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공장장이 “공장을 민주주의와 인권의 장(場)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고 가정해보자. 공장근로자들은 환호할지도 모른다. 당장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공장장이 또 “우리 공장을 통해 학벌사회 노동사회의 문제를 바로잡자” “친환경 무상 구내식사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고 농정혁명을 이룩하자”고 외친다고 상상해보라. 그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잘 팔릴 수 있을까. 그 공장장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공장을 맡은 것일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8월 31일 관훈토론회에서 “학교를 민주주의와 인권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입시경쟁과 학교 서열화를 막아 학벌사회 노동사회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고 농정혁명을 이룰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말도 그가 그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이런 것이 진보라면 나는 진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곽노현을 보며 나는 쿠데타에 성공한 변방의 장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무력 아닌 선거를 통해 뽑힌 교육감을 쿠데타 주도자에 비유하는 건 무엄한 일이다. 그러나 5·16쿠데타도 한때 군사혁명이라고 미화됐듯, 곽노현의 쿠데타는 전교조군(軍)이 기획 제작한 교육혁명처럼 착착 진행 중이다. 취임하자마자 학업성취도 평가 결석자 문제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마찰을 빚은 곽노현이 체벌 전면금지, 교장권한 축소, 무상급식비 예산편성, 수능개편안 반대 등 정부와 맞선 정책은 일일이 열거하기 숨찰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주변을 코드인사, 더 정확히는 전교조 출신으로 채운 것은 물론이다.
결과는 당장 교권붕괴 교실파괴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전교조 홈페이지엔 “(체벌이 전면 금지된 이후) 교사에게 반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한 학생은 여자 선생님의 배를 발로 차고 도망가면서 '때리려면 때려 봐. 신고할 테니까'라고 큰소리로 외쳤다”는 한 중학교 교사의 글이 올라왔다. 체벌금지를 선포한 서울시교육청 관할이 아닌데도 영향력은 가히 전국적이다.
곽노현에게는 이런 패륜적 인성파괴적 교육현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장으로 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비칠지 모른다. 실제로 한국교총은 체벌 금지로 인한 교사의 권위 실추를 교권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반면, 전교조는 입시경쟁 교육에 대한 소외학생들의 반항쯤으로 여긴다. 곽노현이 관훈토론회에서 “우리 교육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파행의 근본원인은 모든 학생들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이끌고 있는 현행 입시제도”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교조와 전교조에 업혀 당선된 곽노현의 궁극적 목표는 현행 교육제도의 전복(顚覆)이다. 그 이유가 아이들을 학습부담에서 풀어주기 위해서라거나, 학력(學力)보다 인성교육을 위해서라거나, 백번 양보해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좋겠다.
1980년대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과 민중교육지사건 등을 수사했던 ‘마지막 공안검사’ 고영주 변호사는 “전교조의 목표는 학생들을 민중혁명세력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80년대부터 대학생 운동권을 추적해온 그에 따르면, 전교조의 ‘참교육’이란 일본 사회당계열 교원단체인 일교조가 말한 ‘공산주의 혁명을 위한 진교육(眞敎育)’의 직역이다.
30년간 교단에서 좌파이념을 전파해온 전교조의 눈에는 10대부터 40대까지 의식화세례를 받고서도 아직까지 민중민주주의혁명을 성공하지 못한 것이 이상하고 불만스러울 수 있다. 고 변호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밖으로 튀어나오려다가도 대학입시 때문에 움츠러들어 혁명이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이 내린 결론”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전교조는 물론이고 올해 탄생한 좌파교육감들이 학력평가를 거부하고 학생인권조례를 서두는 것도 학생들을 입시에서 풀어줌으로써 가열찬 혁명세력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감에 ‘불과한’ 곽노현이 민주주의와 인권, 학벌과 노동사회 문제, 농정혁명까지 감히 언급하는 이유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방국가 아닌 단일국가이고 단일국가의 정부는 하나뿐이다. 교육정책을 포함한 정책 결정권은 정부가 독점하게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감은 정부가 정한 교육정책의 범위 내에서 법령이 허용한 집행권만을 가질 뿐이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독립정부라도 된 양 중앙정부의 교육정책을 뒤집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엄포만 놓을 뿐이다. 고 변호사가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고발장을 2년 전 검찰에 냈지만 검찰도 아무 움직임이 없다. 지난주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해 “당면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근본해결은 교육을 통해 해야 한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관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곽노현식 쿠데타의 현장과 현실을 다 알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첫댓글 역쉬 강윤하씨입니다. 스크랩해 갈게요.
다시 보니 오타에 비문이 너무 많은데, 스크랩해가기엔 내용이 부실합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카페에만 스크랩해 갔습니다.
전 오타에 비문 못 찾았는데...
수준 낮은 칼럼이네요. 색깔론의 전형이구요. 곽노현=전교조라는 등식을 갖다 붙이고 있네요. 그냥 "곽노현 빨갱이" 또는 "나 곽노현 싫어"라고 말하고 싶은데 꾹 참고 칼럼을 쓴 것 같네요. /
80년대 공안검사의 '빙의'?? 일고의 가치도 없는 칼럼입니다/
문제는 저런 분이 소위 4대 일간지의 논설위원으로 글을 싣는다는 거지요.../
논설 자체의 퀄리티를 떠나 이거 보고 속 시원해 하는 분들이 많다는게 가슴 아프죠! /
그나저나 주요일간지에서 계속해서 곽교육감을 때리던데...아무튼 예사롭지 않은 문제네요 /
라고 댓글이 달렸습니다.
동아일보도 봐야겠군요. 한겨레만 보니 이거 세상돌아가는 걸 모르겠으니...킥킥킥
월간 작은책에 1월호 기사 "우물 안 개구리의 세상 바로 보기-하종강"을 소개하고 싶은데, 요즘 제가 오래 앉아 컴을 할 수 없어 다음을 기약합니다. 혹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분들은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보수 언론만을 접하며 세상를 살아오고 바라봤던 한 대학생의 솔직한 고백을... 울 갈이가 말하길 "대학생이 되서도 이런 생각밖에 못 했단 말이야?" 저 위에 칼럼쓰신분 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글이네요. 엥~~ 씁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