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마무리를 하자니 맥주병을 따놓고 너무 오래 놔둔 거 같다는 생각 든다.
그래도 마무리하자.
15. 박하 사탕:
저번 캠프에서 유난히 달덩이 같던 박하의 얼굴이 떠오른다.
댄스 파티에선 최후의 일각까지 춤을 추더니,
같은 방 여자들과 새벽녘까지 수다를 떨었다 한다.
다음날 보니 약간은 피곤기가 있어야 할 얼굴에 오히려
환한 광채와 윤기가 흘러서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었다.
바늘로 콕 찌르면 폭 박히는 것이 아니라,
바늘 끝이 피부에 도달하기도 전에 얼굴의 광망과 부딪치며,
은빛 가루를 일으키며, 파파팍! 작은 스파크를 일으킬 것 같다고나 할까?
크고 작은 명상 모임에 열심히 다니더니 그렇게 쌓인 공력 덕분인지, 아님
결혼 운때를 맞은 과년한 처녀의 봄빛 오라인지... 알 수 없다.
물야는 캠프 도우미로 박하를 적극 추천했었다.
이런저런 뒤치다꺼리 일들을 헌신적으로 꼼꼼하게 잘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대화 도중 상대방의 말을 도중에 꺽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보았는데,
누가 자신의 토크를 자르거나 하면 그녀는 언제나
상대편에게 흔쾌히 말고삐를 양보하곤 하였다.
또 다들 알다시피 영화나 음악, 미술, 소설, 시...
예술이나 문학에 대한 소양과 조예는 물론 글을 쓰는 솜씨도 어지간하다.
음, 그러니까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풍부한 종합성,
모가 나지 않는 환한 마음씨,
바로 그런 점들에 그녀의 윤기와 광택의 비밀이 놓여 있는 것 같다.
아!
그것은 나로선 정말 별천지 같고 달천지 같은, 그런 세계이다.
술로 주접떨고, 입으로 방정맞으며, 춤 출 땐 오도방정,
일방에 치우쳐 과격해지고, 상대의 말을 듣기는커녕 본체만체하다가
여차하면 팔할 이상은 혼자서 다 떠들어 대는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말이다.
ㅋㅋㅋㅋ
전공이나 생업도, 일상의 자원이나 생김새들도
인사이더적인 세계를 넘어설 것 같지 않은
박하가 또 어떻게 해서 오쇼 명상처럼 리벨리어스한 세상과 접목되고
화합할 수 있는지,
그 또한 비밀스러운 일이다.
달새는 온통 달만 생각한다고 하였다.
각자, 너와 나, 우리들의 달새는 지금 어느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일까?
무엇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박하가 올 한해 마음의 부담을 덜고 아름다운 인연을 만날 수 있기를
다함께 기도. 아멘.
16. 모크샤:
나는 여지껏 모크샤를 깍아 내리는 사람은 한 사람도 못 보았다.
사연들도 많고, 풍문도 많고, 각양각색인 이 오쇼판에서 말이다.
그러기엔 그의 방어망은 허술함이 없다.
술- 세다. 허나 실수하는 법이 없다.
바둑- 아마 3단 아니면 5단이던가?
고스톱 -그의 투잡 중의 하나이다.
당구 -왠만한 사람은 그냥 모자를 벗어라.
점성학, 사주 - 알면서도 잘 모른 체 한다.
명상 서적: 집에 600권 아니면 1000권 정도 있다.
근데 그가 뭐라뭐라 떠드는 거 봤나?.
어쩌다 게시판에 글을 올려도 다섯줄 이상 넘어가는 경우 드물다.
여자 관계는?
물론 비하인드 스토리 있었다. 그러나....
여자들에게는 되게 잘 해주는데 집착이 너무 없어 보여서 탈이다.
명상-하루 세 시간 이상 할 때도 많다.
그는 니케타나나 쿠쉬딜 센터가 생기기도 전의 명상 센터 멤버이기도 하였다.
그는 이름처럼 모크샤(해탈)하려고 그렇게 많이 꾸준히 명상하나?
아니다.
그는 말한다. 사는 게 힘들어서 힘들지 않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다고.
참고 삼아 얘기하면
이 인간의 사주 포인트는 <丙火> 일간이라는 것이다.
병화는 오양중의 으뜸으로 그 세가 심히 맹렬하다.
하늘에 있어서는 태양의 精이요, 땅에 있어서는 쇠를 녹이는 용광로와 같은 불이니
능히 빙하를 녹이고, 완강한 금속을 단련시키는 힘이 있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칸투 하우스 마당쇠 3년차이다.
같이 반말을 하다가도 기우뚱 존대말 쪽으로 옮겨가고
상황에 따라 삐에로 역을 자청하고 나설 때에도 그 순간을 즐기고,
열정적인 순간에도 도를 지나치지 않는,
자신을 낮추고 비우기는 하되 늘 정도와 중심에 벗어나지 않는
허허실실 모크샤.
이 인간을 좀 깍아내리는 사람 어디 없나?
ㅎㅎㅎㅎ
아마 그를 추켜올리는 사람도, 깍아 내리는 사람도 앞으로 없을 것 같다.
그에게 명상이란 자신의 생활과 동의어인데
모크샤의 경험에서 보면
명상이란 게 원래가 깍아내릴 수 있는 것도 추켜 올릴 수 있는 것도
모두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게 명상은 한 개인이 소지품처럼 가질 수 있는 이런저런 기예나 역량도 아니고 무용담도, 업적도, 경력도 아니며, 그냥 밥먹고 똥싸는 그런 일일 것이기 때문이리라.
모크샤는 즐겨 자신이 중성임을 자처하는데
아마 명상이란 게 그 자신한테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ㅎㅎㅎㅎ.
우리들은 아마 모크샤에게도 모크샤는 저쪽에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리라.
저쪽에 있든지 바로 여기 있든지 모크샤는 상관없이 그것은 그것대로 내버려 두기로 한다.
그는 오늘도 십년 넘게 다닌 한 직장에 충실하고,
칸투와 만나 당구 한 게임을 치고 집에 들어가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그리고 .......
물 한잔 마실 것이다.
17 동의님:
캠프 며칠 전에 물야가 물었었다.
“잉모빠, 캠프 예약 전화 많이 왔어?”
“아니, 갈려고 했는데 못 오겠다는 취소 전화가 더 많았어.”
물야 -깔깔깔.
동의님은 갈까 말까 하다가 에이! 가자 해서
무작정 배낭 하나 싸들고 캠프에 오신 분이다.
반가왔다. 보통 오쇼 캠프에는 이런 분들이 드물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예상하지 않았던 손님들 덕분에 캠프는 좀더 활기가 넘치고
전과 다른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우리가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
언제든지 뛰어들고 출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감동적인 일이다.
실컷 준비를 했는데 딱 한 사람만 캠프에 왔다고 치자.
그래도 변함없이 캠프를 열었다고 치자.
그 캠프는 정말 감동적일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온 것이다.
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캠프에
그 혼자 찾아온 것이다.
누군가는 그래도 명상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오신 많은 분들께 새삼 우정과 사랑을 보낸다.
18 김성준님:
한시 반에 양동역에 내린다는 전화를 받았다.
요코가 두 시 반에 내린다길래 절충하여 두시 십 분쯤 나갔다.
뭐 기다리는 시간에 점심이나 먹고 있으라고.
하지만 그는 이미 먹고 왔다한다.
좀 미안했지만 성준님은 그냥 웃을 뿐 전혀 섭섭해 하지 않았다.
날씨가 몹시 좋다며 이내 주변 풍광을 즐기기 시작한다.
마침내 요코가 도착하고 성준님을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이번엔 나와 요코가 그를 기다려야 했다.
그는 그새 봄날 같은 겨울 풍광 속을 두리번거리다가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19 이재영님:
‘대전에서 오신 덩치와 키가 크셨던 분. ’
허깅 할 때보니 겉보기와는 달리 정말 덩치도 키도 컸으며
바위를 안고 있는 그런 기분이 들었었다.
이 분은 사실 그곳 원장과는 구면이라 한다.
두 분이 따로 할 얘기도 있었을 듯한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냥 돌아가신 것 같다.
겉보기는 남성적인데 속을 보면 되게 참한 색시 같은 분인가 보다.
개인적인 용무에 구애됨이 없이 활짝 마음을 열고 캠프에 보태준 열의와 너그러움에
대해서 감사를 드린다.
20 사범님:
나눔의 시간 중의 일이다.
그녀와 허깅을 하면서 내가 말하길
“어젯밤 처음엔 잘 추(우)시지 않더니 나중엔 되게 잘 추(우)시대요. 방갑습니다.”
(댄스 타임 때의 분위길 두고 한 말인데) 사범님의 대답.
“아니요. 전 별로 춥지 않았어요.”
ㅋㅋㅋ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당신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21 ? :
‘ 늦은 밤에 오신 어느 여자분 ..... 사마단과 함께 계셨던 ...’(-힐링)
자정 가까이 도착한 그녀의 전격적인 참여는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댄스 샐러브레이션이 끝나고 나서도 몇 분과 함께 늦도록 얘기했다.
물론 작업 차원의 관심은 아니다. 나는 그냥 관심이 갔을 뿐이다.
설령 그런 의도가 있었다 한들
그녀는 낯선 남자와의 대화 내내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는데
그것은 그만큼 그녀의 내면에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상황이든 나는 나를 잘 지킨다 -그런 식의.
그런 사람은 어느 상황도 잘 받아 넘기는 법이니까.
나는 그녀를 베트민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베트콩 여자처럼 강인하고 옹골차 보였다.
말을 할 땐 대개 편안한 미소를 지으면서 하였다.
재미있었다.
여타 오쇼 모임에서도 그녀의 열정적인 춤과 여유로움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2 ? :
‘칸투하우스에 잘 다니신다는 키 크시고 -약간 마르시고 -얼굴에 여드름 조금 있으신
남자분 ...‘
몇 번 뵈었지만 인사말만 나눈 그런 분이다.
캠프 때는 늦은 시간 식당 벽난로 주위에 같이 앉았는데 떡 하는 소리가,
“아, 난 술 때문에 문제야.”
대번에 술에 대한 선전 포고를 하는 것이다.
이 양반 얌전해 보여도 되게 화끈한 사람이네, 그런 생각들었다.
칸투네 사랑방에서 말의 성찬과 웃음꽃이 만발해도 늘 말이 없고 자리에 있어도 없는 듯 있는 듯 하던 분이다.
명상 보다는 건강이나 세션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 생각했더니
밤 늦게 원주에 도착하였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무슨 내력이 있는 것일까?
하긴 그렇게 묻는 내가 좀 바보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꼭 특정한 사연이 있어야 명상에 관심 있는 건 아닐테니까.
다음 번에 만나면 시간을 내어 이 분의 얘기를 많이 들어봐야지....
ㅎㅎㅎㅎ
이제 다 끝난 건가?
어쩌다 보니 인물 열전식의 글이 되었군요.
길건 짧건 과오도 꽤 있었을텐데
너그러이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앞전에 어떤 분에 대한 글을 쓰다가
한 마디가 빠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정한 합일에의 욕구’
그런 말이었다.
순수하게 내면적인 것이든
관계적인 것이든 많은 분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어떤 식으로든 분리와 고독은 비용이 많이 치니까.
ㅋㅋㅋ
다들 고마웠고 일일이 나의 소회를 덧적을 수는 없었지만
댓글들도 모두 고마웠습니다.
이 정도 입방아에 이 정도 인심이면
그 동네 살만하지. ㅎㅎㅎㅎ
*p.s
한 사람이 빠졌다. 승연(현)씨.
사실 댄스 샐러브레이션 파티는 정호와 그녀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량이 좁은 내가 그녀의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주었던 것 같다.
특별한 미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사과한다.
다음 번엔 예전처럼 웃으면서 만나자. 쏘리.^^
첫댓글 정말,꼼꼼하시게도 인물 분석을 해주셨네요! ^^ 고맙습니다! ^^ 구정연휴는 잘 지내셨지요! ^^ 리아형? ^^ 언제한번 절에나 함께 가시죠? ^^ 막걸이한병 들고서........... ^^
리아님의 글솜씨는 말솜씨보다 더 세련되게 표현되고 있는 것같군요. 그런데 왜 15번 이전의 인물열전은 없을까? 진주도 그날 원주에 가고 싶었는데 학회 워크샵일정과 겹쳐서리..., 그리움만 쌓이네. 갑장! 한살더 먹은것을 축하합니다. 건강하세요.
갑장 땡큐~~(근데 되게 엽기적이당, 암튼...) 힐링아, 절 타령은 왜 나왔는지 저의를 잘 모르겠고 암튼 막걸리 소리 들으니 이미 한 잔 먹은 것 같다. 조만간에 함 봐. ^^
잉어빵 아아니 잉모빠 방가방가... 잘 계시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