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한국청소년문학상 작품집 [완행열차]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이사장 리헌석 문학평론가)가 주최한 제12회 한국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집 [완행열차]를 발간하였다. 이 작품집에는 운문부문 17명, 산문부문 17명 등 34명의 작품 34편이 수록되어 있다.
* 작품 수록자 명단
- 운문부문 : 대상-전혜림, 금상-김연주, 은상-석지원 박권영 오병현 고서연 박지선, 동상-송수민 유예정 김수진 권건우 김지현 김진영 박은서 이건 이민주 이예섭
- 산문부문 : 대상-이주영, 금상-진은지, 은상-김성림 김민주 류연웅 김도경 고은하, 동상-육선민 이상우 김유진 김채련 이우주 이상아 이하림 임주영 황혜림
* 이사장의 발간사
제12회 한국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발간합니다. 대상, 금상, 은상, 동상을 받은 작품들을 모아 발간한 이 책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상과 감정, 그리고 서정적 지향을 확인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또한 문학 창작의 길에 들어서려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 글이 되리라 믿습니다.
2014년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안전 불감증이 깊고 넓게 퍼져 ‘세월호’ 침몰 사고가 있었습니다. 승무원의 무책임, 관련 기관의 비리, 정부 당국의 무능 등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특히 수학여행을 떠난 청소년들이 변을 당하여 가슴이 먹먹하도록 안타깝습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우리 모두의 자성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에서는 2002년부터 ‘한국청소년문학상’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900여 편의 작품을 예심, 본심까지 심사하느라 수고하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응모한 청소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수상작품집을 펴내며, 앞으로 더욱 알차게 운영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운문 심사평--경험세계의 섬광 같은 통찰
현대시의 언어가 많이 느슨해지고 풀어져 있다. 산문과 구별이 거의 안 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시는 여전히 시적 언어라야 한다는 집념이 퇴색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제12회 청소년문학상의 경우 ‘비연시’가 많은 편이다. 작게는 10행에서 많게는 30행이 넘는 것인데, 이는 시의 산문성이 응용해 낸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단형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스토리’가 있고, 경험세계의 통찰력을 드러내는 데도 이런 ‘비연시’가 채택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중적 현상모집에 응모할 때, 시의 경쟁력에 앞서기 위한 것이란 세간의 분석도 있다. 신문사의 신춘문예의 경우에서도 이런 현상이 지적되어 있다.
우리는 이것이 시의 한 방편일 수는 있어도 전부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시는 허용하는 한 구체적인 사물과 사람의 감각적인 세계이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언어와, 애매모호한 구름잡기식의 진술은 경계해야 될 일인 것이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시는 설명이 아니라 직관의 말이다. 직관은 의식적인 생각 없이 때로는 갑작스럽게 경험하는 섬광과 같은 통찰력의 미로인 것이다. 시가 숨 쉬는 무한한 가변성의 세계가 여기 있다.
대상 「완행열차」(안양예술고 전혜림)는 퇴출 위기에 있는 완행열차와 할머니가 오버랩되는 기법을 통하여 시적 감각을 넘어선 인간정신의 통찰이다. 미적 감수성이라기보다는 인생론의 문학적 감수성을 보이는 것이다. “축 늘어진 눈에/ 낙서보다 깊은 주름/ 두껍게 매달려 있다”(끝구절)에서 보듯이 상당히 예민한 표출의 기법을 구사한다.
금상 「폐교의 시간」(충북여고 김연주)은 폐교된 학교의 모습을 소재로 한 것인데, 구체적인 표현과 건강한 시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대상의 「완행열차」처럼 이 시도 ‘폐교’라는 소재의 발굴이 돋보였고, 안정된 시적 진실이 숨어 있다.
‘은상’은 5명이 선정되었다.
(1) 「전어」(인천인항고 오병현)는 24행의 전연시인데, 좌판에 전어를 파는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할머니의 가족사가 배경을 이룬다. 집 나간 며느리, 바다에서 잃어버린 아들의 비애가 암시된다. 그러나 ‘스토리’는 억제되고 시적 진술이 우수한 편이다.
(2) 「박쥐」(심평고 박권영)는 “생계의 바닥에 매달린 박쥐”를 소재로 하여 23행의 시를 완성한다. 야행성 동물의 특이한 생태가 인간세계의 ‘비정규직 고민’까지 이어진다. 서사적인 관찰이 시의 중심을 이룬다.
(3) 「풀벌레 이발사」(탄금중 석지원)는 드물게도 조숙한 중학생의 작품이다. 할아버지의 묘에 솟은 잡초를 풀벌레가 결국은 벌초하는 것이란 시적 발상이 이 시의 직관이며 통찰이다. “풀벌레가 가위를 접고 능선 너머로/ 떼지어 날아간다(끝구절)에서 이 시의 참신성이 빛난다.
(4) 「촛불」(안양예술고 고서연)은 비극의 세월호 침몰사고를 소재로 한 것인데 담담한 심기로 시를 완성한다. “나는 촛불 하나, 오랫동안 켜둔다”에서 이 시는 끝난다. 보다 큰 전체를 내다보는 가능성을 높이 샀다.
(5) 「바람의 주법」(동국대 사대부속여고 박지선)의 ‘주법(奏法)’은 ‘연주법’의 준말이다. “지금은 한 줌 바람이 된 아빠의 목소리”에서 보듯이 아빠에 대한 사모친 추억이 객관적으로 그려진다. 차분한 내면의 세계가 승화되었고, 시적 표현이 우수한 편이다.
이상 은상까지만 간략하게 메모를 하였지만, 동상 수상자까지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수준의 우열을 가리기 매우 어려운 것이었음을 밝히면서 줄인다.
심사위원 조남익 시인, 대전문예대학 학장(심사평)/ 엄기창 시인, (사)문학사랑협의회 의장
* 산문 심사평--1318세대는 1318다운 시선과 호흡으로
중고교생을 포함한 청소년 백일장이나 문예작품 공모심사는 기쁨과 우려를 함께 선사한다. 사회 전반에 팽배한 문학에 대한 무관심, 문학의 입지 축소, 그리고 영상 매체나 IT에 기반을 둔 미디어, 콘텐츠의 확산으로 문학이 예전에 누리던 위상의 현격한 저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린 세대들의 문학열기가 뜨거움을 확인하는 기쁨은 크다. 경향 각지 청소년 문학행사에 참여하는 소년소녀 문사들은 우리 문학의 장래를 짊어진 역군들이다. 이 점에서 우리 문학의 앞날은 긍정적이다.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감성과 의식으로 펼쳐가는 21세기 한국문학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청소년 작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몇 가지 걱정 또한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10대의 정서와 느낌 그들만의 시각으로 표현해야 함에도 기성세대들의 삶과 행태를 막연하고 피상적으로 유추하고 그려낸 설익은, 모호한 작품들이 점차 늘어나는데서 오는 염려가 그러하다. 기성세대들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그들 나름대로 형상화하여 표현한 것이겠지만, 10대의 눈으로 바라보고 재단하여 그려낸 어른들의 세계는 대체로 설익고 어긋나 보인다. 상당한 분량의 시나리오나 희곡 등 의욕적인 응모작품이 여럿 눈에 띄었지만 기초 다지기가 미흡하였고, 어수선하고 성급한 어른 모방에 머물러 입상에 들지 못하였다. 계단을 밟아 차근차근 올라가면 머지않아 목격하고 체험할 기성세대의 삶을 청소년의 시각으로 피상적으로 그린 작품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그 과정에 들인 노력과 열정은 안타깝다. 익기도 전에 땅에 떨어진 낙과(落果)처럼 쓸쓸하다.
이런 우려가 이번 제12회 청소년문학상 응모작품 심사과정에서 대체로 불식되어 기쁘다. 공교롭게도 응모작품 대부분이 10대의 고유한 감성표현과 시선 그리고 나름의 성찰과 판단으로 옮겨낸 여러 작품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가능케 했다. 급변하는 사회 패러다임에서 고민하고 갈등을 느끼며 그런 가운데 성장통을 앓는 청소년들의 진솔한 내면토로가 각기 개성적인 스타일로 형상화한 작품이 많았다.
응모작들의 출신지역도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었고, 수준도 예년에 비해 편차가 크지 않아 이 문학상이 12회를 거치는 동안 튼실히 뿌리내려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 대표적인 청소년문학상으로 자리매김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응모작 전체를 정독하고 심사위원들은 상위 작품 몇 편을 놓고 시상 등급을 결정하는데 고민을 하였다. 주제가 수월할 경우 문체나 호흡, 리듬이 다소 미흡하고 쉽게 읽히면서 흥미를 끄는 작품은 말하려는 의도가 모호하여 오래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서’(이주영)를 대상으로, ‘누군가의 이야기’(진은지)를 금상으로 결정한 가운데 은상, 동상 등의 수상작에서도 눈에 띄는 미덕이 적지 않게 발견되었지만 시상 편수의 제한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대상작품은 소소한 일상사의 한 대목을 10대다운 감성과 눈길로 포착하여 이야기를 끌어가는 저력이 돋보였다. 대화전개나 장면전환도 매끄러웠고 영상미디어를 보는 듯 장면전환 등에서 공들인 노력이 드러났다. 다만 조금 호흡을 천천히 이끄는 차분한 전개가 아쉬웠다. 금상 수상작 역시 학교생활에서의 에피소드를 차분한 서사로 펼쳐나갔는데 다소 작위적인 상황설정이 흐름과 맥을 끊어버렸다. 글을 쓰는 사람은 끝까지 느긋하고 태연하게, 짐짓 능청스럽게 이야기 전개의 주도권을 쥐고 기량을 펼쳐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수상자, 응모자 모두의 정진과 건필을 빌며 격려의 악수를 건넨다.
심사위원 이규식 문학평론가, 한남대 문과대 학장(심사평)/ 최재학 소설가, 문학사랑 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