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난 뒤의 팬티 / 오규원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장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
도 앞 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
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者도 아닌 죽은 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글세, 이 시인은 죽은 뒤 발가벗겨지는 걸 걱정할까.
수의를 입히려 알몸으로 만들 때, 인간으로 존속하게 되는 걸까.
일종의 유기물체일 뿐인데 팬티 생각을 한다.
깨끗한 팬티 한장으로 평소 살아온 태도를 내뵈는 거라고 상상하게 되는 건가.
모든 걸 잃고 마지막 걸친 거가 팬티라서 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생과 사.
그 간극에서 체험하게 되는 웃으운 감성을 허탈하게 표현하고 있다.
살다보면 어찌 웃어버리지 못할 것들이 있겠는가.
웃읍고 웃어운 일들이 천지에 가득 찼다.
단지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웃어줄 줄을 모른다는 사실이 슬프게 할 따름이다.
비웃거나 냉소는 독약보다 독한 것.
아름다운 사람이길 원하다면 아름답게 웃는 것이다.
사랑받고 싶거든 사랑스럽게 웃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