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21,34-3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4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35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36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1988년. 그러니까 벌써 20년 전의 일입니다. 신학교에 입학을 하기 위해서 최종 면접을 보았을 때였지요. 학력고사(제가 다닐 때에는 수학능력평가라는 말을 쓰지 않고 학력고사라고 했지요)는 어느 정도 보았기 때문에 면접만 잘 보면 신학교 입학을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학교의 여러 신부님들 앞에서 면접을 하기 위해 복도에서 제 차례를 기다리는데 왜 이렇게 떨리던 지요. 너무 떨려서 숨이 탁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떨렸을까요? 바로 이 면접을 통해서 저의 신학교 입학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가 떨린다고 이 면접을 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입학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저의 지금 현재가 많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면접하는 그 자리에는 다섯 분의 신부님이 앉아 계셨고 그 분 중에서 아는 분이 계시는 것입니다. 그분은 제가 초등학교 때 복사를 섰는데 당시 본당의 보좌신부님으로 계셨던 분입니다. 너무나 반가웠고, 그래서일까요? 순간 복도에서 가졌던 그 긴장이 모두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실수하지 않고 면접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 신부님께서는 저를 기억하지 못했지요. 그러나 단지 제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때의 생각을 하면서 예수님 앞에서 심판을 받는 장면을 상상하여 봅니다.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보세요. “너는 착하게 살았으니까 하느님 나라로 가라. 너는 왜 이렇게 형편없이 살았니? 너는 도저히 안 되겠다. 연옥에 가서 죄를 다 씻고 와라. 아니 너는 도저히 구제불능이구나. 너는 곧바로 지옥이다.”라고 판결을 내리시는 예수님 앞에 서게 된다면 긴장 없이 제대로 서 있을 자신이 있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 없어 할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지은 죄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또한 우리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으로 계속해서 죄를 짓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자신이 없지요. 그런데 평소에 예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친교를 맺어왔던 분들은 어떠할까요? 아마 제가 신학교 입학 면접을 볼 때 아는 신부님이 있다고 편안함을 느꼈던 것처럼 마음의 큰 위안을 얻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예수님 앞에서 설 수 있는 힘은 평소에 주님과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깨어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내 자신은 얼마나 깨어 기도하고 있었나요? 혹시 예수님께서 조심하라는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인해서 기도하지 않고 주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억지로라도 기도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주님과 가까워지는 길이고 나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노파의 한가로운 오락이 아니다. 올바로 이해하고 바친다면 그것은 행동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간디)
아름다운 마음 덕분에(조은재, ‘행복한 도시락’ 중에서)
종두는 우유가 사흘째 배달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음 날 새벽, 종두는 배달 사고가 난 초록색 대문 앞에 우유를 넣고 전봇대 뒤에 숨었다. 10분이 지나자 누군가 우유를 슬쩍 훔쳐 갔다. 범인은 허리가 활처럼 굽은 할머니였다. 밖에서도 방 안이 훤히 보이는 반지하에 사는 할머니는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 우유를 내려놓았다.
다음 날부터 종두는 대문 앞에 할머니 몫으로 우유를 하나 더 넣었다. 어느 새벽, 종두는 소방차를 보고 발길을 멈추었다. 불이 난 곳은 그 할머니가 사는 주택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가 사람들을 구한 거라구.”라고 수군거렸다. 손자를 업은 할머니는 종두를 보고 다가왔다. “내가 아니야. 이 총각이 살린 거라구.” 종두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머니는 눈짓으로 우유를 가리켰다.
우유를 먹고 싶어 보채는 아이를 보다 못해 그만 남의 우유에 손을 댄 할머니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초록색 문 앞에 우유가 두 개 있었다. 총각이 일부러 두 개를 갖다 놓은 것 같았다.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초록색 문 앞에서 총각을 기다리다 불길을 본 것이다. 할머니는 창문에 돌을 던졌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사람들이 깨어났고, 큰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고맙네 총각. 그리고 용서해 달라 말하고 싶었네.”
할머니는 그가 사람을 구했다고 말했지만 종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살린 것은 할머니의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첫댓글 오늘 새벽 비가 오네요...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건강하세요..신부님..그리고 감사합니다...
가장 강력한 행동이며..어리석은 나를 받아들이시는 주인과의 깊은 사랑이며..나약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이며...기도 할수 있어..정말 다행입니다.주님..부디 당신안에 머무를수 있도록..사랑하며 살수 있도록 .....아멘.
창밖의 비를 바라보며 신부님의 글과 함께 이 아침 시작 하여 봅니다..감사 합니다
날이 많이 추운데 따뜻한 이야기내요. 사랑합니다.
어느 신부님 강의에 하루에 밥 세끼만 먹게 해달라고 기도 하면 되지 더이상 무엇을 바라야고 욕심을 버리고 늘 감사하는 맘으로 기도하라고 하시더군요. 작은 일에도 늘 감사할 줄 아는 주님의 자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분님 오늘도 행복한 미소 마주하시길 .......
신부님, 제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어요. 그것은 신뢰와 사랑이예요. 누구를 만나든지간에 그 사람을 신뢰한다면 그 마음은 꼭 전해질거예요. 신부님의 면접이야기를 듣고, 많이 공감이됩니다. 나를 떨어뜨릴 사람들이 아닌, 꼭 붙여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느새 긴장도 풀어질거고 자신감도 생길거예요. 신뢰와 사랑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신뢰하고 사랑할 때, 하느님이 사람들 가운데에 은총으로 베풀어주시는거란 생각이들어요. 제가 하느님을 덜신뢰하고 덜 사랑했다는 것도 발견했어요. 사람들을 사랑함도 하느님을 통해서~ 기도두 더 열심히! 신부님 감사합니다~!
주님은 신비하신분이라 하지요? 주님의 뜻은 알수가 없다 하지요? 바로 할머니의 저런 상황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남의 것을 훔친다는 것을 용납하고 우유 두개를 갖다 놓아주는 청년두, 그것을 눈치채고 일찍 일어나 감사함을 전하려 기다리는 할머니도.... 이런 상식을 벗어난 삶속에 훈훈함과 아름다움이 있다는것.................
요즘 생각하던 문제점이 신부님의 묵상글을 통해 해결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마음 덕분에* 찐한 감동에 눈물이 맺힙니다..이렇게 훈훈한 바이러스가 넘치는 사회이기를 기도드려요..감사합니다..쌩큐 파파
억지로라도 기도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주님과 가까워지는 길이고 나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아멘 신부님 덕분에 기쁘고 행복합니다. 신부님! 감사드립니다, ^&^~
어제 기도회가서 "김포성당"신부님 명강의를 듣고 아~~ 인천교구에는 보석같은 심님이 참 많이 계시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늘 우리곁을 지켜주시는 신부님들께,,정말로 깊은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제가 주님을 멀리 했던시간이 부끄럽습니다. 처음으로 어제 밤샘 기도회에 갔습니다. 모든게 낯설더군요. 헌데 뽕작 신부님 의 강의중에서 자기를 죽여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 그런데 저는 살려고 발버등 쳤으니 주님 께서 얼마나 어리석게 보셨을까요. 많은걸 느끼고 또한 보잘것 없는 저에게 큰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튼 행복한 밤이였어요. ~~~신부님 사랑합니다.~~~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잠에서 조금을 깨어 나다가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드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주님 저를 깨워 주시옵소서! 아멘!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 드립니다...건강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