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송승언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거나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마른
입술을 통해 겨울이 왔다 나는 장롱을 뒤져 목을 묶는 생물을 찾았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습관을 버렸다 네가 온 벤치 하
나 네가 오지 않은 벤치 하나 발목 잘린 벤치 하나 온통 하나뿐인 공
원에서 왜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네 입을 벌렸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쓸모가 없었고 살아 있었
다 내가 온 벤치에 너는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목이 막혔다 개별적인 나무에서 개별적인 꽃
이 피었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너를 찾았다 너는 없고 너의 표정만 갈라지고 있
었다 목이 막혔다
얼음 깨지는 소리, 벤치로 왔다 나는 땀을 흘렸다
―『현대문학』(2013. 2)
첫댓글 이념,고집,독선 없이
십방천지를 주무르는 봄바람
일체의
세상번민을
기이하게 다스리는가
최상의 빛과 더부나니
고운 꽃들이
식(式)과 법(法)을 초월하여
품위를 끌어올린다
토닥토닥거리면서
마중 나온 봄바람이
토옥 주위의 꽃들과 랑데뷰하는 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