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서부터 닭과 오리, 거위들이 알을 낳기 시작했어요.
닭들은 열심히 알을 낳는데 어느 날부턴가 오리알과 거위알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어요.
거위가 낳은 알은 단 하나!
"어, 이상하다. 거위는 그렇다치고 오리 이 녀석들은 알을 도대체 어디다 숨긴 거야?"
사방팔방 돌아다녀도 알을 찾지 못했지요.
그런데 지난 화요일(3월 8일)...
냇물 옆 찔레덩굴 속에서 수북히 쌓여 있는 오리알을 발견했지요.

세상에....품지도 않으면서 저렇게 많은 알을 찔레덩굴 속에 감춰놓은 거예요.
낳는 족족, 사람이 가져가니까, 이 녀석들 머리를 쓴 게지요.
그리고 드디어....
거위 알도 발견했어요.
거위들이 냇물 윗쪽(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곳)길가에서 괜스레 기웃기웃하는 것이었어요.

이곳은 전지한 나뭇가지들을 쌓아놓은 것이었어요.
앞쪽이 뻥 뚫려 있어요.(드나들 수 있게..)

이상한 생각에 살살 뒤적여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커다란 거위 알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어요.

모두 다섯 개입니다.

거위 암컷 두 마리가 알을 낳아서
요기다 요렇게 낙엽으로 싸악 덮어서 감춰놓은 것입니다.
그 녀석들 심정은 이해가 갑니다.
알을 낳기만 하면 사람이 싸악싸악 거둬가니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얼마나 안타까웠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두 녀석이 놀러만 다니지 도대체 품지를 않는다는 거예요.
진득하게 품어야 새끼가 깔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알이 어찌나 큰지 계란판에 쏙 들어가질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뉘어 놓았지요.
그리고....
우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로 그 장소에 놓아둘 것인가...
아니면 꺼내 올 것인가....
그러다 결론을 내렸습니다. 꺼내오는 것으로...
왜냐하면 이제 날이 점점 더워져 알은 곧 썩어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부화장에 가서 까 올 것인가...
아니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줄 것인가..
그러다 또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군가에게 주자고...
왜냐하면 지금 있는 거위 네 마리 키우기도 힘든데 또 새끼가 생긴다면?
거위 수명이 40년에서 50년이라는데 있는 거위나 잘 키우자 했지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알을 가져오는데...
자꾸만 거위에게 미안했습니다.
"꾸룩아, 깨룩아, 기특아, 덤덤아...
정말 미안해.
허락없이 몰래 알을 꺼내와서..."
첫댓글 재밌기도 하고... 그러는 거위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네요.TT
정말 심정이 복잡하다니까요. 개를 사랑하는 수컷 거위.....알을 숨기는 암컷 거위 두 마리...한 마리는 엄마고 한 마리는 딸이지요. 말하자면...
그러게요. 미안한데도 고것참 재미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미안하면서 흐뭇하고 부자가 된 듯한....알이 없어진 걸 알고 거위들은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요?
다음날 깜콩이까지 대동한 거위가족 모두가 알 없어진 곳 앞에 가서는 들락거리며 꽉, 꽉 데며 짖어댔어요. ㅎㅎ
아이고, 미안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