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이라는 긴 장마도 끝이 났다. 1972년 이래 장마 일수와 강우, 모두가 기록적이다. 우리 지역 연간 평균 강우량은 1237mm 인데 비해 이번 장마기간 중에 내린 비만 절반이 훌쩍 넘는 786mm이다.
이같이 많은 비와 긴 장마로 지역농민들의 직간접 피해액은 수백억에 이른다는 농민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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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마로 인해 망친 고추밭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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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에 따르면 벼농사의 경우 일조량 부족과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벼가 연약하게 웃자랐고 도열병과 문고병 등이 크게 번져 풍년농사를 장담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벼농사의 경우 가을까지 날씨만 좋다면 그래도 작황이 좋아질 수 있는 희망은 있지만 고추와 참깨, 수박 등의 밭작물은 수확을 포기해야 할 만큼 크게 망쳐 피해 농가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시들음 병과 역병으로 농사를 망친 고추와 참깨 등은 물 빠짐이 좋은 일부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작황이 좋은 편이지만 수박의 경우는 오랜 비로 인해 인건비는 고사하고 중간상인과 계약했던 계약금마저 돌려줘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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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박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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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면에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 안모씨는 “지난 6월말 300평당 270만원씩 6천여만 원에 이미 중간상에게 계약 했지만 이번 장마로 인해 수박농사를 망쳐 받은 계약금도 돌려 줘야 할 형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안씨는 “한우, 과수 등 복합 영농을 하는 농민들은 위기를 넘길 힘이라도 있겠지만 수박 등 단일 품종의 작물에 종사하는 전업농들은 수확없는 한해를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며 “요즘은 고민때문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특히 600여 농가가 400여ha의 수박을 재배하고 있는 이산면 지역은 그 피해가 심각해 농정당국이 지난달 말부터 피해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안정면에서 과수농사를 짓고 있는 황모씨도 “지금 한창 출하되는 사과(아오리)도 낙과는 많고 색깔이 제대로 안나고 크기도 작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예년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헐 값” 이라고 말했다.
또, 밭농사를 많이 짓는 장수면의 김모씨도 “참깨 밭 1천여평과 고추 1천 600여 평은 농사를 포기하고 김장배추를 대파했으면 하는 생각이나 김장배추 역시 10년이면 6년은 농사비용도 못 건지는 위험한 작물로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다”면서 “어찌 보면 일손을 놓고 노는 것이 돈 버는 길인지도 모른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겼다.
30일 부석면 산비탈 과수원에서 만난 정모씨는 “수해로 집과 가족을 잃은 이웃 지역의 농민들에 비하면 우리 영주지역은 그래도 축복받은 땅”이라며 애써 웃는다.
시 관계자는 “지난 28일부터 농업인 단체의 요구로 수박피해실태만 조사를 하고 있으나 긴 장마와 많은 비로 인한 피해는 그 피해가 아무리 커도 재해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기 전에는 보상 규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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