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마트에 진열된 반짝반짝 윤이 나는 과일을 보면 먹음직스러워 보여 손이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일 껍질의 광(光)은 상당수가 인위적인 왁스(피막제)를 발라서 나는 것이고, 일부 왁스는 섭취하면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왁스 코팅은 주로 사과, 감귤, 오렌지, 레몬 등에 한다.
과일에 사용하는 왁스 성분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야자수의 잎과 싹에서 얻는 '카나우바 왁스(Carnauba Wax)'이고, 다른 하나는 식품첨가물의 일종인 '유동파라핀(액상 파라핀)'이다. 지금까지 카나우바 왁스의 독성은 보고된 바 없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유동파라핀의 경우 체내에 소화·흡수되지 않아 섭취 시 복통·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비타민A·D·E 등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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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난히 윤이 나는 과일이라면 유동파라핀(피막제)으로 껍질을 코팅한 것이다. 소화기가 약하거나 고령이라면 껍질을 제거하고 먹거나 피막제를 사용하지 않은 과일을 선택해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또한 식약처는 유동파라핀의 경우 빵이나 건조 과일·건조 채소에는 각각 무게 대비 0.15%, 0.02%만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과일에 사용할 때는 기준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첨가물기준과 김동규 연구관은 "과일은 껍질에만 사용되고 껍질은 거의 안 먹기 때문에 사용량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귤이나 오렌지 껍질로 차나 잼을 만들어 먹으면 자칫 유동파라핀을 섭취할 수 있다"며 "유동파라핀은 소화가 안 되므로 고령이거나 소화기가 약한 사람, 수술 후 장폐색(腸閉塞) 등의 우려가 있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왁스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헹구기만 한다고 없어지진 않는다. 흐르는 물에 솔이나 스펀지 등을 이용해 문질러 씻거나 과일·채소용 세척제를 사용하면 일부 제거된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40~55%만 제거되므로 노인이나 자주 설사를 하는 등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왁스칠이 안 된, 과도하게 윤이 나지 않는 과일을 먹어야 한다. 과일 껍질을 깎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일 껍질로 차나 잼을 만들 때 역시 과도하게 윤이 나지 않는 과일을 선택해야 한다.
/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