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일찍 잠이 깨 시계를 보니 4시반이다.
다시 잠을 청해도 오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라 거실에 나가 TV를 켰다.
마침 미국 올란도에서 열리는 LPGA 올해 마지막 경기인 CME GROUP TITLEHOLDERS
4라운드 경기가 중계되는데 타이밍도 좋게 15번째 홀의 플레이가 나온다.
박희영이 어제 Sandra Gal과 ㅡ7로 동타를 이루고 오늘 마지막 조로 출전하는데
ㅡ8로 한 타 앞서고 있었다. 이어 16,17,18홀을 조마 조마하게 가슴 조이며 봤는데
결국 박희영이 -9 스코아로 2타차 우승을 해서 기뻤다.
경기가 끝나자 바로 최나연, 김인경 두 선수가 달려가 물 세례로 축하를 했다.
여기까지는 보기가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 두 사람이 그린 안으로 달려와
박희영을 감싸드는 것이었다.
짐작컨데 한 사람은 박양의 아버지인듯 싶고 또 한사람은 친척(?)인지, 누군지
모르겠으나 순간 나에겐 10여 전의 악몽같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1998년 IMF금융위기 직후 박세리가 US Open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하자
그녀의 아버지가 달려들어 딸을 부등켜 안고 한 동안 소동(?)을
일으켜 온 세계 골프 펜들과 TV시청자들에게 빈축을 샀던 일이다.
물론 부모된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골프 같이 고도의 에티켓을 요하는 경기에서, 그것도 플레이가 끝나고 선수들이
그린 밖으로 나오면 그 때 부등켜 얼싸않아도 충분히 기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을 터인데,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고 그린 안으로 들어가 선수를 부둥켜 않는 추태를 부려 꼴불견이
될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박희영 선수의 아버지되는 분은 대학 체육과 교수라고
KLPGA 홈페이지에 소개되는데 이 정도의 양식도 없을까 하는 마음을 금하기 힘들게 했다.
차제에 잠시 돌이켜 보면 박세리이후 10여년에 걸쳐 한국 여자 선수들이 LPGA 100승을
넘는 기록으로 국위를 선양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도 심한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 아닌가?
알게 모르게 한국 선수들에 대한 견제가 작용하여 영어사용 의무화, 골프장 코스 거리
늘리기 등 이런저런 제약을 가해 작년에 LPGA 10승 기록이 올 해는 3승으로 줄어들었다.
이 정도는 옥에 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 순간 좋았던 기분이 식어드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어 솔직한 소감을 몇 자 적었다. (2011. 11. 21.)
아래는 스윙 폼이 가장 좋다는 박희영의 드라이버 샷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