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6년 전 한글학회부설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로 있을 때에 김승곤 전 한글학회 회장과 함께 국회의원이었던 대통령님을 국회 의원회관으로 찾아 가 뵙고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한글발전을 위해 애쓰신 일을 감사하면서 한글발전을 위한 여러 건의를 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을 뒤엎는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반대 건의문을 올립니다.
이 건의는 저 혼자만의 뜻이 아니고 한글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많은 국민과 한글단체의 소리를 모아 전하는 것이오니 눈여겨 살펴보시고 제 건의를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안녕하시길 바라고 빌면서
언어문화개선범국민연합 공동대표 이대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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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육부(장관 황우여)는 지난 9월 24일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발표했습니다. 이 교육과정 주요 사항에서 2018학년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과서에 한자를 한글과 나란히 적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한자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조선시대나 일본제국 강점기도 아니고 한글로 국민 누구나 말글살이를 마음대로 하는 대한민국 한글시대인데 이런 엉뚱한 발표를 듣고 나니 어리둥절하고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 발표가 있은 뒤 한글학회와 한글문화연대를 비롯한 한글단체와 참교육학부모회, 전국국어교사모임 들 교육단체가 잘못된 정책이나 당장 취소하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벌써 한자 사교육 시장이 떼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처럼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글이 태어나고 500여 년 동안 쓰지 않다가 이제 반세기만에 국민과 정부가 노력해서 나라 글자로 뿌리를 내리려는 판에 한글을 짓밟는 정책을 내놓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그래서 정부에 몇 가지 묻습니다. 자세하게 답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지난 9월 24일 연합뉴스는 “초등학교에서 적정 한자 수가 400∼500자 가량으로 명시되고 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된다.” 라고 보도했고. 지난 9월 25일 조선일보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년이 사용하는 교과서에는 한자를 한글과 병기(倂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육부는 24일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주요 사항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한자 교육 강화 방안도 포함시켰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교육부 관계자가 "현재 학생들에 대한 한자 교육이 부족해 의미 소통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2018학년에는 초등 3·4학년 교과서, 2019학년에는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한자 400~500자를 한글과 병기하도록 권장하는 교과서 집필기준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자세하게 보도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한자혼용주장 단체는 이 정책이 확정된 것처럼 일간신문에 경축한다는 광고까지 크게 내고 있으면 한자 사교육시장도 마찬가지 확정된 사실처럼 좋아하면서 술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한글단체인 한글문화연대와 한글학회가 낸 진정서 답변에서 검토 안이며 관련 전문가와 현장교원, 학부모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서 2015년도에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정책이 확정된 거처럼 보도한 것은 잘못된 보도이거나 아니면 교육부 관계자가 이 문제를 멋대로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보도로 국론이 분열되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었습니다. 언론에 정정 보도를 하도록 하고, 확정된 것처럼 말을 한 교육부 관계자를 문책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을 기만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부를 불신하게 한 교육부 관계자를 문책하고 정정 보도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속임수로 보겠습니다.
2.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교육을 강화하고 일본처럼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쓰자는 주장은 광복 뒤부터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이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정책을 시행하려고 계속 시도했으나 한글단체와 국민들이 반대해서 시행하지 못한 해묵은 논쟁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공청회나 토론회를 열거나 한글단체나 국민에게 물어본 일이 없이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넣어 발표한 것은 국민과 한글을 우습게 여기고 교육부 관계자와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단체가 함께 꾸민 음모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했다가 잘못된 것임이 밝혀져서 1970년부터 한글만으로 교과서를 만들어서 지금까지 내려왔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렇게 한 것은 아주 잘한 업적으로 칭송하고 있는데 그 따님인 박근혜 대통령이 그 업적을 뒤집게 만들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훌륭한 업적을 뒤엎게 만들어 욕먹게 하려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 뻔합니다. 이 정책을 이번 교육과정 개편안에 넣은 것은 교육부가 일본식 한자혼용 주장자들과 함께 꾸민 음모라고 보는데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3. 교육부가 영어 조기교육을 시행하면서 영어 사교육이 늘어나 학생과 학부모가 죽을 지경이고 우리 말글살이가 영어에 치어 매우 어지럽습니다. 또한 영어 편중 교육으로 다른 교과 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교육부는 우리 말글을 더 사랑하고 바르게 쓰도록 가르치고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한자 사교육을 부채질할 한자 조기교육 강화 정책을 내놓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잘못된 일입니다.
더욱이 조선시대나 일본 강점기처럼 한자를 배우고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때도 아니고 신문도 문학 서적도 모두 한글로 쓰는 대한민국 한글시대에, 또한 나라 밖에서도 배우고 쓰기 쉬운 으뜸 글자인 한글을 가지고 쓰는 우리를 부러워하면서 우리 말글을 배우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바람을 지원하고 더 잘 되도록 힘쓰지 못할망정 일본 강점기 때처럼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쓰고 한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시대 현실과 흐름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교육부는 한글시대를 맞이해서 광복 뒤에 일제가 못 쓰게 한 우리말을 되찾고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쓰자는 노력으로 교과서에 실었던 이름씨, 그림씨 같은 말본 용어를 못 쓰게 하고 일본처럼 명사, 형용사 같은 한자말로 바꾸게 하였으며, 다른 과목에서도 토박이말을 버리고 한자말을 자꾸 늘린 것을 반성하고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고 한글을 빛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교육보다 영어 교육과 한자 교육에 더 힘쓰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교육부가 한해에 영어 교육에 쓰는 비용과 토박이말을 살리고 한글 발전시키려고 쓰는 비용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만약에 박근혜 대통령께서 저들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시행하도록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조롱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한글 발전을 가로막은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당장 취소하고 한글 발전에 더 힘쓰도록 지시하시면 고맙겠습니다.
끝으로 1968년에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한글전용 정책을 펴는 결단을 내렸듯이 광복 뒤부터 끈질기게 우리 겨레말과 한글 발전을 가로 막고 국민들 말글살이를 어지럽게 한 일본식 한자혼용 주장자들이 다시는 더 날뛰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치해주시고 영어로부터 우리 말글이 짓밟히지 않도록 해주시기를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그렇게 하면 한글이 빛나고 우리 겨레와 나라도 빛나며 대통령님도 빛납니다.
2014년 10월 27일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 이대로 드림
(언어문화개선범국민연합 공동대표,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