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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기자 1명이 주한 미군의 용산기지와 2사단기지 이전과 관련해 그 동안 감춰져왔던 사실들을 미국 비밀외교전문을 통해 다루고자 했으나 한창 취재 중에 회사 경영진들에 의해 비제작부서로 갑자기 발령이 나 버렸다."
위키리크스의 내용을 신뢰하든 신뢰하지 않든, 위키리크스가 기성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까닭은 많은 사람들을 궁금하게 한다. 어떤 말못할 사연이 있길래 언급조차 되지 않는 걸까? KBS 김용진 기자는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개마고원)을 통해 위키리크스의 진실을 알렸지만 그는 KBS기자로서 KBS에서도 다른 매체에서도 위키리크스를 다루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김 기자에 따르면 2011년 9월 위키리크스가 미국외교문서를 전면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7개월 동안 KBS 9시뉴스에 위키리크스를 다룬 것은 단 1건의 리포트뿐이다. KBS는 매일 전 가구의 1/5이 시청하는 뉴스 프로그램이다.
페이스북 소셜북스의 이용자들과 김용진 기자는 3월 한달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댓글로 질문을 달면 저자가 모아서 답변을 해주는 식이었다. 질문은 위키리크스와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 정보 민주화, 대안언론, 관료사회의 문제점 등 다양했다. 특히 책에서는 자세히 표현하지 못한 내밀한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시간이었다.
김용진 기자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는 대중(informed public)'이 중요한 문제이며, 기존 언론이 이 문제를 게을리한다면 대안언론에 의해 퇴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무리 정보를 차단하려고 해도 정보는 다른 출구를 찾아서 세상에 알려진다는 것이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나꼼수를 비롯 뉴스타파, MBC제대로뉴스데스크 등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대안언론이 인기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으며, 과연 기존 언론들이 변화할 수 있을까?" (오영미 씨) - 우선 주류언론매체들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즉 권력을 감시하고 대중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언론의 기능을 상실해버렸기 때문에 그걸 대신 수행할 대안언론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물론 대안언론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이전에도 언론통제가 심해지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안언론들이 나타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 현상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인터넷의 발달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된 점이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유튜브나 팟캐스터같은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개인 또는 소규모집단도 기성언론 못지않은 파급력과 영향력을 지닌 대안매체를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물론 여기엔 수용자들이 목말라하는 정보들을 제대로 생산해 공급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나꼼수는 그런 조건을 절묘하게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나꼼수가 단순한 정치개그였다면 그런 신드롬을 일으키진 못했을 것이다. 기성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은 선관위 의혹, BBK의혹, MB의 내곡동 사저문제 등을 정면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그처럼 폭발적 반응을 받았다고 본다. 예전의 대안매체는 주로 인쇄물 형태였고, 그래서 수용자들과의 접촉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주류매체의 영향력을 따라잡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주류매체들도 대안매체들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나꼼수나 뉴스타파, KBS와 MBC의 파업뉴스 등에서 보듯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런 한계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 기존 주류매체도 이런 새로운 유형의 대안매체의 부상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현상이 기존의 정파적 또는 상업적 이윤동기에 매몰돼 있는 주류매체들의 변화를 추동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만약 기존 매체들이 수용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변화를 빨리 이뤄내지 못한다면 새로운 형식의 대안매체들이 오히려 더 큰 영향력과 신뢰를 받은 매체로 자리 잡을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
"책을 내기전 언론에 연재형식으로 위키리크스의 내용을 고발할 생각은 없었는지? 책을 출간하기전에 보다 효과적인 내용전달을 위해 다른 매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오일수 씨) - 내가 KBS 현직 기자이지만, KBS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비밀외교전문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미 외교문서를 KBS 뉴스나 프로그램을 통해 다루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후배기자 1명이 주한 미군의 용산기지와 2사단기지 이전과 관련해 그 동안 감춰져왔던 사실들을 미국 비밀외교전문을 통해 다루고자 했으나 한창 취재 중에 회사 경영진들에 의해 비제작부서로 갑자기 발령이 나 버렸다. KBS 고위층에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외교문서를 취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KBS는 2011년 9월 위키리크스가 미국외교문서를 전면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7개월이 지났지만, 9시뉴스에 단 1건의 리포트만 내보냈을 뿐이다. KBS 소속 기자가 KBS에 위키리크스 관련 뉴스를 내지 못하고 다른 매체에 그걸 낼 방법은 없다. 그래서 처음엔 제 개인 블로그를 개설해서 위키리크스 분석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보다 많은 분들에게도 이 내용들을 좀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출판을 결심하게 됐다. 출간 후 많은 독자 여러분들이 격려를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올해 총선 및 대선 기간에 보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 최근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대안언론이 인기이긴 하지만 기성언론의 방식이 의외로 먹혀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국민이 깨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밝혀지겠구나 기대했던 진실이 묻혀 버리거나 심판대에 오르길 기대했던 세력들이 보란듯이 안위를 유지하는 일이 없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희진 씨) - KBS 9시뉴스의 시청률은 여전히 20%를 넘나든다. 드라마도 20%를 넘으면 대박이라고 하는데 매일 저녁에 방송되는 뉴스 시청률이 20%를 넘는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수치다. KBS가 권력에 장악되고 뉴스도 친정부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서 이제 KBS 보는 사람 거의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5분의 1 이상이 매일 KBS뉴스를 보고 있는 셈이다. 역시 권력에 의해 장악된 MBC나 상업방송 SBS도 KBS 사정보다 나을 게 없다. 또 신문시장의 90% 이상은 수구보수성향의 신문에 의해 장악돼 있다. 이런 여론독과점 구도 하에서는 올바른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는 대중들이 많이 존재하기 힘들다. 올바른 정보를 갖지 못한 대중들이 주요 사회현안이나 정책방향 등에 대해 제대로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설적 토론에 참여할 수는 없는 일이고 유권자로서 올바른 선택을 내리기도 힘든 일이다. 민주주의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는 대중(informed public)’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informed public’은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결국 우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관력의 간섭이나 정파적, 상업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본연의 기능을 해야 한다. 수구보수 신문은 구제불능일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반드시 국민의 품을 되돌려서 수구보수 세력에 의해 장악돼 있는 여론시장에서 힘 있는 대항마이자 견제장치로 기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뉴스 소비자들도 수동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구분하고, 나쁜 정보는 배척해 여론시장에서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 이게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권력과 자본과 주류매체, 3각 동맹의 여론지배와 조작에 무기력하게 당하고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언론인들의 각성 못지않게 뉴스 수용자들의 적극적 자세가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알리려는 시도....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이룰수 있을까?" (정철희 씨) -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많이 막혀버렸다. 나도 정권 초기에 탄압을 받은 경우인데, MB 정권 4년 동안 진실을 알리려한 죄밖에 없는 많은 언론인들이 징계 받거나 해고당했다. 군사독재 시절에 일어나던 일들이 명색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진실의 통로가 막혀 있는 것만은 아니다. 결국 진실은, 차단된 정보는 기존의 출구가 막혀 있으면 새로운 출구(outlet)를 찾아 가게 마련이다. 나꼼수, 뉴스타파, 이털남 등이 그런 출구다. 언론사의 유례없는 연대파업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이들이 파업하는 이유도 결국은 진실이 가로막힌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들어 감춰진 비밀을 폭로하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본다. 기존의 주류매체가 제 역할을 못하고 민감한 정보의 유통 경로로 기능하지 못하자, 올드 미디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검열이나 간섭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출판 쪽에 그런 유형의 정보들이 몰리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도 사실 그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지금 현실은 매우 어렵지만 진실을 알리기 위한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결합되면 좋은 결과가 곧 오리라 생각한다.
" 이 책에서 관료제의 폐해를 보았다. 개혁정권을 자처하던 노무현정권이나 보수정부를 자체하는 이명박정부나 할 것없이 관료들의 입장에서는 한시적 사장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관료들이 기본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자신 조직의 장기적 이익관점에서 국익을 판단하거나 곡해하는 현상을 발생하는 현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피아 등으로 유명한 관료조직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정권교체만으로 근본적인 개혁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점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세교 씨) -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을 쓰면서도 이 책이 단순히 외교비화로 읽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책에 있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제기를 하고 싶었던 부분은 한미동맹의 실체, 정부의 비밀주의, 정보민주화, 주류언론의 문제, 한국 관료들의 수준과 관료제의 문제 등이었다. 관료제의 폐해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 외교안보분야 관료들은 그간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엘리트 대우를 받고 그 권위를 인정받아 왔지만 이면의 실상은 사실 매우 참담한 수준이었고, 이들에게 과연 국익의 수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겨도 되는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친미, 친일적 입장이었다. 사실 숭미 집단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모피아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론스타 꼭지에서 다룬 사례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문제는 이들 관료사회에서도 일종의 이너서클 같은 게 있어서 이들이 대를 이어 헤게모니를 장악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권의 교체하고는 무관하다. 외교안보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예전 97년 외환위기 때 실무급 관료들이 지금 대부분 기획재정부와 금융 감독기구 및 금융권에서 최고 요직들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정권교체만으로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정권교체에 이은 관료조직의 근본적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제대로 된 관료들을 육성해 낼 방안의 마련도 필요하다. 또 관료들을 일상적으로 감시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한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공개제도라고 본다. 강력한 정보공개제도가 있어야 관료들의 업무가 보다 투명해지고, 시민들의 공적 감시와 참여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본다.
▲ KBS 김용진 기자는한미동맹의 실체, 정부의 비밀주의, 정보민주화, 주류언론의 문제, 한국 관료들의 수준과 관료제의 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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