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표 시조집 [옥천에 살어리랏다] 발간
충북 옥천에서 향토사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전순표 시인이 1시조집 [옥천에 살어리랏다]를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하였다. 이 시집에는 1부 ‘옛 향기는 흐르고’에 33편, 2부 ‘가산별곡’에 33편, 3부 ‘그리워하지 않으리’에 33편, 4부 ‘발길 닿는 그 곳에’에 29편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의 서문과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 [옥천의 자연과 문화, 그 곡진한 사랑가]를 수록하고 있다. 전체 174쪽에 정가는 8,000원이다.
* 리헌석 평론가의 해설 일부를 수록한다.
전순표 시인의 작품에는 향토에 대한 사랑을 담은 작품과 불교적 정서를 담은 작품이 중심을 이룬다. 그는 모친의 영향을 받아 태생적 불교 신자로서 무욕의 정서를 작품에 담아낸다. 정서적 고향인 ‘가산’의 ‘가산사’를 노래한 작품(「가산별곡 9 ―가산사』)에서 <세상의 시름>을 풀어놓기 위해 천년 고찰 가산사를 찾아오라고 권면한다.
충복 옥천군 안내면 답양리 채운산 자락에 자리한 가산사는 신라시대 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인데, 임진왜란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찰이다. 병자호란 후에 마을이 형성될 정도로 오지였고, 가산사의 사세(寺勢)도 미약하여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임진왜란 당시 영규대사와 조헌 선생이 의승군(義僧軍)과 의병(義兵)을 훈련하고 군영(軍營)으로 활용하여 역사적 의의가 큰 절이다. 그런 이유로 일제 강점기에는 두 의병장의 영정을 강제로 빼앗길 정도로 탄압을 받은 호국 사찰이다.
이와 같은 호국정신의 도량(道場)인 것에도 방점을 찍지만, 전순표 시인은 삶에 대한 맑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부처님께 의탁한다.
세상이 아수라니
탐욕을 줄이고.
청정한 도량에서
단정히 일신하여
세상사
잠시나마 잊고
유심조를 선하리.
―「부처 세상」 전문
구름 걸린 벼랑길
욕심 털며 올라서면
바위 병풍 둘러친
식장산의 구절사.
청풍에 번뇌를 씻고
무량무심 가꾼다.
―「식장산 구절사」 전문
단시조(短時調) 형식의 두 작품에 흐르는 정서는 무욕의 시심이다. 세상의 탐진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각정심(正覺正心)의 발현이다. 「부처 세상」은 아수라(阿修羅)의 세상을 이루는 원인이 탐욕이라 보고, 이 탐욕을 줄이기 위해 청정한 도량(道場)에서 단정한 마음으로 일신(一新)하고자 한다. 시끄러운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기 위해, 선(禪)을 통하여 인간 삶의 일체가 유심조(唯心造)라는 정각(正覺)에 이르고자 하는 시심을 담아낸다.
「식장산 구절사」는 대전광역시 동구와 충청북도 옥천군 경계에 소재한 식장산 능선 아래에 있다. 옥천쪽 깎아지른 절벽 앞에 있어 대중이 근접하기 어려운 사찰이다. 구름과 안개가 감싸고 있는 벼랑길을 오르면, 아담한 사찰이 마중한다. 상쾌한 바람에 세상의 번뇌를 씻으며 욕심을 비우려는 시인의 오롯한 소망이 이 작품에 투영되어 있다.
이러한 발상은 ‘참 나(眞我)’를 찾으려는 구도(求道)적 자세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자세를 바탕으로 맑은 시심, 청정한 불심으로 작품을 창작하여 독자들과 함께 깨달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품을 감상하며 그가 추구하는 향토사 바로잡기와 향토문화 선양에 눈부신 역할을 담당하리라 확신한다. 이런 믿음과 기대로 전순표 시인의 작품 감상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