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그룹의 모체는 개성상인 출신인 함태호 창업주가 1969년 설립한 풍림상사다. 일찍이 서구 조미식품과 소스의 한국화에 관심을 가졌던 함태호 창업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외국 브랜드 제품을 먹일 수 없다”는 지론 아래 창업과 동시에 국내 최초의 즉석카레를 출시했다. 이어 1970년 수프, 1971년 케첩, 1972년 마요네즈를 잇달아 선보이며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베스트푸드 마요네즈로 유명한 미국 CPC인터내셔널, 세계 최대 케첩 회사인 미국 하인즈사와의 치열한 시장 쟁탈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아직도 식품업계에서 회자되는 스토리다.
조미식품류와 소스류를 비롯해 면류, 유지류, 수산물류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오뚜기는 현재 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카레, 수프, 케첩, 마요네즈 등 30개 제품은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농심과 삼양식품에 밀려 만년 3위였던 라면도 2012년 삼양식품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면서 선전 중이다. 2010년 함태호 창업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장남 함영준 회장의 ‘공격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뚜기가 지난 6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뚜기는 식품업계의 지속적인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1조7282억원, 영업이익 1051억원, 당기순이익 922억원이라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2년(매출 1조6866억원, 영업이익 1087억원, 당기순이익 758억원)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으나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 같은 오뚜기의 꾸준한 실적은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 나오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오뚜기 역시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의 핵심 화두인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인해 끊임없이 구설수에 시달려왔다. 이런 가운데에도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오뚜기 일부 계열사들이 2013년 결산배당으로 사상 최대 배당금을 책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구나 이들 계열사들은 오너일가가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어서,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덩치를 키워온 계열사들의 이익이 총수일가 지갑 속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실정이다.
특히 시민단체에서는 “배짱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속된말로 오너 곳간기업에 주력사들이 몰빵(일감몰기)해 주고 총수일가가 왕빨대(고액배당)를 꽂은 격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오뚜기의 일감몰아주기 실태와 배당 현황에 대해 짚어봤다.
▲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오뚜기 일부 계열사들이 2013년 결산배당으로 사상 최대 배당금을 책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구나 이들 계열사들은 오너일가가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어서,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덩치를 키워온 계열사들의 이익이 총수일가 지갑 속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실정이다. 사진은 대치동에 위치한 오뚜기그룹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오너일가 지분보유 일부 계열사들, 내부거래 없이 생존 불가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오뚜기그룹 계열사들 대부분이 내부거래에 매출을 의존하는 구조라는 것이 한눈에 드러난다. 이 중에서도 풍림푸드, 오뚜기라면, 상미식품,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애드리치 등 6개사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 일가가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된다.
난(卵)제품 제조·판매·가공 업체인 풍림푸드는 함태호 창업주의 둘째 사위 정연현 풍림푸드 대표 39.3%, 함영준 회장 28.6%, 함태호 창업주의 두 딸 영림·영혜씨가 각각 10.7%, 7.1% 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율을 합산하면 85.7%에 달해 사실상 오너일가의 사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분구조는 2013년 12월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이 회사는 오뚜기,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상미식품, 조흥, 오뚜기냉동식품, 오뚜기물류서비스 등과의 내부거래가 주요 매출원이다. 지난해 매출 687억원 중에서 299억원(43.5%)이 ‘집안’에서 나왔다.
풍림푸드의 매출에서 내부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69.2%(478억원 중 331억원), 2010년 67.2%(478억원 중 321억원), 2011년 65.5%(528억원 중 346억원), 2012년 (65.5%), 2012년 54.3%(541억원 중 294억원)로 나타났다. 해마다 점차 그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오너일가의 지분율을 감안하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라면, 식용유, 프리믹스 등의 제조·판매업체인 오뚜기라면은 함영준 회장과 함태호 창업주가 각각 24.70%, 10.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뚜기라면은 지난해 매출 4602억원 중 4581억원(99.3%)을 오뚜기, 오뚜기제유, 오뚜기물류서비스, 상미식품, 풍림푸드 등을 통해 올렸다. 특히 오뚜기(4572억원)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거의 절대적이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분구조는 2013년 12월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오뚜기라면 매출 중 특수관계사에서 발생한 매출은 2009년 99.8%(3607억원 중 3598억원), 2010년 98.3%(3459억원 중 3400억원), 2011년 98.7%(3894억원 중 3844억원), 2012년 99.3%(4425억원 중 4394억원)였다.
동결건조 제조 전문업체인 상미식품은 함태호 창업주의 동생 함창호 상미식품 대표이사가 46.4%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12년까지는 함영준 회장이 11.8%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함영준 회장이 빠지고 오뚜기(9.8%)와 자사주(5%)가 들어온 것으로 나타난다.
상미식품은 오뚜기, 오뚜기라면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96~98%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매출 709억원 중 694억원(97.3%)가 오뚜기, 오뚜기라면에서 나왔다. 상미식품의 매출에서 내부거래액 비중은 2009년 96.2%(475억원 중 457억원), 2010년 96.1%(464억원 중 446억원), 2011년 97.6%(551억원 중 538억원), 2012년 97.8%(636억원 중 622억원)로 파악됐다.
참기름, 후추, 와사비 등의 제조·판매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오뚜기제유는 지분 26.52%를 보유한 함영준 회장이 오뚜기(29%)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분구조는 2013년 12월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이 회사는 오뚜기, 오뚜기라면, 오뚜기냉동식품, 오뚜기SF, 상미식품 등과의 거래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오뚜기제유의 매출에서 내부거래액의 비중은 2009년 86.1%(259억원 중 223억원), 2010년 80.8%(303억원 중 245억원), 2011년 75.6%(328억원 중 248억원), 2012년 82%(440억원 중 361억원), 2013년 83.4%(513억원 중 428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3자물류 전문업체인 오뚜기물류서비스는 함영준 회장(16.97%)이 오뚜기(46.59%)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오뚜기물류서비스의 매출은 오뚜기, 오뚜기라면, 조흥, 오뚜기냉동식품, 풍림푸드, 풍림피앤피, 오뚜기제유, 상미식품, 오뚜기삼화식품, 오뚜기SF 등에서 나오고 있다. 매출에서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비중은 2009년 79.9%(601억원 중 480억원), 2010년 72.8%(672억원 중 489억원), 2011년 68.8%(753억원 중 518억원), 2012년 70.9%(835억원 중 592억원), 2013년 71.4%(932억원 중 665억원)였다.
광고대행사인 애드리치는 함영준 회장 33.33%, 함영준 회장의 자녀인 윤석·연지씨가 각각 16.67% 등 오너일가가 2/3의 지분을 갖고 있다.
▲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오뚜기의 내부거래 비중은 경쟁상대인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등에 비해서도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도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오너가 지배하의 계열사들 배당금을 사상 최대로 책정한 것은 배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대치동에 위치한 오뚜기그룹 본사 전경. ⓒ스카이데일리
이 회사는 특수관계자인 오뚜기와 오뚜기라면에서 올린 매출이 14억원~21억원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액 비비중은 13%~25% 수준이다. 그러나 고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대기업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총수 자녀들로의 경영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 창구로 이용돼왔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2005년 설립 당시 연간 약 500억원대 오뚜기, 오뚜기라면 등의 광고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던 애드리치는 지난해에 2012년(89억원) 대비 약 35% 증가한 1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 85억원, 2010년 84억원, 2011년 84억원으로 줄곧 80억원대에 머물러왔던 매출이 갑자기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가 오뚜기, 오뚜기라면으로부터 각각 100억원, 9억5000만원의 광고료 지급보증을 받고 있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밖에 총수일가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기계식 만두 제조·판매업체 오뚜기냉동식품, 수산물 가공·판매업체 오뚜기SF, 열전사지와 이형지 및 연포장지 생산·판매업체 풍림피앤피, 다(茶)류 식품 제조·판매업체 오뚜기삼화식품 등도 내부거래 비중이 70~90% 대로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풍림푸드·상미식품·오뚜기제유·오뚜기물류서비스·애드리치 ‘사상 최대 배당’
주목할 부분은 이들 6개사 중 오뚜기라면을 제외한 나머지 5개사가 2013년 결산배당으로 사상 최대 배당금을 책정했다는 사실이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분구조는 2013년 12월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풍림푸드는 지난해 배당금으로 지금까지 배당액 중 최대인 6억8600만원을 주주들에게 분배했다. 85.7%의 지분을 보유한 함영준 회장 일가는 5억8800만원을 받아갔다. 풍림푸드의 배당액은 2009년 3억원, 2010년 5억원, 2011년 4억원, 2012년 5억원이었다.
풍림푸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7억원으로, 2012년 58억원보다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배당금을 오히려 늘린 것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줄곧 5억원을 고수해왔던 상미식품 배당액은 지난해 9억5000원으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역시 사상 최대로, 46.4%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함창호 상미식품 대표는 9억5000만원 중 4억4100만원을 챙겼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오뚜기제유도 지난해 배당금으로 사상 최대인 15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2012년 6억원보다 무려 250% 증가한 수치로, 지분 26.52%를 보유한 함영준 회장은 이중 3억9800만원을 손에 넣었다. 오뚜기제유의 배당액은 2009년 4억5000만원, 2010년 6억원, 2011년 4억5000만원이었다.
오뚜기제유의 배당금이 이처럼 대폭 늘어난 것은 당기순이익이 급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35억원에서 지난해 10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지난해 배당금으로 7억5900만원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이 또한 사상 최대이며, 지분 16.97%를 갖고 있는 함영준 회장에게 1억2900만원을 안겼다. 오뚜기물류서비스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5억4000만원의 동일한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오뚜기물류서비스도 풍림푸드처럼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는데 배당금을 늘린 케이스다. 이 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0억원으로, 2012년 42억원보다 소폭 줄어들었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3년 9월 말(일부 12월 말)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억5000만원을 유지해왔던 애드리치의 배당금은 지난해 2억4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분 2/3를 갖고 있는 함영준 회장 일가는 1억6000만원을 받았다.
이와 관련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오뚜기의 내부거래 비중은 경쟁상대인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등에 비해서도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도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오너가 지배하의 계열사들 배당금을 사상 최대로 책정한 것은 배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