게 내일은 없다. 하늘이 두쪽 나도 오늘 어떻든 승부가 나야 하고 오늘 대표팀에 반드시 들어야 한다.
천만 다행으로 우리애는 이런 혹사를 면할 수 있었다. 대회 참가는 많았지만 강팀이 못돼는 관계로 대충 16강 정도에서 매번 머물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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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넋두리 (5) [2] 축구10년
#4658 작성일 : 2007-09-04 오후 3:51:02 조회 : 137
축구 넋두리 (5)
중학교 중반까지 우리 팀의 많은 유망주들이 이렇게 무릎통증 또는 허리통증으로 고생들을 했다. 몇몇은 무릎에 물이 자주 차서 정기적으로 말리는 치료를 반복해야 했고, 무릎연골이 찢어져 봉합수술을 받은 애들도 있었으며 디스크 때문에 장기간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애들도 있었다. 또 몇몇은 다리가 심하게 휘어져 O자 형태로 되었는데, 이런 저런 부상들로 인해 재활치료를 밥 먹듯 하다 보니 이 중요한 시기에, 정말 중요한 시기에 정상훈련을 받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잔디구장의 영향인지 아니면 쉬엄쉬엄 운동을 했기 때문인지 하여간 중3이 되니 그나마 아이들 몸 상태가 웬만해져서 전국대회 우승도 할 수 있었다. 아직은 이들이 현재 고3이니까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고 대략으로나마 줄곧 맨땅에서 운동한 타교 애들에 비해서도 전반적으로 양호하게 보인다.
어쩌다 우리애가 집에 있을 때 맨땅에서 운동 좀 하라 하면 “도가니” 나간다고 펄쩍 뛴다. 상황이 불가피할 때 이따금 맨땅에서 게임을 뛰고 나면 미세하게나마 무릎의 이상을 느꼈던 경험 때문일 거다. 잔디의 쿠션이 선수들이 뛸 때 무릎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줄 것 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잔디는 선수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우수한 어린이 축구자원의 원활한 유입을 위해서도 꼭, 정말 꼭 필요하다.
다행히 2002 월드컵 이후 잔디(인조)구장이 엄청 많아졌다. 요즘은 지방 어느 대회나 백프로 잔디다. 맨땅에서 치른다고 하면 학부형들 아마 난리 날거다. 불과 요 몇 년 새에 우리에게 불어온, 희망의 불씨를 지필 아주 중요한 변화임에 틀림이 없다. 최근 우리집 근처에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도 잔디가 깔렸다. 우리아들 이제 도가니타령 못한다. 동네 대학생을 포함한 중고생들이 제각각 맨유나 국대 유니폼들을 입고 매일 이곳에서 어울려 공을 찬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괜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잔디 보급과 더불어 얼마 전부터 한기간 집중적으로 열리는 전구대회의 규모를 줄이고 외국처럼 연중 주말리그 형태로 바꾸려는 협회의 시도가 있어왔다. 아직 각급대회 주최측의 대승적 차원의 양보가 미흡해 결실을 못 보고 있는 듯 하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아주 바람직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링거액을 맞혀가면서 까지 게임을 뛰키는 집단광증과도 같은 그런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위가 더 이상 있어선 안되겠다.
이 참에 아주 경기시간대도 조정이 됐으면 좋겠다. 한여름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든 판인데 가장 뜨거운 한낮에 경기를 치른다는 건 이건 정말 제정신도 아니고 준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그 더위 속을 심판진이 지나가는데 선수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그러자 한 심판이 “야 내가 지금 안녕한거로 보이냐”고 답했을 정도다. 오전 10시부터 보통 4게임을 하니까 좀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오후 때가 되면 막상 경기가 끝난다. 아직 해 떨어지려면 멀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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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넋두리 (6) [4] 축구10년
#4665 작성일 : 2007-09-06 오후 6:25:37 조회 : 172
추구 넋두리 (6)
얼마 전 엄청 더울 때 우리애가 다니던 초등학교 감독과 통화를 했다. 시합 차 포항에 내려가 있고 다음날 있을 16강 야간경기에 대비하고 있단다. 아니 야간경기라니 세상에 참. 난 정말 마음속으로 격려의 박수와 기쁨의 환호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16강 통과하라는 격려는 아닌 것 같아 감독에게 미안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축구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처음 축구부에 갓 들어온 애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들에게서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원초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공을 쫓는 눈빛도 초롱초롱하고 지칠 줄 모르게 망아지처럼 얼마나 잘 뛰는지 모른다. 제2의 펠레니 마라도나니 모두가 호들갑이다.
물론 그렇게 잘 뛰어다니다간 갑자기 예고 없이 주저앉아 버리기도 하고 땅바닥에 그림도 그리는 등 산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군데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는 아주 자연스런 성장기의 특징이다.
이러던 아이들이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서 조금 난해한 모습으로 바뀌는걸 나는 많이 보았다. 반짝이던 눈빛도 사라지고 파닥파닥 뛰던 모습도 온데간데 없다. 이들이 아마 마음 아프게도 축구는 더 이상 재미있는 놀이만은 아니라는걸 깨달았기 때문 일거다.
지들 맘 내키는 대로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으니 영 맘에 안 든다. 그러다 개별적인 꾸지람이나 지적이라도 받는 날엔 더욱 밥맛이다. 난 이러한 시기가 축구를 처음 접하는 애들에겐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제발 이들을 급하게 틀에 억매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정기간 마음껏 공을 찰 수 있게 내버려 두어야 창의력도 늘고 축구에 대한 열정도 고이 간직하게 될 거라 믿는다.
하물며 가장 비인간적인 그래서 입에 담기조차 싫은 구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 구타로 악명 높던 학교들이 있었다. 소위 한국의 축구 명문들이다.
그들에게 구타는 우승을 보장해 주는 무슨 티켓이나 또는 아이들 힘을 짧은 기간에 갑자기 솟게 해주는 무슨 보약쯤으로 보이나 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아랑곳없이 갖은 욕설과 개 패듯이 무자비하게 애들을 깔아 뭉개는 지도자나, 그걸 보고 그래 맞아야 정신차리지 하는 학부형들이나. 그런 분위기 때문에 차마 돌아서 몰래 보이지 않게 눈물 훔치던 어머니들을 볼 때 마다 저놈들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들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곤 했다.
몇 년 전 신갈의 모 학교 파문 이후로 지금은 양상이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다. 여기 이처럼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끊임없는 관심 덕택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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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넋두리 (7) [1] 축구10년
#4666 작성일 : 2007-09-09 오후 5:40:27 조회 : 187
축구 넋두리 (7)
아주 평온한 휴일 한낮이다. 아침나절엔 아들놈의 선심(?)으로 오랜만에 함께 공 차러 갔었다. 내게 이보다 더한 행복이 이세상에 있을까 싶다. 좋아하는 골프도 이와는 잽이 안 된다. 애의 키가 공만하다고 느끼던 시절부터 함께 공을 차 왔으니 느낌도 색다르고 언제나 감회롭다. 어느 시점부턴가 힘이나 기술 스피드에서 서서히 역전되더니 지금은 완전히 놈의 볼보이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지만 그래도 난 그냥 좋기만 하다.
또 다른 즐거움은 아들과 목욕할 때다. 조각처럼 빚어진 단단한 몸을 보고있으면 더없이 자랑스럽고 뿌듯해져 축구 시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설사 현역선수로 성공을 못 하더라도 저렇게 건장한 몸으로 나중에 뭔들 못하겠나 싶다.
애가 중학시절에 난 두 가지 시험대에 섰었다. 그 하나는 축구계에 널리 알려진 뱀 자라 개구리 등의 보양식품이나 키를 크게 해주고 원기를 왕성하게 해 준다는 등의 갖가지 한약들을 과연 남들처럼 먹여야 하는가 였다. 백이면 백 모두가 그런 약들을 맹신하다시피 애들에게 먹이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이 바닥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유명 선수들의 예를 침이 마르도록 들어가며 내게 권하기도 했었다.
친분이 있는 지인 하나는 지금도 나만 보면 뱀 먹이라고 성화다. 강원도의 어느 유명한 땅꾼까지 구체적으로 거명 해가며 거기 뱀이라야만 믿을 수 있단다. 그의 지론이나 기준에 따르면 나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축구 학부형이다. 주위에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먹는걸 보고도 나만 안 먹이니 나중에 우리애만 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사실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난 애써 영양학적 이론으로 밀고 나갔다. 뱀도 결국 고단백 식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일회성 혐오식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먹일 수 있는 일반 고단백 식품으로 대체하자는 것, 운동직후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자는 것, 그리고 피로누적을 막기 위해 구연산이 많은 과일주스를 꾸준히 마시도록 하자는 것 등이었다.
시간이 흘러 애들이 고등학생이 되자 나의 이론에 조금씩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애가 뛰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도대체 뭘 먹이기에 저렇게 달라졌냐고 쑥스럽게 물어왔다. 어떤 보약도 먹인 적이 없음을 누누이 얘길 해도 도무지 믿지도 않을 뿐더러 내참 무슨 혼자만의 비법을 숨기기라도 한다는 눈초리다.
하긴 내가봐도 그럴 만 하지만, 난 그보다 우선, 많은 애들이 보약 과다복용으로 인해 대부분 간 기능을 약화시키고도, 그것도 모자라 또 다른 명약을 찾아 헛되이 헤갈할까봐 걱정이고 그래서 결국 축구교육이 자꾸만 고비용화 될까봐 그게 정말 걱정이다. 하여간 과유불급이다.
첫댓글 개구리먹은 전설적인선수는 박지성 아닝가..ㅋㅋ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울수있는 축구학교가 만들어졌으면하는 ... 유럽식 기본기 훈련같은것을
개구리다 개구리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개구리다
음 이제 일년 반정도 아들내미 축구 시키고 있는 부모입장에서 참 공감이 가는 글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