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의·토론 수업 활성화로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겠습니다
김석준 부산광역시 교육감
최창의가 만난 열다섯 번째 교육감은 부산광역시교육청 김석준 교육감이다. 2016년 4월 1일에 교육감 집무실에서 대담을 나누었다.
최창의 : 부산에 와 보니까 완전히 봄이 온 듯합니다. 벚꽃이 활짝 피고 날씨도 따뜻하고요. 2년 가까이 부산 교육을 이끌어 오셨는데 소감을 먼저 말씀해 주시지요.
김석준 : 취임식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 9개월이 됐어요. 제가 취임식에서 변화와 개혁을 약속했는데 개혁의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겠지요. 올바른 방향을 잡아서 점진적, 합리적, 지속적으로 변화시켜야겠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변화가 더디거나 좀 심하게 표현하면 투항한 거 아니냐 이런 표현도 있는데요. 저는 좀 천천히 가더라도 뒷심을 발휘해서 끝까지 변화를 이뤄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최창의 : 교육감으로서 부산지역 교육 여건에 따라 역점을 두어서 추진하는 과제가 있을 텐데요?
김석준 : 먼저 제가 취임할 당시에 부산교육청 청렴도가 17개 시도 가운데 15, 16위 이런 형편이었어요. 아무리 정책으로 노력을 해도 청렴도를 높이지 않고서는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요. 여러 노력 끝에 지난해 청렴도가 전국에서 7위까지 올랐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일단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이 청렴도와 학력인데, 이제는 학력에서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창의 : 학력이라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살펴보고 평가할 수 있을 텐데요. 부산에서는 어떤 면에 주로 힘을 싣고 있는지요.
김석준 : 지난해부터 주력하고 있는 게 토의·토론 수업의 활성화입니다. 학교 변화의 핵심은 수업을 바꾸는 것이고,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데는 토의·토론 수업이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부산의 초, 중등 교사들 가운데 600명 정도가 토의·토론 전문가 연수과정을 받고 있어요. 이분들의 역량이 쌓이면 새로운 수업 모델을 보여 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또 선생님들이 모여서‘토의·토론 길라잡이’라는 책자를 만들었는데 학교 현장에서 굉장히 반응이 좋습니다. 선생님들이 이처럼 참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엄청 변했고, 이렇게 수업 문화가 달라지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학력도 높아질 겁니다.
최창의 : 교실에서 실제로 교실에서 토의·토론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요.
김석준 : 부산시 교원 3만명 가운데 360명 정도가 의욕을 갖고 토론수업에 참여하고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전체로 보면 아직은 영향이 크지 않지만 학교 안에서 그런 분들이 한 분, 두 분씩 생기면 수업 변화가 큰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게 선생님들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고, 선생님들 업무 부담을 줄여서 새로운 수업 방법들을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의 관리자인 교장 선생님들이 새로운 교육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겠다고 해서 학교장 연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창의 : 지난 교육감 선거 결과는 학부모들이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 것이지요. 그런데 막상 교육감들이 취임한 뒤에는 기존 교육계의 분위기나 지역사회의 정치 지형에 따라 정책 추진 정도와 속도를 조절하더군요.
김석준 : 제가 유권자의 35퍼센트 지지를 받아서 교육감이 됐는데요. 저를 지지하지 않은 65퍼센트의 기대나 바람까지도 염두에 두면서 일을 해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의 국회의원과 시의원 대부분이 특정당인 상황이라 그들의 공감을 얻지 않고서는 변화가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지요. 그래서 제가 공약한 중학교 의무급식을 연차적으로 추진해 가겠다고 먼저 접고 들어가기도 했어요. 2014년 말에 예산이 부족한 형편이었거든요. 제가 먼저 풀어 가야지 끌려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 오히려 교육감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회가 된 것 같고, 혁신학교 예산도 살리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최창의 : 그 반면에 변화나 혁신을 바라는 분들은 의견이 다른 것 같습니다. 부산 교육감님의 교육혁신 속도가 더디고 추진력이 부족하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거든요.
김석준 :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데 되묻고 싶어요. 그러면 제가 안 하고 있는 것은 뭐냐는 거예요. 제 중요한 공약인 혁신학교도 좀 더디지만 진행이 되고 있고요.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인 의무급식은 1학년부터 전면 의무급식을 실시하려다 1, 2, 3학년 30퍼센트 정도씩 급식비 지원하는 형태로 달라졌는데요. 그렇다고 의무급식을 포기했느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30퍼센트 지원했으면 내년에 70퍼센트까지 올리고 그다음에 100퍼센트로 추진합니다. 그러면 경로가 다를 뿐이지 결국 의무급식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화끈하게 부딪치면서 뭔가 풀어가기를 바라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싸우면 백이면 백 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요.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니까 기다려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최창의 : 혁신에 대한 요구는 학교 현장의 변화를 염두에 두었을 겁니다. 여전히 비민주적인 관행이 남아있는데 민주적인 학교를 만드는 정책과 사업이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요.
김석준 : 물론 교장 선생님들이 쉽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교육청의 여러 가지 사업이나 노력을 통해서 현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수업 방식도 바뀌고 업무를 줄이는 것도 만족할 만큼은 아니라도 바뀌고 있다는 게 학교현장의 정서이고요. 그다음에 제가 지역에 가서 교장 선생님들을 만나 변화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느끼기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초심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가면 3, 4년차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창의 : 혁신학교의 정도와 내용도 시도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부산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는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김석준 : 큰 틀에서 혁신학교라고 했든‘다행복학교’라고 표현을 했든 학교다운 학교가 가장 본질이죠. 그래서 아이들을 배움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수업과 평가 방식도 바꾸고 교원들 관계도 바꾸면 학교다운 학교로 가는 건데요. 이걸 부산의 10개 학교에서 운영해 보니까 10개 학교가 조건에 따라서 다 달라요. 그 과정에서 학부모 만족도가 훨씬 좋아져서 전에는 1지망이 미달이던 고등학교가 지금은 1지망에서 배수 경쟁을 해야 하는 학교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다행복학교로 가겠다고 하는 마음들이 생겨난 게 큰 성과라고 봅니다.
최창의 : 부산형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 가운데 좀 더 두드러진 학교가 있을 텐데요.
김석준 : 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전포초등학교라고 있는데 모든 구성원들이 거의 100퍼센트 만족하는 학교로 바뀌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앞장선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지요. 동료를 감동시키는 헌신적인 노력들이 공유가 되면서 성공 사례가 된 거죠. 중학교도 한 군데 있는데 거기는 제가 보기에 기대했던 것만큼 잘 안 된 부분도 있어요. 다행복학교라도 기대 이상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데도 있고 잘 안 되는 데도 있거든요. 학부모의 협조, 교사들의 역량, 관리자의 지도력 이런 게 다양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쯤 되면 우리 안에서도 충분히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창의 : 부산시교육청에서 추진했던 정책이나 사업 가운데 학교 현장을 새롭게 변화시킨 것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김석준 : 토의·토론 수업이지요. 올해 같은 경우에 독서 교육과 결합해서 토의·토론을 일반화된 본보기로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토의·토론 길라잡이와 자료집을 만들어 수업에 확산시킨 것은 다른 시도보다 조금 앞서 시작했지만 아직은 개별적인 실험 수준이긴 합니다. 그 동안 다른 지역에 견주어 변화에 둔감했던 부산 교육현장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게 앞으로 남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창의 : 토의·토론 교육을 내실 있게 진행하려면 독서 교육이 뒷받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독서나 글쓰기 교육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요.
김석준 : 독서와 수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수업 시간에 읽고 그걸 통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거라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 내용하고 책 읽기를 어떻게 결합시키면서 풀어 낼 건가 고민 중입니다. 독서는 중요하지만 동시에 정말 자기 자유의지에서 자유롭게 책과 가까워져야 하고, 모든 교사들이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야겠지요. 보여주기식 또는 무슨 평가를 위한 독서가 아니고 자연스럽게 수업 과정에서 책 읽기를 녹여내는 방법을 어떻게 찾을 건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창의 : 독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김석준 교육감님은 어릴 때 어떤 책을 읽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인가요?
김석준 : 초등학교 5학년 때, 출판사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우리 집에 위인전 50권짜리 전집이 있었어요. 25권은 우리 나라 위인이고 25권은 외국 위인인데, 어머니가 월부로 구입해서 하루에 한 권씩 읽으라고 해서 억지로 읽었어요. 그때 읽었던 기억들이 살아가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특히 터키 독립운동 영웅‘케말 파샤’라고 있지요? 그 전기를 읽으면서 독립운동 사상을 알게 모르게 배운 것 같아요.
최창의 : 어린 시절에는 어떻게 생활하였나요? 아무래도 지금 아이들과는 한참 달랐겠지요.
김석준 : 부산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름에 용돈 벌려고 아이스케키 장사도 하고 그랬어요. 또 주물공장 이런 데서 쇠를 빼고 남은 찌꺼기를 길에 뿌려서 진창을 막았는데, 그 안에 쇠가 조금씩 붙어 있어요. 그러면 호미 갖고 그 쇠를 떼서 모아다 엿을 바꿔 먹기도 했어요. 놀 게 없으니까 맨날 산에서 놀다가 싸움박질도 하고 그랬지요. 그때는 중학교 입시가 있어서 5학년 때까지는 그렇게 놀다가 6학년 때부터는 입시 공부를 하느라 한 문제 틀리면 발바닥 한 대씩 맞고 그랬지요.
최창의 : 앞으로 부산 교육에서 좀 더 힘써 하실 일이나 학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말씀을 끝으로 마무리하지요.
김석준 : 학부모님한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부산교육이 쉽지는 않겠지만 토끼 두 마리를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하나는 현실적으로 당장 발등에 떨어져 있는 대학 진학입니다.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세상을 미래에 살아갈 역량을 기르는 것인데 이게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율배반적이기도 하지만,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을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많은 관심을 갖고 믿고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