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동화작가 길지연 선생님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동물연대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시죠.
그런 길지연 선생님이 책 한 권을 보내셨어요.
"앵거스와 두 마리 오리"
이 책의 저자 마저리 플랙은 미국 그림책의 기초를 다진 작가에요.
서정적인 문장과 단순한 내용으로 어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 뿐아니라
특히 동물의 행동을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네요.
앵거스 시리즈(앵거스와 고양이, 길 잃은 앵거스 등)는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고 있고요.
"산모퉁이 꾸룩이와 다른 동물들과 비교하며 읽어 보세요."
길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꼼꼼히 읽어내려갔지요.
호기심 가득한 앵거스...밖이 너무 궁금해 목줄이 풀려졌을 때 잽싸게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오리 두 마리가 못살게 구는 바람에 다시 집으로 뛰어들어옵니다.
에이구, 그래도 집이 최고야....하면서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아쉬웠답니다.
앵거스가 어떻게든 두 마리 오리와 친했으면 했거든요.
그런데 앵거스는 친해지기를 포기하고 그만 후퇴하고 말았어요.
산모퉁이 거위 깨룩이와 길동이...
산모퉁이에서 가장 덩치가 큰 동물입니다.
손바닥만했던 깨룩이는 쑤욱쑥 커서 이렇게 크고 멋진 숫거위가 되었지요.
깨룩이....
지금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깨룩깨룩.......속상해서 산모퉁이가 떠나가도록 울고 있답니다.
저 뒤 뽕나무 밭에서 암거위 꾸룩이가 어서 내 곁으로 오라고 꾸룩꾸룩 울어대는데....
깨룩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이 녀석........
바로 길동이 때문이에요.
산지기가 길동이 곁에 다가가는 것도 싫은데....
세상에나....
두 손을 마주 잡고, 두 눈을 마주 보고 있으니....
게다가
쎄쎄쎄...까지 하는 거예요.
그걸 보고 있는 깨룩이....속이 터집니다.
가까이 다가가 방해하고 싶지만 자신의 라이벌(산지기)이 자기보다 몇 배나 크니 덤빌 수도 없고요.
깨룩이는 혼자서 멀리 산을 바라보며
깨룩깨룩, 깨룩깨룩....
온 산이 울리도록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길동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거위 깨룩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요?
동물들의 천국...산모퉁이...
하지만 이곳에도 질투와 시기,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이 곳곳에 공존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삐약삐약 귀여운 병아리 일곱 마리가 실종되었고요.
바로 또 얼마 전에는 아기 토끼 세 마리가 실종되었어요. 흔적도 없이 말입니다.
빙빙 하늘을 돌며 탐색하는 커다란 매.....
매는 또 어찌나 똑똑한지 사람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일을 벌입니다.
매가 일곱 마리 병아리를 채갔던 그 새벽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혹시 일곱 마리 중 한 마리는 그 탐욕스런 매가 잘 키우고 있는 것 아닐까?
마지막 남은 작은 병아리가 눈을 또록또록거리며 말하는 거예요.
"여섯 마리나 먹었으니 배가 부르잖아요. 그러니 나는 잡아먹지 말고 살려줘요.
내가 자식 노릇할게요."
혹시, 그리하여 그 병아리는 잘 살고 있지 않을까....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하지만 동물을 키우다 보니
늘 머릿속은 부글부글 상상력으로 끓어오릅니다.
그 결과로...
오랫동안 혼자 살면서 알만 계속 낳았던 암거위 꾸룩이 얘기를 담은 그림책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가 곧 그림책으로 나옵니다.
상상력의 샘, 산모퉁이....
산모퉁이가 있어 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첫댓글 산모퉁이는 TV동물농장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아요. 동화의 소재가 마구마구 솟아나는 옹달샘^^
탄생과 죽음이 엇갈리는 현장에 있으면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일은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또한 고통스럽기도 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