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김현옥
살아온 길들을 지우며 떠난 길
그랑 블루, 너는 나의 최후의 집
삶의 강물이 이끄는 대로 순하게
네게로 갔네, 오래 익숙했던 마음의 집을 떠나
깊고 푸른 네 몸 속으로 스며들기 위해
내 붉은 아가미 물결 따라 춤추었네
오랜 미망의 길들이 사라지자
문득, 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깊고 푸른 사랑
너는 언제나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 왔었네
햇빛이 순결한 네 몸의 건반을 누르면 너는
푸른 풍금소리로 늙은 내 지느러미 어루만졌네
내가 간직해온 몇 개의 붉은 노래들이
동백꽃처럼 후드득 떨어지고
네가 들려주는 따스한 자장가에
먼 길 가만가만 흘러왔던 내 마음 뉘였네
그랑 블루, 나는 네 속에서 잠들겠네
갓 피어난 분꽃 같은 입술로
너의 깊고 푸른 이마에 굿나잇 키스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