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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류체계와 조리법 항목
이 책에는 총 146가지의 조리법이 설명되어 있는데, 분류체계에 있어 독립된 상위 범주로 설정된 부류는 다음 세 가지이다. ( ) 안의 것은 각 부류에 배정되어 있는 쪽수이다.
Ⅰ. 면병류(麵餠類)(1a-4a)
Ⅱ. 어육류(魚肉類)(4a-14b)
Ⅲ. 주류(酒類) 및 초류(醋類)(15a-22b)
각 범주에 들어 있는 조리법 항목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면병류(18가지)
면, 만두법, 싀면법, 토쟝법·녹도나화, 탹면법, 상화법, 증편법, 셩이편법, 섭산법, 젼화법, 빈쟈법, 슈교법, 잡과편법, 밤셜기법, 연약과법, 다식법, 박산법, 도편법.
② 어육류(74가지)1)
㉠ 어젼법, 어만도법, 삼 달호 법, 대합, 모시죠개·가막죠개, 포 간숏 법, 게젓 담 법, 약게젓, 별탕, 붕어, 대구겁질느미, 대구겁질 , 치팀법, 치지히, 치지히, 별미, 난탕법, 국의 것, 고기 법, 양슉, 양슉편, 죡탕, 연계, 웅쟝, 야졔육, 가뎨육, 개쟝, 개쟝고 지느이, 개쟝국느이, 개쟝, 누른개 법, 개쟝 곳법, 셕뉴탕((맛질방문)), 슈어만도, 슈증계((맛질방문)), 질긘 고기 법((맛질방문)), 고기 노이 법, 고기 로이고 오래 두 법, ·젼복, 년어난, 새, 쳥어념혀법((맛질방문)), 굽 법((맛질방문)), 양 봇((맛질방문)).
㉡ 계란탕법((맛질방문)), 난면법((맛질방문)), 별챡면법((맛질방문)), 챠면법((맛질방문)), 싀면법((맛질방문)).
㉢ 약과법((맛질방문)), 듕박겨((맛질방문)), 빙과((맛질방문)), 강졍법((맛질방문)), 인뎔미 굽 법((맛질방문)).
㉣ 복셩 간숏 법, 동화느미, 동화선, 동화돈, 동화젹, 가지느이, 가지짐·외짐, 외 화, 년근, 숙탕, 슌탕, 산갓짐, 잡, 건강법, 슈박 동화 간숏 법, 동화 법, 가디 간숏 법, 고사리 법, 마 법, 비시 믈 법.
③ 주류 및 초류(54가지)
㉠ 쥬국방문, 슌향쥬법, 삼쥬 스무두 말 비지, 삼쥬 열 말 비지, 삼쥬, 삼쥬, 삼오쥬, 삼오쥬, 니화쥬 누록법, 니화쥬법 말비지, 니화쥬법 닷말 비지, 니화쥬법, 니화쥬법, 졈감쳥쥬, 감향쥬, 숑화쥬, 듁엽쥬, 뉴화쥬, 향온쥬, 하졀삼일쥬, 시쥬, 쇼곡쥬, 일일쥬, 화쥬, 동양쥬, 졀쥬, 벽향쥬, 남셩쥬, 녹파쥬, 칠일쥬, 벽향쥬, 두강쥬, 졀쥬, 별쥬, 화츈쥬, 하졀쥬, 시금쥬, 과하쥬, 졈쥬, 졈감쥬, 하향쥬, 부의쥬, 약산츈, 황금쥬, 칠일쥬, 오가피쥬, 챠쥬법, 쇼쥬, 밀쇼쥬, 쇼쥬, 쇼쥬.
㉡ 초 법, 초법, 초.
전체적으로 보면 면병류가 18개 항목, 어육류가 74개 항목, 주류 및 초류가 54개 항목으로 모두 합쳐 146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2)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②항의 어육류이다. '어육뉴'의 첫 항목인 '어젼법'부터 '양 봇 법'까지만 어육류라 할 수 있고, 45번째의 '계란탕법'부터 끝 항목 '비시 법'까지는 면류, 병과류, 채소류라 할 만한 것들이 섞여 있다. 이것을 필자가 네 가지 범주로 세분하였다. ②㉠에 속한 항목들이 사실상의 어육류(44항목)이다. ②㉡의 다섯 가지는 면류에 드는 것인데 모두 '(맛질방문)'이어서 별도로 서술한 듯하다. ②㉢은 병과류(과자와 떡류)에 속하는 것이다. ②㉣은 첫 항목인 '복셩 간숏 법'을 제외하고는 모두 채소류에 속하는 조리법이다.
③은 주류와 초류를 나누어 정리한 것인데 원전에는 역시 하나의 범주로 설정되어 있다. 주류가 51개 항목, 초류가 3개 항목으로 주류는 놀랄 만큼 많으나 초류는 매우 빈약하다. 전체적 분류 체계에서 '면병뉴'와 '어육뉴'는 '뉴'(類)를 붙여 독립적 상위 범주로 설정했으나, 주류와 초류는 이러한 별도의 분류 명칭 없이 '쥬국방문'(누룩제조법) 뒤에 여러 양조법이 죽 나열되어 있다. 술에 관한 항목은 모두 51개이나 이 중 2개는 누룩 빚는 법이어서 실제 양조법 항목은 49개이다.
조선 중기에 안동에서 살았던 김수(1481~1552)의 친필본 『수운잡방』(需雲雜方)에는 59개 항목의 주류가 나온다(윤숙경, 1986). 『음식디미방』과 『수운잡방』에서 이름이 같은 항목은 황금주, 동양주, 이화주, 일일주, 삼오주, 백화주, 소곡주, 벽향주, 두강주, 감향주, 하일점주, 유화주가 있다. 그리고 『음식디미방』의 밀소주는 『수운잡방』의 '진맥소주'(眞麥燒酒)와 같은 것이며, 전자의 '남셩쥬'는 후자의 '남경주'(南京酒)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윤숙경, 1999 : 111).
2) 중복되거나 유사한 조리법
이 책에는 146개의 조리법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그 중에는 조리법의 이름이 같은 것 혹은 매우 유사한 것이 나타난다.
① 면병류에 서술된 '면법'과 어육류에 서술된 '별챡면법'((맛질방문)) 및 '챠면법'((맛질방문))
이 세 가지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들이다. 음운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탹면'이 구개음화한 것이 '챡면'이고, '챠면'은 '챡면'이 변이된 발음형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조리의 재료와 조리 방법에 있어서 이들은 약간씩 다르게 기술되어 있다. '탹면'은 녹두가루를 재료로 하여 오미자차를 둘러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3) 그런데 '별챡면'은 밀가루를 토장가루와 섞어 반죽하여 깻국이나 오미자국에 넣어 '토장'4)처럼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편 '챠면'은 메밀가루를 원료로 밀가루나 싀면가루를 섞어 오미자국에 마는 것으로 되어 있어 서로 차이가 있다.
② 면병류에 서술된 '면법'과 어육류에 서술된 '면법'((맛질방문))
이 두 가지의 명칭은 동일하지만 재료와 조리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후자는 토장가루를 체에 쳐서 넣지만 전자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전자는 녹두가루와 밀가루를 섞어서 반죽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후자에는 재료로 들어가는 것이 녹두가루인지 밀가루인지 그 이름이 나타나 있지 않다.
③ 면병류에 서술된 '연약과법'과 어육류에 서술된 '약과법'((맛질방문))
전자는 밀가루 한 말과 꿀 한 되 다섯 홉, 참기름 다섯 홉, 청주 세 홉을 섞어 지진 후 물엿에 넣어 쓴다. 후자는 밀가루 한 말과 꿀 두 되, 기름 다섯 홉, 술 서 홉과 끓인 물 서 홉을 섞어 반죽하고 집청꿀에 물 한 홉 반을 타서 묻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두 방법은 사실상 거의 같다. 다만 전자에는 '청주'가 명시되어 있고 후자에는 그냥 '술'로 되어 있으며 '끓인물'을 추가하는 것만 다를 뿐이다.
④ 주류의 중복 명칭
주류에는 중복된 명칭이 다수 나오는데 술 빚는 양의 차이에 따라 항목을 달리 세운 것도 있고, 조리 명칭이 완전히 같은 것도 있다.
'삼쥬'(三亥酒)에는 ㉠ 삼쥬 스무두 말 비지, ㉡ 삼쥬 열 말 비지, ㉢ 삼쥬, ㉣ 삼쥬로 모두 네 가지가 있다. ㉠, ㉡은 빚는 양에 따라 항목을 구별한 것으로 각각의 해일(亥日)에 쓰는 백미와 물의 양에 차이가 있다. ㉢, ㉣은 두 항목의 이름이 동일하지만 첫 亥日에 ㉢은 찹쌀을 쓰고 ㉣은 멥쌀을 쓰는 점이 다르다.
'삼오쥬'(三午酒)에도 이름이 동일한 '삼오쥬'가 두 가지 있는데, 양자는 들어가는 누룩가루의 양과 밀가루 혼합 여부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니화쥬'(梨花酒)의 경우는 누룩 만드는 법을 별도 항목으로 설명해 두고, 그 뒤에 ㉠ 니화쥬법 말 비지, ㉡ 니화쥬법 닷 말 비지, ㉢ 니화쥬법, ㉣ 니화쥬법의 네 가지가 서술되어 있다. ㉠, ㉡은 빚는 양에 따라 나눈 것이다. ㉢과 ㉣은 조리법의 설명이 제법 다른데 후자가 훨씬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졀쥬'(節酒)도 이름이 같은 것이 19a면과 19b면에 각각 한 번씩 나온다. 전자는 찹쌀 다섯 되를 쓰면서 독 밑에 닥나무 잎을 까는 것으로 되어 있고, 후자는 찹쌀 서 말을 쓰는데 닥잎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쇼쥬'(燒酒)에는 동일한 이름의 '쇼쥬' 두 가지와 '밀쇼쥬'와 '쇼쥬'가 나온다. 이름이 같은 '쇼쥬'는 그 재료와 제조법이 거의 같다. 다만 하나는 쌀과 누룩을 섞어 둔 것을 엿새 만에 고고, 다른 하나는 이레 만에 고는 차이가 있다.
'칠일쥬'도 이름이 같은 것이 19a면과 21a면에 각각 나온다. 전자는 멥쌀 서 되, 물 반동이, 누룩 한 되 칠 홉을 섞어 두었다가 삼일 후 찹쌀 두 말을 찌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후자는 멥쌀 한 말, 끓인 물 한 말, 누룩 한 되를 섞어 두었다가 삼일 후 멥쌀 두 말을 쪄 넣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두 가지 '칠일쥬'가 재료와 담는 법에서 서로 구별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벽향쥬'도 이름이 같은 것 두 가지가 나와 있는데 재료와 조리법(담아 두는 기간에서 하는 두 달, 하나는 14일로 다르다)이 조금씩 다르다. 같은 명칭의 술이라 하더라도 들어가는 재료와 담는 법을 조금씩 달리하여 술맛을 다르게 빚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3) '(맛질방문)'의 '맛질'
이 책에는 조리법의 명칭 뒤에 '(맛질방문)'이라고 부기된 것이 16종이나 있는데 다음과 같다.
셕뉴탕, 슈증계 질긘 고기 법, 쳥어 념혀법, 굽 법, 양 봇 법, 계란탕법, 난면법, 별챡면법, 챠면법, 싀면법, 약과법, 듕박겨, 빙과, 강졍법, 인뎔미 굽 법.
'(맛질방문)'이란 '맛질에서 행해지는 방문(方文, 조리법)'이라는 뜻이다. 이성우(1982 : 12)에 "1980년 황혜성이 장씨 부인의 친정집 후손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장씨 부인 친정 마을(경북 봉화)의 강 건너에 '맛질'이라는 마을이 있다"(이성우, 1982 : 12)라 하였다.
그러나 윤숙경(1999 : 91)에는 별도의 논증 없이 '맛질'을 '안동시 서후면'이라 하였는데, 장씨의 친정댁 후손이 현재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맛질=장씨의 친정 마을'이라는 단순 논리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복진(1999 : 83)은 "최근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저곡리(渚谷里)는 속칭 맛질로 불린다"고 하며, '맛질'을 예천의 저곡리로 보았다.
필자는 '맛질'을 알아내기 위해, 문헌 조사와 함께, 1998년 8월에 안동 서후면의 경당고택, 영양군 석보면의 두들마을 및 영해 오촌 마을 등을 답사하였다. 장씨 부인의 후손으로 현재 이 집안의 종손이신 이돈 선생은 "장씨 할머니의 외갓댁이 권씨인데 '맛질'은 권씨가 거주한 외가 마을일 것이다. '맛질'이라는 마을은 경북의 봉화에도 있고 예천에도 있는데, 장씨 조상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 보아 봉화의 맛질로 짐작된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1998년 8월 29일 필자의 현지 조사에서, 영양의 두들마을에 살고 있는 지손 이병균(李秉鈞) 선생님에게 '맛질'에 대해 물어 보니, 그것은 예천의 맛질이라고 증언하면서, 현재도 이 마을에 택호가 '맛질댁'인 할머니가 계시는데 바로 예천의 맛질에서 시집온 분이라 하였다. 필자가 한글학회에서 낸 『한국지명총람』의 경상북도 편을 조사해 보니 '맛질'이라는 마을 이름이 다음과 같은 곳에서 발견되었다.
경상북도 고령군 고령면 저전동
경상북도 봉화군 법전면 어지리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보월동
예천군 용문면 저곡리
예천군 용문면 대저리
여러 곳의 '맛질' 중 장씨 부인과 관련된 곳은 예천의 맛질과 봉화의 맛질이다. 장씨 부인의 직계 종손이신 이돈(李燉) 선생의 증언과 장씨 부인의 친정 마을인 안동군 서후면 금계리의 경당고택(敬堂古宅)에 사시는 종손의 증언을 종합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장씨 부인의 어머니 권씨는 권사온(權士溫)의 딸로서 예천의 맛질에 살았다. 권씨가 안동군 서후면 금계리에 사는 장흥효(張興孝)에게 출가한 후 예천의 맛질에 살던 장씨의 친정 권사온가는 봉화의 맛질로 이주를 하였다.5) 장씨 부인의 외조부인 권사온의 묘는 현재 봉화의 맛질에 있다.
또한 1999년 11월에 방영된 KBS의 역사스페셜 프로그램에서, 예천 토박이로 예천 대창고등학교 교감을 지낸 정양수 선생은 예천의 맛질 마을에 있는 장씨 부인의 외가댁 집터를 확인해 준 바 있다. 영양의 두들마을에 사시는 이병균 할아버지의 증언과 예천의 맛질에 있는 장씨 부인의 외가댁 집터의 증언 등을 종합할 때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맛질방문)'의 '맛질'은 예천의 맛질6)로 판단된다. '(맛질방문)'이란 장씨 부인이 친정 어머니 권씨로부터 전수받은 조리법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맛질방문)'은 '예천의 맛질에서 살고 있던 권씨7) 집안의 조리법'이라 할 수 있다.
4) 조리법 항목에 나타난 특징
『음식디미방』을 다른 조리서와 비교하여 이 책의 내용에 나타난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① 밥과 죽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밥의 종류와 밥 짓는 법에 대한 설명은 1800년대 초엽의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아주 자세히 나타나고, 『규합총서』에는 약밥, 팥물밥, 오곡밥 등에 대한 기술이 나타난다.8) 밥짓기는 17세기의 『음식디미방』, 『주방문』과 18세기의 『산림경제』 등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밥짓기가 너무 평범한 것이어서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이성우 1982 : 138~139). 『음식디미방』에는 독립된 항목으로서 죽의 조리법은 전혀 나오지 않고 여러 가지 조리법의 설명 과정에서 '쥭 쑤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모밀 …… 더러 플 의이쥭 치 어(만두법)(싀면법)
그 쥭 거 퍼부으며 막대로 저어 건콩쥭 치 쑤어(상화법)
그 기울쥭 거든(상화법)
블근 쥭 쑤 가치 (상화법)
그 프 장 건 콩쥭 치 프러(증편법)
밀르로 쥭을 달히고(복셩 간숏 법)
미 두 되 셰여 믈 닐곱 듕발의 흰쥭 수어(삼해주)
미 두 말 셰 작말여 쥭 수어(하졀삼일쥬)
말을 셰여 쥭 수어(졈감쳥쥬)
이 자료들에서 '의이죽',9) '콩죽', '기울죽', '팥죽', '밀가루죽', '흰죽'(백미), '찹쌀죽'이 당시에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백미로 죽을 쑤어 사용한다는 기술은 매우 빈번하다. 위 인용문에 나타난 바와 같이 죽은 다른 음식의 조리 과정에서 많이 소용되는 것이었고, 또 노인들의 식사 혹은 병후 회복식으로 애용되었을 것인데도 『음식디미방』은 그 조리법을 별도로 세워 설명하지 않았다. 아마도 알곡을 찧어 물을 적당히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죽이므로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다고 여긴 듯하다.10)
② 국수를 만드는 데는 주로 메밀가루와 녹두가루가 쓰이고 밀가루는 대부분 부재료로 쓰이고 있다. '싀면법'과 같은 면 조리법에서 이러한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밀가루'를 가리키는 낱말 '밀'는 '싀면법'에 1회만 쓰이고 다른 곳에서는 모두 '진', '진말'로 쓰였다.
밀 칠 홉을 의이 치 조히 쥭 쑤어(싀면법)
눗게 복근 진 말의 쳥밀 되 다솝(연약과법)
지령기의 진 자여 기의 지져 쓰라(어젼법)
지령국의 진 녀허 즙야(난탕법)
지령국의 치즙 진 타(죡탕)
진 조차 면(연계)
즙을 진 기 지령 교합야(개쟝국느미)
진 무레 프러(대구겁질 느미)
모밀을 거괴여 솝 깁체예 노외여 고온 진리나 싀면리나 썻거(챠면법)
진말 되 섯거 녀허(듁엽쥬)
진말 되 여 홉 섯거(순향주법)
접두사 '진'(眞)을 붙인 것은 이 시기에 밀 재배가 일반화되지 않아서 밀가루가 상당히 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음식디미방』에는 양념을 만들 때 '진'를 조금씩 넣는 대목이 빈번히 보이는데 이것은 '밀가루'가 흔치 않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③ 고추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책의 조리법에서 양념으로 쓰이는 식물 재료로는 천초, 후추, 마늘, 파가 주로 등장한다.11) 고추는 임진왜란 때가 되어서야 조선에 들어왔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향신료로 '호쵸'와 '쳔쵸'가 쓰였던 것이다. 고추가 없던 시절에 향신료로 무엇이 쓰였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고추는 1613년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비로소 등장하여 그 무렵 겨우 재배되기 시작하였다고 하였으며, 1715년의 『산림경제』에 고추 재배법이 기록으로 나타나고, 1766년의 『증보산림경제』에서 비로소 고추가 김치 조리에 이용되고 있다(이성우 1982 : 16). 장씨 부인이 생존했던 17세기 후기라면 고추에 대한 언급이 나올 만도 하지만 『음식디미방』에 이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것은 당시의 경상도 북부 지방에 고추가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12)
④ 육류 조리에는 대체로 다음 네 가지 특징이 주목된다.
첫째, 소의 위(胃, 月羊)를 재료로 한 요리가 나타나는 점이다. 6장에 '양슉'과 '양슉편'이라 하여 양을 물에 삶아 껍질을 벗겨 내고 갖은 양념을 하여 만드는 조리법이 나온다. 10장에도 '양 볶는 법'((맛질방문))이라 하여 "소두에 이 다로고 기 두로고 브어 급히 둘러 박의 퍼 내면 니라"(솥뚜껑을 매우 달군 후 기름을 바르고 양을 넣어 급히 휘두른 후 바가지에 퍼내면 연해진다)라는 조리법이 간략하게 나온다. 6장에 나오는 '양'은 소의 위를 뜻하는 것이 확실하지만13) 10장에 나오는 '양'은 羊의 고기를 뜻하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 이성우(1982 : 202)는 10장의 '양'을 羊고기로 보았다.14) 둘 중 어느 쪽인지 분명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으나 필자는 이 항목의 주석에서 소의 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았다.15)
둘째, 개고기 조리법이 다양하게 나온다는 점이다. '개쟝', '개쟝고지느이', '개쟝국느이', '개쟝'16), '누른개 법', '개쟝 곳 법'과 같은 6개 항의 개고기 요리가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 17세기에 개고기가 육류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음을 보여 준다. 개장국, 개고기찜, 개고기느르미가 개고기를 재료로 한 대표적 조리법이라 할 수 있다.17) '개쟝'이 개의 창자에 소를 넣어 만든 일종의 순대를 가리키는 점이 특이하고, '개쟝고지느이'와 '개쟝국느이'도 『음식디미방』의 특이한 조리법이라 한다(이성우 1982 : 209).
셋째, 개고기에 비해 돼지고기 조리법은 매우 소략하다는 점이다. 야졔육(野猪肉, 멧돼지고기) 삶는 법이 2행, 가뎨육(家猪肉, 집돼지고기) 볶는 법 3행이 전부이다. 당시에는 개고기를 돼지고기보다 더 많이 먹었던 듯하다.18)
넷째, 곰 발바닥 조리법(웅쟝, 熊掌)이 나타나는 점이다. 이는 매우 특이한 別食이었기 때문에 올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런 조리법이 나오는 것은 당시에 곰 발바닥 요리가 실제로 행해졌음을 의미한다.
⑤ 『음식디미방』 전체 146개 항목 중 술에 관한 항목이 51개나 된다. 『수운잡방』은 전체 116개 항목 중 59개 항목이, 1700년 말의 『온주법』에는 54개 항이 술에 대한 것이다(윤숙경, 1999 : 111). 주류에 이렇게 많은 항목이 서술된 것은 술이 생활의 여러 면에서 많이 쓰여서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술은 제사용, 접빈용, 일상용(농주 따위), 약용(藥用) 등 그 용도가 다양했다. 특히 조선시대 사대부가 여성들의 중요 소임인 '봉제사접빈객'을 수행함에 있어 술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기 때문에 조리서에 술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을 것이다.
⑥ 끝으로 조리법의 내용상 전통 음식과 조리법 연구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비교 자료를 제시하여, 『음식디미방』이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한 예를 보이고자 한다. 『음식디미방』에 기술된 '듁엽쥬'(竹葉酒)와 『현풍곽씨언간』19)의 '듀엽쥬'의 제조법은 각각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미 너 말 셰여 가 자혀 므게 식거든 혀 식은 믈 아홉 사발애 국말 닐곱 되 섯거 독의 녀허 서 둣다가 스므날 만애 닷 되 므게 식거든 진말 되 섯거 녀허 닐웬 만이면 비치 대닙 고 마시 향긔로오니라.
(백미 너 말을 여러 번 씻어 물에 담가 재워 무르게 쪄 식거든 끓여, 식은 물 아홉 사발에 국말 일곱 되를 섞어 독에 넣어 서늘한 데 두었다가, 스무날 만에 찹쌀 닷 되를 무르게 쪄 식거든 밀가루 한 되를 섞어 넣어 두어라. 이렛 만이면 술빛이 댓잎 같고 맛이 향기로우니라.)
워레 엿귀 더 방하애 지허 므레 섯거 항의 녀헛다가 마늬 그므 처예 바타 그 믈로 기우레 섯거 누룩 드듸여 워 뢴 후에 마 실릐 셔 누룩 되 칠 홉 믈 말 서 되예 섯거 비젓다가 사 마늬 괴거든 막대로 서너 번 저어 괴던 거시 디거든 려 둣다가 거든 되 밥을 장 게 식켜 비즈라. 『현풍곽씨언간 101』
(사월에 여뀌를 뜯어 방아에 찧어 물에 섞어 항아리에 넣었다가, 한 달 만에 그 물을 체에 밭아 그 물로 기울에 섞어 누룩을 디디어 띄워 말린 후에, 찹쌀 한 말을 시루에 쪄서 가루 누룩 한 되 일곱 홉, 찬 물 한 말 서 되에 섞어 빚었다가, 사흘 만에 괴거든(거품이 일며 끓거든) 막대로 서너 번 저어 괴던 것이 꺼지거든 놓아두었다가 맑아지거든 쓰되 밥을 아주 차게 식혀 빚으라.)
죽엽주(竹葉酒)는 대나무 잎이 재료로 들어가지는 않지만 술의 빛깔이 댓잎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21) 위의 두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이 『음식디미방』의 서술과 달리, 『현풍곽씨언간』의 죽엽주 제조 방문에는 사월에 뜯어 찧은 여뀌 물이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찹쌀을 쓰는 점은 서로 같으나 여뀌의 사용 여부가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지역마다 토속주 담는 법이 조금씩 달랐음을 의미한다. 하나의 간단한 예를 들었지만 다른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볼 때 『음식디미방』은 한국의 음식사를 연구하는 기본 자료가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내용과 구성 (음식디미방 주해, 2006. 2. 28., 글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