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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교 임보
그것도 괜찮으리
시골 학교 교장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나고
느린 사람들만 아직 몇 남아
산과 들을 지키고 있는 산골
전교생이 모두 십여 명
학년과 반 구분도 없이
한 교실에서 오순도순 지내는
그런 평화의 학교
거기
교사이며 교장이며 사환인
그런 삶도 괜찮으리
얘들아, 오늘은 개울가로 가자
못생긴 물풍뎅이가 얼마나 헤엄을 잘 치며
늘 보는 여뀌풀이 얼마나 예쁜 꽃을 감추고 있는지
가서 찾아보자꾸나
책에 담긴 말들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단다
그것들은 탐욕과 논리로 너희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타고난 너희들의 천진과 평화를 더럽힐 뿐
믿을 만한 가장 정직한 책은
너희 곁에 저렇게 펼쳐진 산과 들이란다
굳은 땅을 뚫고 돋아나는 어린 싹들
햇살에 반짝이는 곤충들의 투명한 날개
허공을 맴도는 수리의 날카로운 눈매
황소의 단단한 뿔
향긋한 쑥 냄새
종달새의 간지러운 지저귐
모두가 다 너희들의 정직한 스승이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희들의 눈과 귀를 열게 하는 것일 뿐
교장은 종일 뒷짐이나 지고 서서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보고 서 있겠구나.
첫댓글 인자하신 교장 선생님과
물풍뎅이, 여뀌풀, 종달새와 노닐다 갑니다
기쁜 나날 되십시요
단이 님, 고맙습니다. 고운 목소리에 담아 주시니 글이 한결 빛납니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에 옮겨 놓고 자주 감상하겠습니다.
행복합니다 시인님
늘 건강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