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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의 고백 - 가르치는 자의 슬픔
Posted at 2010/04/19 16:49// Posted in 생생매거진 Posted by 우물현직에서 일하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드는 생각을 글로보내주셨습니다.
MB 교육 2년이 20년 같다는 짧은 내용과 함께 '가르치는 자의 슬픈' 자화상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교과부가 수능성적을 발표했다.
인천이 또 꼴찌를 했다. 그래서 슬프다.
인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는 슬프다. 그리고 인천의 학생들도 함께 슬프다. 인천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는 부모님들도 슬프다. 그래서 경기도로 전학을 보내야 할까? 아니면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로 가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형편이 그렇지 못한 부모는 자신을 자책하며 좀 더 나은 교육여건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한다.
21세기 교육 앞에 서 있는 인천의 학생과 교사와 부모들은 한 없이 작아지고, 슬퍼지는 오늘이다.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해서! 또 무엇인 진정한 학력이고 실력인지에 대해서!
대한민국 사회를 향해 끊임없는 의문을 던진다.
권영길 의원실에서 2008년 세입결산 기준 학교별 공교육비를 비교해 보았다.
특목고인 김해외고는 국가와 교육청에서 4백만원 학부모가 4백만원을 부담하여 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지역의 일반계고인 김해가야고는 국가와 교육청에서 오십오만원을 받고, 학부모가 백만원을 부담하여 백육십만원으로 학교를 운영했다. 학생1인당 공교육비가 무려 5배의 차이가 발생하였다. 같은 지역 김해에서 가야고 학생이 외고 학생들을 어떻게 시험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성적은 개별학생에게 꼭 맞는 맞춤교육을 어떻게 실시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5배 이상의 공교육비에 막대한 사교육비를 투여한 외고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전국 수능성적이 나왔다.
인천이 언어 수리가 수리나 외국어 평균과 1등급 비율에서 가장 낮은 등수를 차지했다.
전남 충북 경북 경남 등 농촌지역보다 더 낮은 점수에 인천의 한 교사로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왜 그럴까?
첫째는 인천은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오면 집값이 비싼 수도권의 경기도나 서울로 갈 수 없는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시골 조부모 밑에서 자라던 아이들이 부모님과 합치면서 모이는 곳이 인천이다.
우리학교에 3월 전학 온 학생은 어머니가 재혼하여 그동안 경북에서 친할아버지 밑와 살다가 이번에 어머니가 데려온 아이이다. 그 아이는 성적이 부진하다. 또한 학교에 적응하기도 힘들어 한다. 우리 반 아이가 전학 온 아이에게 맞짱 한번 붙자고 했다가 주먹으로 한대 맞아서 불러서 그렇지 말라고 혼낸 적이 있었다.
둘째는 인천은 공부를 잘하면 근처 경기도와 서울로 전학을 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부천의 중동과 서울의 목동으로 학원을 다니는 학생도 많지만, 고등학교 정도 되면 아예 이사를 가능 것이 보통이다. 우리 학교는 부천 중동과 가까운 곳이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학원을 중동으로 다닌다. 그러다가 졸업하면 중학교를 중동으로 진학하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반에 2-3명 꼴로 있는 형편이다.
셋째는 관료주의가 아주 극심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교육 관료가 아주 좁은 인천지역에서 오랫동안 인맥과 학맥으로 연결되어 있어 관료주의의 병폐가 전국에서 가장 심한 지역이다. 행정기관 주도형 행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러한 인천지역에서 성적이 꼴등에 가깝게 나오자 20년 전에 했던 강제 야간자율학습, 초등학교 7교시, 0교시, 문제풀이식 수업등이 횡횡하는 등 말 그대로 별짓을 다해 보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성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진한 아이를 1시간 가르치면 3시간을 문서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일은 우리학교 맞춤장학이다. 교육청의 장학사들이 한꺼번에 학교에 방문한다는 것이다.
수업을 전 교사가 해야 하고, 특별이 5명의 교사는 모든 학생을 귀가 시키고 특별히 수업하기 위해 다른 반에서 모의수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장들은 공문철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교감은 학교 밖의 모래까지 청소하라고 난리다.
일제고사가 계속 된다. 성적공개도 계속된다. 인천에서 가르치는 자들은 슬픔에 빠진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교육관료들의 채찍 속에 공황 속으로 빠져든다. 학교간 시도교육청간 성적을 공개하고 무한경쟁으로 간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아이들이 있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들이 있으며, 뛰어가는 아이, 걸어가는 아이, 아예 포기하고 앉아 있는 아이들이 있다.
가르치는 자는 평균을 낮추는 포기학생에게 계속 윽박지른다.
아이는 더더욱 학교가 싫어진다.
공부밖에 안하는 학교에 다니고 싶을 리가 없다.
그래서 학교를 떠난다. 아니면 특수반으로 간다. 특수반 아이들은 일제고사 성적합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교육은 성적이 다가 아니다.
특히나 시험성적은 교육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시험성적과 등수가 교육의 전부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력과 실력은 더욱 떨어지고, 공부를 싫어하게 된다. 아는 것의 즐거움! 탐구하는 자세, 창의적인 사고력! 모두 시험성적이 쓸어버린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진정한 가치와 태도와 창의력과 사고력은 온데간데 없다.
아이들에게도 학부모들에게 가르치는 나에게도 교육은 없다.
가르치는 자, 나는 그래서 슬프다.
첫댓글 인천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보는 나는 절대 공감이네요
타잔님 그냥 대는 대로 삽시다.
나같이 힘없는 사람은 되는데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공감이 가서 퍼왔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