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Chic) 그리고 시니컬(Cynical)
요즘 문학, 패션 등에 많이 나오는 용어인데 원래의 뜻에서 확대해석하거나 잘못 이해해서 쓰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전에는 Chic - (독특한) 스타일;멋, 고상(elegance), 세련, 우아하다, 점잖은 이라고 되어 있고 Cynical - 빈정대는, 냉소적인(sneering) 《about》, 세상을 백안시하는, 남을 은근히 비웃는 태도로 자꾸 놀리다. 쌀쌀한 태도로 비웃음. 또는 그런 웃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흔히 “시크한 웃음”이니, “시크한 표정”이니 하는 말은 확대해석을 하더라도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잘 보면 차라리 “시니컬한 웃음”, “시니컬한 표정”이 더 맞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이 낯선 외래어를 댄스스포츠에 적용해 봤습니다.
‘시크하다’는 단어는 아무래도 헤어스타일이나 패션 스타일에 적용해야 맞는 말인데 댄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시크하다는 소리를 들어볼 만합니다. 우리집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남자가 웬 옷이 이렇게 많으냐?” “네가 연예인이라도 되냐?”는 얘기를 합니다. 평생을 흰 와이셔츠 입고 넥타이 메고 직장생활한 사람들은 자기네들 기준과 다르면 백안시합니다. 시크해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춤추는 사람이 그럼 매번 파티에 흰 와이셔츠에 무난한 무지 넥타이만 메고 나가야 하느냐고요? 파티에서 개성에 맞는 옷, 다소 파격적인 옷을 입어 보는 것도 우리 댄스 동호인의 멋이자 행복입니다. 나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즐거워집니다.
댄스인들은 평소의 옷차림도 특별히 정장을 요구하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개성 껏 입는 편입니다. 댄스파티에 자주 가고 댄스복을 입어 본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패션에 대해 좀 더 과감하고 스타일리쉬 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강렬한 원색 옷도 입어보고 요란한 스트라이프 옷도 입어보고 연예인 같은 반짝이 옷도 입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파티 드레스에 버금가는 목선과 가슴이 시원하게 트인 옷도 입을 수 있고 공주 풍의 화려한 옷도 입을 수 있는 것입니다. 권리를 따로 준 것은 아니지만 우리끼리는 통하는 댄스인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시니컬’ 이라는 단어는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는데 예를 들어 “오! 그 옷 멋진데~”에 대한 반응이 “오? 내게 어울려?”라고 반문하기보다 그냥“응~” 했다면 이것이 시니컬한 반응입니다.
어떤 이가 재혼모임에 가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춤추는 사람입니다” 라고 소개했더니 다들 처음에 관심은 갖는 것 같았는데 막상 일대일 미팅은 기피하더랍니다. 남편감으로는 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밖에서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시선은 댄스계에는 예쁜 여자가 많아서 주변에 여자관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심의 대상은 되지만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댄스스포츠를 운동이자, 예술, 또는 직업으로 한다고 했을 때 어엿한 멋진 분야로 인정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이 바뀌려면 아직 이른 모양입니다. 그래서 댄스스포츠의 진정한 홍보와 올바른 정보 전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차라리 우리는 춤에서 시니컬한 요소를 찾아내어 음미 해보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룸바, 파소도블레, 탱고에서는 시니컬한 요소가 충분히 들어 있습니다. 단순히 암기했던 스텝을 음악에 맞춰 반복하기보다 그 춤에 사려 있는 시니컬한 감정을 살려보면서 춤을 춰 보면 더 느낌이 달라질 것입니다. 룸바는 노예들의 노동으로 지친 육체가 그나마 쇠사슬에 발이 묶인 막막한 처지에서 만들어진 춤이라는 데 잠시나마 공감해보는 것도 시니컬한 분위기에 젖어보는 방법일 것입니다. 룸바는 사랑의 춤이라는데 여성의 유혹이 무표정하기보다는 시니컬한 웃음을 띠어보는 것도 룸바의 맛을 새롭게 느껴보는 방법이 될지 모릅니다. 남녀의 사랑이란 즉각적인 결합보다는 아무래도 은근한 밀고 당기기의 심리가 더 끈적 해 보입니다. “난 너의 욕망을 알아” “ 난 그리 쉽게 안 넘어가” 정도의 본능을 훔쳐 본 듯한 시니컬한 입가의 미소, 그리고 역시 “너 같은 여자에게 만만하게 넘어갈 내가 아니다” 라며 시니컬한 표정의 남자의 버티기가 앙상블이 되어 룸바를 추게 된다면 룸바의 멋이 더해질 것입니다.
파소도블레의 투우사와 소의 비장한 대결에서 보는 상황도 시니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소는 작렬하는 태양 아래 오늘 이 경기장에서 투우사의 칼에 쓰러져 죽는 운명을 직감하면서 “그냥 이대로는 안 쓰러져” 거친 숨소리 속에 안간힘을 시니컬한 요소가 배어 있는 것입니다. “네가 엄청나게 몸집이 크고 힘도 센 사나운 소지만 내 손짓 몇 개의 움직임으로 너는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거야”라는 투우사의 시니컬한 눈매와 미소가 바로 파소도블레가 지닌 시니컬한 요소입니다.
탱고에서 헝클어진 머리에 땀냄새에 절은 카우보이가 뒷골목 술집 문을 박차고 들어서며 “ 여기 나보다 잘 난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하며 당당히 들어서는 장면, “내 비록 카우보이로 남루한 인생이지만 내게도 삶의 열정이 있고, 여인을 품을 욕망이 있고, 술값을 낼 돈 정도는 있다” 여인을 품고 춤을 추는데 “어느 놈이 시비를 걸어오면 생사를 건 결투를 해서라도 여인을 뺏기지 않을 것이라”는 허풍 속에 숨어 있는 겁이 어쩌면 시니컬한 요소인지 모릅니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사내에 안겨 춤을 추면서 “내 비록 같이 춤을 추지만 돈을 벌기 위해 이 정도는 감수 한다”는 표정의 여인을 생각해보면 시니컬한 요소가 젖어 있는 것입니다. 탱고의 내면을 이해하고 탱고 음악을 들으면 탱고 음악조차도 시니컬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글_캉캉-http://cafe.daum.net/dancenjoy-
첫댓글 와우, 멋진 글입니당. 춤에서의 시니컬한 태도는 삶에 대한 태도와 동일시 되니까요. 그럼요, 내 비록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 있다지만 맘까지 줄 쏘냐! 뭐, 이런 게 탱고의 맛일거 같아요. 파소와 룸바에 대해서도 가슴에 팍팍 와닿네요. ㅎㅎㅎ
그럴 줄 알았다니깐~~~ㅋㅋㅋ
시크는 꾸며서 나오는 멋이고 시니컬은 뿜어져 나오는 멋인 거 같네요. 시니컬은 가슴 속에 여유와 힘이 있을 때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만 나같은 놈이 시니컬을 보여주면 미친놈 소리 들을 수도 있죠.
ㅋㅋㅋ
이 글 엄청 뜨네???? 왜 그런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