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뮤직박스는 진실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이다. 미리 밝혀두지만 이 영화에 비쳐진 미국은 매우 정의롭게 묘사되고 있다. 영화처럼 ‘미국이 정의로운 국가인가?’의 여부는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 범위가 아님으로 비켜가도록 하겠다.
라즐로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헝가리 출신 미국인 이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한 이후 누구보다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일해 왔고 그 덕분에 미국인으로서의 안락한 노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의 딸 앤(제시카 랭)은 명망 높은 형사법 전문 변호사이고 손자는 누구보다도 할아버지를 존경하며 따른다. 성공한 미국인 라즐로에게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만큼 안락한 노후가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라즐로의 안락함을 위협할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그의 모국인 헝가리 정부가 공개한 2차 세계대전의 비밀문서에는 라즐로가 나치에 협력한 헝가리의 비밀경찰 요원이었으며 숱한 반인륜 반민족 범죄를 저지른 전쟁범죄자란 것 이었다. 미국 이민국은 라즐로가 이민할 당시 헝가리의 비밀경찰이었던 경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라즐로가 불법이민자이고 추방이 불가피 하다는 것 이었다. 라즐로는 딸 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신을 위해 변호해 줄 것을 요청한다. 앤은 아버지의 요청을 받아들여 변호를 맡기로 하고 재판은 시작 되었다.
악마(惡魔)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헝가리 비밀경찰의 만행은 사람의 탈을 쓰고서 할 짓이 아니었다. 총알을 아끼기 위해서 사람을 둘씩 묶어 다뉴브 강 물에 던져 익사시키는가 하면 바닥에 칼을 꼽고 그 위에서 푸시 업을 시키며 고문을 즐기기도 했다. 부녀자를 강간하고 공개적으로 성추행을 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살인이나 고문이나 성폭행을 하면서도 언제나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라즐로는 헝가리 정부가 자신을 지목하여 비밀경찰로 매도하는 것은 자신이 열렬한 반공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실제로 라즐로는 열성적인 반공주의자였고 공산주의자의 회합장소에서 난동을 부려 뉴스에도 보도된 사실이 있었다. 라즐로는 헝가리 정부가 이 뉴스를 보고 열렬한 반공주의자인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날조한 음모라는 것이다.
공판이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헝가리 비밀경찰이 저지른 만행은 사람이 아닌 악마의 행위였음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아버지 라즐로에게 씌여진 혐의가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란다. 하지만 진상을 규명하기엔 너무 많이 흘러 증인의 증언은 결정적 증거로 작영하지 못하고, 그 악마가 바로 라즐로라는 증인의 증언은 앤의 송곳 같은 반론에 의해 무력화 된다.
다뉴브강 위에서..
검찰 측이 제시한 증인들이 앤에 의해 무력화 되면서 검찰 측은 중대한 증인을 요청하지만 그의 신병 때문에 불가피 하게 재판부 전원이 헝가리로 출장을 떠나게 된다.(이 재판에는 배심원이 없었다.) 앤은 비로소 그 살육의 현장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한 밤중에 내려다 본 고요한 강물은 흐느끼고 있었다. 그 흐느낌은 악마들의 만행에 의해 살해된 수많은 영혼들의 울부짖음이었다. 때로는 철썩이고 때로는 흐느끼는 강의 흐느낌을 들으며 앤의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런 짓을...”
하지만 앤은 그 곳에서 아버지의 옛 친구 졸탄을 만나면서 아버지가 무죄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그 때 졸탄은 미국의 한 전당포에 자신이 맡겨 둔 물건이 있다며 앤에게 전당표를 건내 주며 그 물건을 찾아 줄 것을 부탁한다. 헝가리 출장 재판에서도 라즐로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실패하자 검찰은 기소를 포기하고 라즐로는 다시 자유로운 미국 시민이 된다.
미국으로 돌아온 앤은 아버지의 무죄가 입증됐어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헝가리 비밀경찰의 만행이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앤은 아버지 친구 졸탄이 준 전당표에 적힌 주소를 찾아가 그 전당표로 찾은 물건은 낡은 뮤직박스 였다. 아버지 라즐로의 무죄를 축하하는 파티가 한창인 때 앤은 홀로 이 뮤직박스를 틀게 된다. 뮤직박스에서 태엽이 풀리면서 음악이 흐르고 그 음악과 함께 뮤직박스 뒷면에 간직된 몇 장의 사진이 밀려 올라오게 된다. 거기서 올라온 낡은 흑백사진은 다름 아닌 아버지 라즐로가 악마였다는 증거물이었다. 비밀경찰 제복을 입고 증인들의 증언과 일치하는 모습으로 자랑스럽게 웃고 있는 악마의 사진이었던 것이다.
첫댓글 미국에서는 CIA에서 조직적으로 돈을 대서 영화를 만든다고 하더군요....정의로운 미국, 평화를 사랑하는 제국, 인류를 위해 싸우는 미국, 불의로부터 제 3세계를 해방시켜주는 나라 미국... 등등...
그렇군요. 신 식민지 정책..땅이 아닌 정신의 식민지화...
그래서 미국 영화 잘 안 봅니다.... 미국식 이데올로기가 꼭꼭 숨어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ㅎㅎ
예전에 <인디펜턴트 데이>였나 제목이 정확히 생각 안나는데, 그거 거의 우리나라 군대에서 틀어주는 수준의 영화라서 돈내고 본 걸 엄청 짜증냈던 기억이 있어요. 그건 정말 미 정보국에서 돈 댔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