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여도(食餘桃)
옛날 위나라에 '미자하'라는 미소년(美少年)이
임금에게 총애를 받고 있었다.
어느날 깊은 밤,
미자하는 어머니가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밤중이라 임금에게 보고하지 않고
임금의 명이라 속여 임금이 타는 수레를 타고 나가
어머니를 보고 왔다.
위나라 법에 따르면 임금이 타는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발이 잘리는 형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왕은 많은 대신들 앞에서
“이 얼마나 효성스러운가!
어머니를 위해 발이 잘리는 형벌을 무릅쓰다니”
라며 되려 미자하를 칭찬했다.
어느날, 미자하가 임금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다가
복숭아 하나를 따서 맛을 보니 무척 달았다.
미자하는 한 입 베물어 먹고
남은 복숭아를 임금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임금은 매우 기분 좋다는 듯이
“아 이 얼마나 충성스러운가!
자신의 입맛은 잊고 나를 생각하다니" 라며
미자하를 칭찬했다.
하지만 세월은 사람을 봐주지 않는다.
미자하의 용모가 시들어가면서
임금의 귀여움도 점점 시들해졌다.
미자하가 무슨 일로 잘못을 범해 위왕에게 죄를 짓자
임금은 “너는 그 옛날 내 수레를 멋대로 탔고,
또 내게 먹다 남은 복숭아를 주기도 했지”
라고 하면서 큰 벌을 내렸다.
‘먹다 남은 복숭아’라는 뜻의 ‘식여도(食餘桃) 또는
여도지죄(餘桃之罪)는
지나친 총애가 도리어 큰 죄의 원인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 ‘먹다 남은 복숭아’이야기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여도지죄(餘桃之罪)는 한비자(韓非子)의
세난편(說難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세상을 살아가기가 그리 마음대로 되지 않음은
너와 내가 함께 함에 있서 선입견이나 주관이 작용함이라.
누군가를 좋아하면 콩깍지가 씌여 결점도 장점으로 보이며,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게 되면,
과거 자신이 좋아했던 상대의 장점마저 결점으로 보이게 된다
‘첫인상 밑천이 10년은 간다' 라는 말이 있지만
인간의 애증(愛憎)은 참으로 변덕스럽다.
흔히 여자의 마음을 갈대라고 하지만
갈대에 비유되는 변덕스러운 마음은
인간 전체의 마음에 해당 될 것이다.
변덕스런 마음의 변화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상대방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둘 사이의 관계를 정확히 인지하여
그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적어도 상대의 변덕에 휘둘려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 / 김영수 /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