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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가? 지금이 일제 강점기인가? 교육부가 나서서 한글, 한국어 교육 막아 - |
한글학회 총무를 맡은 고려대 이관규 교수는 “우리 선조들은 일제의 조작된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목숨을 빼앗기면서도 우리말과 글을 지켜왔다. 그런데 해방된 대한민국에서 교육부가 나서서 우리말과 글을 교육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교육부는 과연 어느 나라 교육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교육부를 질타했다.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 교사는 “한글과 한국어는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이며, 한류의 든든한 자산이다. 외국인들도 극찬하는 한글과 한국어의 원리를 가르치는 ‘언어(문법)’ 과목을 한국인이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게 된다면 한국어의 미래가 어찌될 것이며 어떻게 외국인들이 한글과 한국어의 원리도 모르는 한국인에게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겠는가?”라며, “고등학교에서 한글이나 한국어 원리에 대한 교육이 폐지된다면 좋은 한국어 교사를 기를 수도 없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한글과 우리말을 자랑스러워 할 수도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을 2021년부터 적용하려다가 2022년으로 1년 연기하면서 시작되었다. 교육부는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1년 연기하면서 2021년 수능은 현행대로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존의 교육과정에 따른 국어과의 과목은 3과목(<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이었고,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과목은 4과목(<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언어(=문법)와 매체>)으로 달라지면서 선택 과목의 수가 1개 늘어났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학습 부담을 핑계로 3과목을 유지하려고 일방적으로 <언어와 매체>를 제외하는 안을 추진하려고 한다.
교육부는 한글의 우수성과 우리말 맞춤법 등을 가르치게 되는 <언어와 매체>를 제외해야 할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런 중요한 결정을 심도 있는 연구가 아닌 단순한 설문조사로 결정하려고 한다. 이는 아무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설문으로 과학 과목 시험에서 ‘물리’를 넣을까 뺄까 질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교육부의 위탁으로 설문조사를 맡은 연구팀이 설문에 앞서 개최한 전문가 협의회에서 교육부는 이유는 설명해 주지 않고 장학사들이 국어과의 선택 과목을 4개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회의에 참석한 교수와 국어 교사는 국어과의 선택 과목이 몇 개이든 국어과 시수 안에서 해결하면 되므로 4과목을 선택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지만, 교육부는 전문가의 의견은 무시하고 설문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설문의 직업 분류에 국어과 전공자도 아닌 일반 전공자들이 다수인 ‘장학관/장학사’가 따로 설정되어 이들의 의견을 빌미로 <언어와 매체>의 제외를 강행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수능에서 <언어와 매체>를 제외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고등학교 교육이 수능에 의해 좌우되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우선 자라나는 세대들이 자랑스러운 제 나라 문자인 한글 창제의 원리, 한글 맞춤법과 같은 우리말 규범도 공부할 필요가 없게 되며, 청소년 언어생활을 다듬어 줄 기회도 상실하게 된다. 게임 중독과 휴대폰 중독으로 국어 해체와 파괴가 심각하고, 독서 능력이 떨어져 가고, 글쓰기와 말하기 등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국민이 많아져 가는 상태에서 국민의 국어능력은 더욱 저하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아무도 세종대왕을 자랑스러워하지 않게 되고 한글을 자랑할 이유도 모르게 된다. 한류와 함께 전 세계인이 배우려는 한글과 우리말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 양성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요식 행위에 불과한 설문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최초 약속한 대로 2021 수능 범위를 기존의 국어 시험처럼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언어와 매체>(언어만 포함)로 결정하는 것이 모든 논란을 피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국어과 수능 선택 과목 수를 달리 하고 싶다면 충분한 연구를 통해 2022년 수능부터 바꾸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교육부가 일제 조선 총독부처럼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지 못하게 막아섰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별첨 1> 학회 연합 성명서
<별첨 2> 그동안의 경과 정리
[별첨 1] 국어, 국어교육, 한국어교육 관련 학회/단체 연합 성명서
수능 국어과 과목 선택 설문 조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
- 한글과 한국어를 빼앗겼던 민족, 벌써 과거를 잊었는가? -
최근 교육부의 위탁을 받은 연구팀은 2021 국어 과목 시험 범위에서 ‘언어(문법)’을 제외할지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선택 방안은 1안과 2안이다.
1안: 4과목안(<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언어와 매체>)
2안: 3과목안(<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설문 의도를 모르는 응답자라면 과목수가 적은 2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리 된다면 사실상 국어교육에서 ‘언어(문법)’에 대한 교육은 사라져, 한글 창제 원리, 한글 맞춤법, 올바른 어법, 우리말 예절 등은 가르칠 수 없게 된다.
문제의 발단은 2021년 수능 시험부터 적용되기로 했던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이 2022년으로 1년 연기되면서 시작되었다. 교육부는 2021년 수능의 경우 기존 수능시험의 성격을 유지하겠다고 하였다. 기존의 수능 국어 선택 과목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의 3개인데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문학>, <화법과 작문> 외에 <독서와 문법>을 <독서>와 <언어와 매체>로 분리해 4과목이 되었다(‘언어’는 ‘문법’에 해당함). 교육부는 기존 국어 수능 과목이 3개였으니 2015 개정 교육과정 4과목 범위에서 <언어와 매체>를 배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1안처럼 4과목으로 하되 <언어와 매체>는 <매체>를 제외하는 조건을 달면 4과목이라도 기존 범위인 3과목과 동일 범위 효과가 나오므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교육부는 연구팀을 꾸린 후 1월 12일과 15일 두 체례 전문가 협의회를 개최했다, 참석한 국어 전공 교수와 교사는 2021 수능이 현행대로 시행된다면 4과목인 <화법과 작문>, <독서>, <문학>, <언어와 매체>로 하되, ‘매체’는 지금까지 수능 시험에 출제한 적이 없으니 ‘매체’만 제외하도록 고시하면 된다고 건의하였다. 그런데 교육부나 연구팀은 학생들의 선택권이나 수업 시수 등을 말하면서, 장학사들이 국어 선택 과목은 3개여야 한다고 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참석한 국어 전문가들은 국어 과목은 국어과 시수 내에서 선택하는 것이라 4과목 선택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락된 줄 알았던 과목 문제가 설문조사 방식으로 다시 살아났다. 설문 문항을 검토해 보면 교육부와 연구팀의 의도가 읽힌다. 설문 조사의 앞부분에는 참여자의 직업을 묻는 항목이 있는데, ‘교수, 고등학교 교사, 장학관/장학사, 학부모/시민단체, 기타’로 되어 있다. 갑자기 장학관/장학사가 하나의 범주로 제시되어 2안을 선택하려는 교육부와 연구팀의 의도가 엿보인다. 장학사/장학관은 국어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더 많고 각자의 전공 교과 이익을 대변해 전혀 국어교육 전문가라 볼 수 없다.
<언어와 매체>가 수능과목에서 배제되면 고교 <언어와 매체> 선택은 약화되고 일부 학교에서 선택해도 한글이나 한국어의 원리에 대한 교육은 사라질 것이다. ‘언어(문법)’를 가르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한글 맞춤법과 같은 국어 어법과 우리말 예절을 공부하지 않게 된다. 청소년의 말과 글을 다듬어 줄 우리말의 원리를 가르칠 수 없게 되어 청소년의 말과 글은 비문(非文)과 무례가 넘치고 더욱 거칠어지게 될 것이다.
조선 망국 후 주시경 선생과 제자들의 우리말 연구와 교육 그리고 그 결실인 한글 맞춤법 제정(1933)은 민족 말살의 총독부 정책에 항거하여 이루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옥사를 당하면서까지 우리말과 글을 수호하였던 선열들의 피가 배어 있는 한글 맞춤법은 국어교육의 근간이 되어 왔지 않은가? 이제 국어능력이 성숙해질 고교 국어교육에서 우리말과 글에 대한 교육이 사라지면 고교생들의 국어능력과 그 미래가 걱정스러울 뿐이다. 나아가 고등학교에서의 우리말과 글에 대한 교육의 약화는 국어교육과 국어국문학의 발전을 저해함은 물론 한국어 세계화의 기초가 되는 대학에서의 한글이나 한국어의 원리에 대한 교육의 약화도 초래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육 발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래도 된단 말인가? 우리는 묻는다. 교육부가 나서서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지 못하게 하려는 지금이 일제 강점기인가? 2안을 의도적으로 결정하려는 교육부와 연구팀의 설문 방식은 조선어 말살을 획책하고 한글을 가르치지 못하게 한 일제강점기 시대의 국어 말살정책과 같은 폭거일 뿐이다. 우리는 교육부의 수능 정책 주무자들의 의식 수준이 일제 총독부 수준의 의식을 가진 것에 경악과 비탄을 금치 못한다.
이에 전문가들과 전국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3과목, 4과목의 숫자 놀음으로 국민을 속여 ‘언어(문법)’를 포기케 하려는 교육부와 연구팀의 폭거 앞에 우리 국어교육계와 한국어교육계 그리고 국어국문학계의 연구자와 교육자들은 우리말을 다듬어 맞춤법을 만들고 사전을 만들어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일제강점기 선열들의 국어 수호 정신을 되새기며 강력하게 다음 사항을 밝힌다.
1. 국어교육 하위 학문의 균형 있는 발전과 <문학, 독서, 화법, 작문>의 기초 영역이기도 한 <언어(문법)>는 고교과정에서 교육되고 수능 평가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2. <언어(문법)>를 배제하면 국어교육의 핵심이 빠진 국어교육이 되어 학생들은 우리말과 우리글의 원리와 어문규범을 배울 기회가 사라지고 국민의 국어능력은 더욱 저하될 것이다.
3. 2015 교육과정의 <언어와 매체>는 포함하되 수능 범위에서는 ‘매체’ 부분만 제외하면 현행 수능체제와 연속성도 유지해, 교육부의 당초 입장과도 일치하고 현장의 혼란도, 학습 부담도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2018년 1월 31일
●국어, 국어교육, 한국어교육 관련 학회/단체 연합 명단
(1) 국어 및 국어 교육 관련 한글학회 (회장 권재일)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박창원) 국어학회 (회장 이현희) 한국어학회 (회장 민현식) 한국어문교육연구회 (회장 남기탁) 훈민정음학회 (회장 연규동) 국어교육학회 (회장 류덕제) 한국문법교육학회 (회장 이관규) 경남초등국어교과연구회 (회장 김광룡) 한말연구학회 (회장 허원욱) 우리어문학회 (회장 김정우) 한국어의미학회 (회장 손남익) 한국어문학회(회장 장도준) 민족어문학회 (회장 진경환) | (2) 한글/우리말 운동 관련 한글문화연대 (이사장 이건범) 재단법인 외솔회 (회장 성낙수)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회장 최홍식) 국어순화추진위원회 (회장 박종국) 한글사랑운동본부 (대표 차재경) (사)토박이말바라기 (으뜸빛 김수업)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회장 구연상)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 (공동대표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리의도) 겨레말대사전 남측편찬위원회 (위원장 홍종선)
(3) 한국어교육 관련 경희대 국제교육원 (원장 조현용), 고려대 한국어센터 (실장 장경준) 연세대 한국어학당 (원장 유현경),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원장 이해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언어교육원 (원장 허용) 한국어교육기관대표자협의회 (회장 조현용) 국제한국어교육학회 (회장 이정희) 이중언어학회 (회장 김재욱)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 (회장 나삼일), 국제한국어교육문화재단 (이사장 박영순) | |
한글학회 지회 | 부산지회 (회장 이병운) 전북지회 (회장 이태영) 대구지회 (회장 이은규) 대전지회 (회장 김홍범) 경남지회 (회장 양연규) 인천지회 (회장 정동환) 광주전남지회 (회장 송복승) 울산지회 (회장 양명학) 진주지회 (회장 박정수) 충남세종지회 (회장 정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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