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도 별 수 없군요. 우리 큰 아이도 그렇지만 작은 아이도 다른 것은 몰라도 정직함 하나만은 남다르다고 난 평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정직함 때문에 내 속이 탔다. 아들과 함께 병원에 갔다. 며칠 후에 있을 아들의 징병검사 시 제출할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서이다. 고 1때 운동하다 허리를 다쳐 디스크 수술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척추 MRI를 찍게 한 후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현재의 허리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아들의 실제의 허리 상태가 어떠한지를 체크하기 위해 눕게 한 후 다리도 들어 올려보고, 손바닥을 아이의 발바닥에 대고 밀어보기도 했다. 또 허리도 굽혀보도록 했다. 내 속을 태운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의사가 다리를 들어 올리고 또 밀면서 어떠하냐고 할 때 아프다고 엄살을 떨면 좋을 턴데 우리 아들은 그게 아니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며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이었다. 허리를 굽혀보라고 할 때에도 조금만 굽히면서 잘 굽혀지지 않는다고 꾀병을 좀 부리면 좋을 턴데 역시 그게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육상선수 생활을 했었는데 육상 선수답게 손바닥이 땅에 닿도록 쑥쑥 굽히는 것이었다.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또 조마조마했다. 의사가 무슨 질문을 하게 되면 또 무슨 말을 바르게 해버릴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수납을 하면서 난 아들에게 말했다. “의사가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좀 아프다고 하지 그랬냐? 그리고 허리를 굽혀보라고 할 때도 눈치껏 하지...”그러자 아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거짓말하기가 좀 그래서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평소 하나님 앞에서 내 깐으로는 정직하게 살아간다고 자부하였건만 아들로부터 그런 말을 듣고서도 회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내 아들이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언젠가도 우리 아들은 웃으며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목사님도 자식 일은 별 수가 없군요!”
우리가 목사이고, 장로이고, 권사이고, 집사이고, 거룩한 성도라고 하지만 또 공무원이고, 정치가이고, 교육자라고 하지만 자식 일이라고 해서 불의를 행하고, 나와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고 해서 불의를 행하고,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세상과 구별되게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아볼 틈이 없다.
몇 년 전 한 일간지에 부패를 감시하는 국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가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했다. 146개 국가 중 핀란드가 지난해에 이어 10점 만점에 9.7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뉴질랜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호주, 네덜란드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4.5점을 얻어 47위를 차지했다. 우리 사회가 하나님의 말씀처럼 정의가 하수처럼 흐르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우리 그리스도인부터 아니, 나 자신부터 신경을 더 써야 하겠지. 출처/창골산 봉서방 카페 (출처 및 필자 삭제시 복제금지)
첫댓글 죄송합니다. 제가 20년전 어느 장로님이 인도하는 구역예배에 참석했다가 아브라함이 이삭을 재물로 바친 사건을 설교하면서 자기는 외아들 OO를 바치라면 "하나님 안됩니다. 저를 데려가십시요" 할거라고 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거의 그렇기에 목사도 그런 마음이 든다는 말은 전혀 신자들에게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자기합리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니다라 하셨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은 소유관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녀 앞에 얼마나 떳떳한가?나 역시 고개 숙여 침묵하게 하는 아픈 글이군요!
진짜 마음이 쓰리옵니다 이일을 어찌할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