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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으로 (경찰 관계자 발표) 마비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 누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에 대한 음모론과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경찰은 정확한 수사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제 경찰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시킨 범인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씨라고 밝혔습니다.
공모씨는 IT업체 대표인 강모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요청했으며 필리핀에 체류했던 강모씨는 직원 김모씨에게 전화로 선관위 홈페이지를 좀비PC를 통해 공격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수사발표에도 이번 사건은 수없이 많은 의혹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의혹이 남아 있는지, 경찰 수사발표의 허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진짜 디도스 공격이었을까?
경찰은 IT 업체가 좀비PC 200대를 통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좀비PC 200대를 IT업체가 하루 만에 준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약 전문적인 해커라면 그전에 사용하던 좀비PC가 있었겠지만, 경찰이 발표한 강모씨 기업은 IT기업이지 해커가 아니었습니다.
경찰은 이런 의혹에 대해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타업체 공격용 좀비 PC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이고 준비된 기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법적인 일을 하는 곳을 IT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경찰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이곳은 IT 기업이라고 수사발표를 할 것이 아니라 범죄조직이라고 해야 했습니다.
이번 선관위 홈페이지는 전체가 다운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투표소의 위치를 알 수 있는 페이지들이 모두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디도스 공격은 전체 서버 또는 홈페이지 전체를 다운시키는 공격이지 특정 페이지만 다운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전체 홈페이지가 다운되었다고 했지만, 실제 페이지가 열리지 않은 시간은 오전 6시부터 2시간이었고 8시30분경에서야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아예 되지 않았습니다)
디도스 공격이라고 발표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는 이번 수사결과를 보면서 과연 경찰은 사이버테러 전문가가 수사를 했는지 의심이 들 지경입니다. 경찰은 어떤 근거로 디도스 공격이었다고 하는지 명확한 재수사 결과를 다시 발표해야 할 것입니다.
■ 로그파일을 왜 공개하지 않는가?
<나는 꼼수다>에서는 이번 공격이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 단순 DB연동을 끊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당시 로그파일만 있으면 정확히 어떤 식의 공격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서 로그파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나꼼수 팀이 신청한 로그파일 정보가 비공개정보라는 중앙선관위 결정 통지문 ⓒ딴지일보 |
중앙선관위는 나꼼수팀이 신청한 정보공개 요구를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등등에 관한 법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의 범죄수사 브리핑에서 증거 자료를 보여주는 사례를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특히 농협 해킹 수사결과 발표 당시에는 서버접속기록인 로그기록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농협 전산망 장애사건 수사결과 발표 도중 농협에서 확보한 로그기록이 나오는 장면 ⓒ연합뉴스 |
수사발표는 어느 정도 물적증거가 확보된 상황에서 나옵니다. 농협해킹 사건에서도 로그기록을 보여주었던 수사기관이 이번에는 아예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소행이라면 공안사건인데, 공안사건에서조차 로그기록을 우리가 확인했었는데 국내 사건, 그것도 사상 초유의 정치범죄 사건의 가장 큰 증거를 공개하지 않는 있는 모습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신뢰하기는커녕 의혹이 더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 공현민은 단순 운전기사였다고?
이번에 주범(?)으로 검거된 사람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인 공현민입니다. 경찰에서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공현민 혼자서 이런 일을 벌였느냐는 점입니다.
상식적으로 절대로 공현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최구식 의원은 공현민이 비서관도 아니고 운전기사라고 했습니다. 일개 운전기사가 그래도 국회밥을 먹은 정치판 생리를 아는 자가 간 크게 자신이 IT기업에 디도스 공격을 지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국회 홈페이지에 나온 최구식 의원과 공현민 비서 ⓒ2011년 12월 2일 국회 홈페이지 화면갈무리 |
운전기사라고 깎아내리는 최구식 의원의 말은 상당히 비상식적인 주장입니다. 운전기사는 속칭 수행비서라고 해서 오히려 일반 비서관이나 보좌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고, 많은 곳을 함께 다니는 사이입니다.
또한, 공현민은 전과기록이 있는 자인데, 최구식 의원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예전 범죄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완전히 국민을 초딩 수준으로 생각하고,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행동입니다.
그 이유는 국회는 하다못해 인턴도 출입증을 만들기 위해서 관련 양식을 제출해야 하고 신원진술서를 통해 범죄기록을 조회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출입증을 받기 위한 허가 신청서와 신원진술서 양식 |
국회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공항 못지않게 검문검색이 강한 곳이 바로 국회입니다. 하다못해 국회 도서관에만 가더라도 철저하게 인적사항을 기록한 방문증을 발급받아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신원진술서 등을 첨부한 ‘국회청사 출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물론 더는 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출입증을 반납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다른 사람이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1년 3개월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운전기사의 전과기록을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마치 꼬리를 자르고 나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 더 의심스럽습니다.
■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위해 일했던 최구식이 몰랐다고?
최구식 의원은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자 기자를 모아놓고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릅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은 것처럼 황당한 심정입니다. 저의 운전기사도 경찰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몰랐다고 부인하는 상황이라 하고 저도 그 말을 믿고 수사를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라며 절대 이번 사건과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습니다.
우선 최구식 의원이 어떤 사람인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최구식 의원은 조선일보 기자출신으로 (왜 조선일보 기자출신들은 항상 이런 일에만 연루되는지) ‘9촌 아저씨’ 최병렬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으며 최재경 중수부장과는 사촌지간입니다.
원래 친박계에서 친이계로 돌아서면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최구식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강경파로 한미 FTA의 강행처리를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최구식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나경원을 적극적으로 돕던 나경원 후보 선대위 캠프 측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트위터 행적을 보면 이번 10.26 재보궐 선거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경원 후보를 도왔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최구식 의원은 작년에 트위터를 하다가 갑자기 이번 10.2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트위터에서 민주당 인사들을 시작으로 ‘박원순 후보, 당선되고 입당한다고요?’, ‘1억 피부관리? 나경원이 직접 한 말입니다’, ‘안철수 교수님, 세상이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라며 독설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트위터 멘션만 날리는 것이 아니라 위키트리에 직접 글을 작성하여 나경원 후보를 적극 돕고 박원순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모두 공격했습니다.
이랬던 그가 이번 사건을 전혀 몰랐다는 이야기는 신재민 전 차관처럼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과 왜 이리 비슷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 3.15 부정선거 이후 최악의 부정선거 사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부정선거로 3.15 부정선거를 이야기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나이를 먹어 행여나 죽으면 부통령인 이기붕이 반드시 대통령직을 승계하려고 투표함 바꿔치기, 투표용지 조작, 투표소 방해 등을 벌인 3.15 부정선거와 이번 사건은 너무나 유사합니다.
이번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수십 년간 똑같은 자리에 있던 투표소들이 갑자기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전체 서울 투표소 2,218개 중에서 332개(15%)가 기존 투표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투표를 치렀는데, 웃긴 것은 어딘지 찾기조차 힘든 조그만 건물이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으로 투표소가 변경된 점입니다. 심지어 용산구 한강로2가 투표소는 벽산메가트리움 102동 1층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강남구는 19.8%밖에 투표소가 변경되지 않았지만 서대문구와 금천구는 각각 48.1%, 43.1% 투표소가 변경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정리해보자면
재보궐 선거 당시 야권성향의 유권자가 투표소를 방문했는데, 갑자기 투표소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선관위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투표소 검색을 하려고 했지만 페이지가 접속 불가로 나옵니다. 선관위 홈페이지 페이지가 다운된 것이 오전 6시부터 2시간 동안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아침 투표를 하려던 직장인 유권자를 힘들게 만들었을까요? 알다시피 출근길 투표율이 10.26 재보궐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당시 대기업들은 단 한 곳도 늦게 출근을 시켜주거나 조기 퇴근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적극장려)
이 정도 정황이라면 이번 선관위 홈페이지 사태가 누가 무엇을 노리고 벌인 짓인지 짐작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3.15 선거 당시 이승만의 기독교 장로직을 표시한 선거 유세물과 부정선거 증거를 없애기 위해 투표용지를 태우는 모습 |
최구식 의원은 이번 사건이 자신과 연루되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방방 떴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대부분 몰랐다고 하는 정치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습니다. 일개 운전기사가 어떻게 저런 거대한 짓을 단독으로 벌일 수 있겠습니까? (특히 이번 사건 발표가 왜 이 시점에서 일어났는지는 나중에 밝혀 드리겠습니다)
만약 이 사건의 주범이나 사주를 했던 진짜 범인을 찾게 되면 최구식 의원은 의원직 사퇴가 아니라 중벌로 엄히 다스리고 법의 심판에 따라 국회가 아닌 교도소로 가야 할 것입니다. (과연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이 이런 능력이 있을까요?)
3.15 부정선거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아픔이었고 우리 국민은 그런 불의를 보고 일어섰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뿐만 아니라 이런 움직임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10.26 재보궐 선거는 선거의 이름 하에 이루어진 MB 정권 최악의 꼼수 짓이었습니다. 국민주권을 짓밟는 꼼수를 우리 국민이 막아낸 승리였습니다. 이런 꼼수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란 지붕에 있는 분이나 파란당 사람들은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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