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김종철 한국시인협회장 별세
한국시인협회 회장인 김종철(金鍾鐵) 시인이 7월 5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지난 3월 시인협회장에 추대된 고인은 '시의 달' 제정, '남북시인대회'와 'DMZ 프로젝트', 이란시인과의 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되는 지병 악화를 끝내 이기지 못했다.
1947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술대학 재학 중인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재봉」, 또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바다 변주곡」이 각각 당선돼 등단했다.
1975년 『서울의 유서』를 출발로 『오이도』(1984), 『오늘이 그날이다』(1990), 『못에 관한 명상』(1992), 『등신불 시편』(2001), 『못의 귀향』(2009), 『못의 사회학』(2013) 등 시집과 이론서 『시와 역사적 상상력』 등 저술을 남겼으며, 제13회 정지용 문학상, 제6회 윤동주 문학상, 제12회 가톨릭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소시민들의 삶을 형상화하고, 종교적 제재를 사회적 상상력과 결합시킨 독자적 시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못'을 통해 삶의 고뇌 및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성찰에 집중해 '못의 시인, 사제'로도 불렸다.
또 《문학수첩》 발행인 겸 주간과 계간 《시인수첩》 발행인으로 활동하는 등 출판인으로서도 족적을 남겼다. 1999년 『해리포터』시리즈 출간을 시작해 1천만부 이상을 판매하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고인의 형인 김종해 시인 또한 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유족은 《문학수첩》대표이사인 부인 강봉자 씨와 딸 은경씨, 시내(문학수첩 이사)씨 등이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17호실(☎ 02-3410-6917)이며,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지는 영결식은 7월 7일 오후 5시 삼성서울병원(지하1층),
발인은 7월 8일 아침 9시 서초3동성당, 장지는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순교 성지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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裁縫(재봉) 외 5편
金鍾鐵(김종철)
사시사철 눈 오는 겨울의 은은한 베틀 소리가 들리는
아내의 나라에는
집집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마을의
하늘과 아이들이 쉬고 있다.
마른 가지의 난동(暖冬)의 빨간 열매가 수실로 뜨이는
눈 내린 이 겨울날
나무들은 신(神)의 아내들이 짠 은빛의 털옷을 입고
저마다 깊은 내부(內部)의 겨울바다로 한없이 잦아들고
아내가 뜨는 바늘귀의 고요의 가봉(假縫),
털실을 잣는 아내의 손은
천사에게 주문받은 아이들의 전생애(全生涯)의 옷을 짜고 있다.
설레이는 신(神)의 겨울,
그 길고 먼 복도를 지내 나와
사시사철 눈 오는 겨울의 은은한 베틀 소리가 들리는
아내의 나라,
아내가 소요하는 회잉(懷孕)의 고요 안에
아직 풀지 않은 올의 하늘을 안고
눈부신 장미의 알몸의 아이들이 노래하고 있다.
아직 우리가 눈뜨지 않고 지내며
어머니의 나라에서 누워 듣던 우뢰(雨雷)가
지금 새로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다.
눈이 와서 나무들마저 의식(儀式)의 옷을 입고
축복 받는 날,
아이들이 지껄이는 미래의 낱말들이
살아서 부활하는 직조의 방에 누워
내 동상(凍傷)의 귀는 영원한 꿈의 재단,
이 겨울날 조요로운 아내의 재봉(裁縫) 일을 엿듣고 있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바다 變奏曲(변주곡)
해풍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바다로 떠난 사내들의
신앙을 기다리며
집집마다 바다 꿈을 꾸는
여인들의 눈썹은 더욱 짙어진다
이미 여러 번 떠난 바다 사나이와
그들의 해신이 오래오래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시간은 바다로 뛰어들고
한나절 그물코를 깁던 손들의 꿈이
한장의 마후라를 두르고
겁 많은 바다새의 얕은 잠을 돌아서
흰 눈발이 내린다
그날 사나이의 뒤척이는 이물 위로
검은 운명이 뛰어오르고
시린 밤바다는
흰뼈의 달빛을 한배 가득 싣고
잠든 여인의 흰 꿈위에 불쑥 떠올랐다
물에 빠진 오필리어의 관능 속으로
해묵은 육지인의 정결한 뼈가 서서히 가라앉을 때
보이는 것은 바다 뿐
아무도 물의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서걱이는 척추의 겨울은
멀리 빠진 죽은 언어의 썰물 위에
돌아눕고
벌거벗은 겨울 사나이의 바다에
부풀어 터진 흉터자국이 퍼렇게 떠돌고
파도가 일어서고
밤마다 죽은 혼들이
바다 깊숙이 떨어진
캄캄한 해를 하나씩 건져 올리고
오오, 죽음의 귀바퀴는 돌아가고
익사한 바다의 사나이들은 잠들지 못한다
그날 사나이의 가슴속에 간직된
온전한 바다 하나가
상어떼에 희게 뜯겨 있었다
바다새의
깃털을 뜯어놓은 바다
매일밤 부서진 바다의 폐허가
사나이의 사랑과 믿음의 전부를 움켜잡고
홀로 남은 집을 지키고
깊고 황량한 꿈들이 찍혀 넘어가고
퍼어렇게 찍혀 넘어간
절망의 바다에
처음과 끝의 믿음이 꺾어지고
메마른 겨울 밤 천둥이
두 파도 사이에 가라앉고
노년과 죽음을 다 잃으면서도
바다사나이는 또 다른 바다로 떠나가고
홀로 남은 여인들은
뱃속에 죽음을 품고
사내들의 미신이 되어 남는다
해풍의 머리카락을 적시며
뜨개질을 하고
바다 꿈을 꾸고……
오필리어의 맑은 꿈이 떠도는 날에
오오, 그 밤마다 나직한 해변 마을에
사나이들의 꿈은 잠들지 못한다.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필명 박낙천)
곤충채집
쓰르라미, 잠자리, 풀무치
생체로 잡아 핀으로 꽂아두었다
푸들거리며 갇혀 떠는 곤충들이
우리들 눈에는 즐거웠다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더 이상 죽지 않는 그들의 여름을
우리는 추억처럼 간직했다
삼십여 년이 지난 요즘도
꿈속에서 화들짝 놀라 깰 때가 있다
아직 숙제를 끝내지 못한 여름 하나가
밤마다 나를 잡기 위해
포충망을 들고 따라다녔다
등에서 복부를 관통한 핀 하나가
나를 더 이상 꿈꾸지 않게
더 이상 떠들지 않게
그 여름의 끝에 매달아 두었다
그때마다 곤충이 아니길 기도했지만
내 옆에는 벌써 두어 사람이
십자가에 못질되어 울부짖었다
파본(破本)처럼
— 素女經 詩篇 3
아내도 오십을 바라본다
이제 아내 몸 구석구석 더듬기에도
소녀경처럼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어떤 때는 파본처럼 어머니가 나온다
나이 마흔에 과부가 되셨던 어머니가
아내 옆에 파본처럼 따라 눕는다
아내가 나를 길들이는 동안
어머니는 동정녀처럼 얼굴을 붉히고,
오르가슴 없이 내가 태어났던 자국을
아내는 숨긴다
그때마다 나는 배꼽에서 태어났다는
유년시절 어머니의 말씀을
침 바르며 넘긴 제5장 임어편
갈피에 몰래 꽂아 두었다
어머니의 장롱
—초또마을 시편 2
어머니는 물동이를 이고 우물가로 갔습니다
밤나무 숲에 이르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쏟아지면서 캄캄해졌습니다
그 순간 우물에서 무지개가 솟아올랐습니다
아름다운 무지개가 탐이 난 어머니는
두레박줄 잡듯 힘껏 낚아챘습니다
꿈쩍도 않는 무지개 다발을
어머니는 치마로 감싸 안으며
이빨로 하나씩 끊어 내었습니다
한 다발 가까이 쑥 뽑혀 나온 무지개를
남 볼세라 치마 속에 둘둘 말아
한달음에 집으로 달렸습니다
어머니는 장롱 깊숙이 숨겼습니다
형과 누나의 실타래도 넣어 둔
오래된 장롱 속이었습니다
어머니 태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 나이 이순, 몸 깊이 숨겨 둔
당신의 무지개가
저 세상 잇는 다리로 다시 뜨는 날
나는 한 마리 학 되어
한 생애를 날아오를 것입니다
무두정(無頭釘)에 대하여
무두정은 대가리가 없다
박힌 몸이 돌출되지 않고 묻히므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그날 그렇게 목 잘려 순교했다
이제 아무 대답 없는 통곡의 벽
저마다 자신의 작은 절벽 틈에
쪽지를 끼우며
눈물 없이 울며 울며 울며
끄덕이는데
그렇구나
너, 회임하지 못하는 유대인아
네가 박고 또 박았던 배반의 대못
그 못대가리 하나만이라도
진작 낳아 줬더라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대갈통 없는 무두정 꼴 되지 않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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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상처 시인의 가슴에..시인 124명 DMZ 문학기행
매일경제 | 입력 2014.04.20 17:19
"봄은/ 시인의 모국어에서 먼저 온다/ 한반도의 봄은/ 155마일 DMZ의 녹슨 철책선/ 미완성의 시로부터 온다/(중략) 이 산하에 타오르는/ 진달래를 두고 그대에게 안부 전하오니/ 남북 봄길 따라/ 우리의 마음도 열어보자"(김종철 시인) 지난 19일 한국시인협회(회장 김종철) 시인 124명이 분단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DMZ를 밟았다. 이날 'DMZ 문학기행'에는 허영자, 신달자, 오세영, 이건청, 이근배, 김종해, 정진규, 오탁번, 김광림, 홍윤숙 시인 등이 참석해 제3땅굴, 도라산 전망대, 캠프 그리브스 등을 둘러보며 시심(詩心)을 길어올렸다. DMZ의 구석구석을 둘러본 뒤 반환된 옛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에서는 임진강을 마주보며 시낭송회를 열었다.
↑ 왼쪽부터 정끝별, 김종철, 박정대 시인.
개성과 불과 12㎞ 떨어진 곳에서 시를 낭송하면서 김종철 시인은 "오늘 우리의 시가 북으로 향하는 메시지다. 조만간 화답시로 되돌아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박정대 시인은 "정치적 논리로 생겨난 땅에서 정치적 한계를 넘자"고 인사하며 시를 낭송했다. "호롱불처럼 돋아나는 비무장의 저녁에서 우리/ 오래도록 꿈꾸던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 정끝별 시인은 "막혔던 물이 물꼬가 트이면 맹렬히 달려가듯, 우리가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서로의 귓바퀴에 몰려드는 막혔던 모국어의 물살은 얼마나 세차겠습니까"라며 북녘을 향해 편지를 낭독했다.이날 문학기행에 함께한 124명 시인들이 쓴 시를 묶은 사화집은 9월 초순에 발간될 계획이다. 시인협회는 '남북시인대회'를 하반기 중에 추진할 예정이다. [파주 = 김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첫댓글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종철시인의 기적적인 회복을 다들 그리 반가워했는데 결국 이기지 못하셨네요 성모님곁에 가셔서도 시인의 삶으로 아름다이 사시오소서
삼가 고인의 영면을 빕니다
고인의 눈부신 시는 우리네 가슴속에 오래도록 호흡하겠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에구 아침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