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시골사람이 되기 위하여

자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필자는 귀농하는 후배들에게 촌놈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웬만하면 도시 출입을 삼가고 도시적 정서와 도시적 사고, 도시적 습속과 빨리 멀어져야 성공적인 농촌 정착의 첫 고비를 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자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라는 것이다. 농촌생활은 스스로가 자연이 될 때 온전해지는 것 같다. 자연이 된다는 것은 생활이 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한 다. 철을 거스르고 살아가는 것은 자연이 아니다. 철을 거스르다보면 반자연적인 수단들이 대거 등장하게 마련이다. 농사란 자연과의 합 일이다. 겨울에는 옷을 여미고 웅크리며 춥게 살고, 여름에는 여름의 어원처럼 옷섶도 방문도 열고 사는 것이다. 자동차를 운행할 때도 냉 방기에 의존하기보다 창문을 활짝 열고 다닌다. 여름에는 땀을 흘리 며 사는 것이 철따라 사는 것이다.
생활제품에서부터 식·의·주를 점차 자연식으로 바꾸는 것이 자 연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인공적인 생활 수단들과 거리를 둬나가 야 한다. 두 손과 두 발, 어깨와 허리를 써서 밥벌이하는 비율을 높여 가야 한다. 인공적인 것은 편리하나 쓰레기를 남긴다. 물질적인 쓰레 기뿐 아니라 사람의 몸과 머릿속에 쓰레기를 남기슴 게 더 큰 문제다.
몸을 많이 쓰는 것은 자연으로 살아가는 기본이다. 에너지 중에서 가장 고귀한 에너지는 몸 에너지다. 몸 에너지를 잘 쓰면 건강도 얻 고 보람도 크다. 요즘은 에너지 위기 의식이 커지면서‘ 인간 동력’이라 하여 재미있는 연구들이 많다. 이렇게 자연과 밀접하게 살면 촌놈 이 된다. 자연은 사람을 각박하게 만들지 않는다. 너그럽게 한다. 조 급하지 않고 느리다. 물이 굽이굽이 흐르듯이, 바람이 재를 넘듯이 그렇게 살아가는 게 진정한 촌놈의 삶이다. 마음을 낮추는 삶이요, 한 해가 지나면 또 씨 뿌리는 봄이 온다는 믿음의 삶이다.
농촌 정서에 대한 이해 그렇게 촌놈이 되어야 비로소 농촌 사람들이 왜 보수적인지를 알게 된다. 왜 시골 사람들이 텃세를 부리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의 농촌이 보수적이니까 척박한 조건 속에서 여태 농업을 유지해온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농촌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시골 어르신들 대부분이 1960~1970년대에 신작로가 날 때 자기 네 땅 여러 평을 내놓았다. 동네에 버스가 들어오고 종점이 생길 때 도 그랬고, 마을회관을 지을 때도 그랬다. 봄가을로는 새참 한 그릇 도 얻어먹지 못하고 부역을 나가 등짐을 졌다. 부역을 나가서 신작 로도 고치고 학교 담장도 쌓았다. 냇가에 보를 막아 논에 물을 댈 때도 일당은커녕 막걸리 한 사발 나라에서 사주지 않았다. 그러니 시골로 귀농한 사람이 그 물로 농사짓고 그 길 위로 차를 몰고 다니 면 시골 사람들 눈에는 무임승차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외지인 에 대한 텃세나 배타성은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다.
마을 회의 때 꼭 논리와 합리성으로 뭔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수군수군 귓속말이나 소문으로 민심이 먼저 정해진다. 이편인지 저 편인지 알 수? 없다. 딱 부러지게 말을 안 한다. 뭐라 의견을 물으 면“ 다들 하자는 대로 하지 뭐”라는 답변이 대부분이다. 왜 그런지 한 세월 지나서야 알았다.
우리 집에서 청소년들이 농사 체험교실을 할 때 동네 할머니를 강사로 모셔서 학생들 나이 때 어떻게 살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씀을 들을 때였다. 그 할머니는 열세 살에 시집을 왔는데 난리(한 국전쟁)가 났을 때 낮에는 큰아버지가 대장인 토벌대가 들이치고, 밤에는 빨치산이 된 외삼촌 부대가 내려왔는데 도랑에 피가 철철 흘러 발목까지 빠졌다고 했다. 그러니 무슨 말인들 똑 부러지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역사를 깔고 있는 게 지금의 시골이고 우리의 농촌이다. 정서의 밑바닥에 있는 침전물인 것이다.
모임에 참여하고 공동체 만들기 귀농해서 그 마을의 논과 밭을 빌려 서 농사를 지으면 동네와 쉽게 가까워진다. 논과 밭은 제각기 특색 이 있고 나름의 이력을 갖 는다. 땅에 대한 이해는 동 네 역사의 이해와 맞닿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땅 은 빌려서 농사지으면 안 되고 적더라도 자기 땅을 가지라고 조언하는 사람 도 있다. 땅 만들기를 염두 에 둔 말일 것이다. 이 역시 딱 부러지는 해답은 없는 것 같다. 오직 자연스럽게 무리하지 말고 구름이 흐르듯이 순리대로 판단하면 될 것이다.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동네일을 내 일처럼 성의껏 하면 몇 배의 보답이 돌아온다는 것은 귀농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농 촌에서는 돈으로 따지지 못하는 일들이 참 많다. 계산이 하루 이틀 에 마무리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쉽게 섭섭해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대신 차곡차곡 정이 쌓여가는 걸 놓치지 않고 직시할 수 있으 면 좋다. 그리고 절대 남을 흉보면 안 된다.
그 고장의 농민회에 가입하면 좋은 어울림의 ?계가 맺어질 것이 다. 상대적으로 진취적인 농민들이 모여 있는 곳이 농민회다. 교회 나 성당을 나가도 그렇다. 한 식구 한 형제로 반긴다. 귀농인 모임을 만들고 작목반에 가입해도 좋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교육에 자 주 가도 사람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정착에 도움이 된다.
요즘엔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을 중심으로 마을만들기사업이 한창이다. 지역의 전통 자산과 귀농자의 능력이 잘 결합할 수 있는 영역이 농촌 공동체인 것 같다. 특히 작년 말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로 여러 형태의 협동조합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하 다. 자신의 생활 기반을 다져나가는 동시에 지역의 충실한 역할자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 6월호에는‘시골에서 벌어먹고 살기’가 이어집니다. 田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 감사합니다
귀에 쏙들어오는 글 잘봤습니다
좋은 정보 곱게 스크랩 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