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4,31-37
그때에 31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의 카파르나움 고을로 내려가시어, 안식일에 사람들을 가르치셨는데, 32 그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33 마침 그 회당에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34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35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마귀는 그를 사람들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치기는 하였지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그에게서 나갔다.
36 그러자 모든 사람이 몹시 놀라, “이게 대체 어떤 말씀인가? 저이가 권위와 힘을 가지고 명령하니, 더러운 영들도 나가지 않는가?” 하며 서로 말하였다.
37 그리하여 그분의 소문이 그 주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지금 저의 양쪽 팔뚝을 보면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무슨 줄일까요? 누가 심심풀이로 낙서한 것일까요? 팔뚝 아래로는 햇볕에 의해 검게 그을린 것이고, 반대로 팔뚝 위로는 입고 있던 티셔츠 때문에 해를 보지 못해 하얀 것입니다. 따라서 멀리서 보면 특이하게 줄이 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이 구분은 운동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더운 여름날 자전거를 타다 보니 자전거 옷을 입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새까맣게 탄 것이지요. 이러한 저를 보고 사람들은 이 더운 날에 무슨 자전거를 타냐고 묻습니다. 그냥 집에 가만히 있어야 하는 날씨가 아니냐고 반문하곤 하지요. 그러나 집에 가만히 있다고 해서 더위를 잊을 수 있을까요? 아마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다면 절대로 시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에 반해 자전거를 탈 때에는 오히려 더위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맞바람으로 인해 시원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지요.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할 일 없이 한가하게 일기예보에나 관심 갖는 사람들이 더위와 추위에 약합니다.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위도 추위도 없습니다.”
정말로 그렇지 않습니까? 신문과 방송에서 올 여름이 몇 십 년 만에 가장 무더운 날이라고 떠들어대는 그 말 때문에 더 힘들어 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더위 속에서도 온 힘을 기울여 일하는 사람에게는 근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더위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든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으며, 힘차게 이 세상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렇게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세상에서 활동하는 마귀의 역할입니다. 즉,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지 못하게 방해하여 하느님께 가까이 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마귀입니다.
사실 마귀는 온갖 거짓말과 악으로 우리를 유혹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귀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마귀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틀린 말이 있나요? 분명 정답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라고 명령하십니다. 왜냐하면 정답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하느님의 일을 방해하고 하느님과 인간의 간격을 더욱 더 멀어지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득 내 자신도 이 마귀의 유혹에 쉽게 그리고 자주 빠졌었음을 반성하게 됩니다. 정의를 내세워 일치를 깨뜨렸으며, 공평함을 내세워 사랑을 짓눌렀던 적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귀의 유혹에 넘어갔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 더욱 더 밀착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귀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어떤 상황에서도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주님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은 좋은 친구다.(이언)
마녀의 빵(오 헨리)
길모퉁이에서 조그마한 빵집을 운영하는 미스 마더. 올해로 마흔인 그녀는 2천 달러의 예금 잔고가 있고, 의치 두 개를 끼워 넣었으며, 무엇보다 인정이 많다. 그런 그녀의 마음 속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바로 일주일에 두세 번 빵집에 들러 언제나 딱딱한 식빵만을 사 가는 한 중년 남자.
그는 언제 봐도 말쑥하고 예의 바른 모습이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얼마나 다정한지... 언젠가 손가락 사이에 묻은 물감 얼룩을 보고 미스 마더는 그가 가난한 화가일 거라고 짐작했다. 두툼한 고기와 달콤한 잼이 들어간 빵과 함께 차를 마실 때면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다락방에서 딱딱한 빵을 먹을 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가끔 그가 사 가는 빵에 맛있는 걸 끼워 주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예술가는 자존심이 세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 마더는 늘 입던 낡은 갈색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하늘하늘한 물방울무늬 실크 블라우스를 입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는 식빵을 찾았다. 때마침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며 소방차가 지나갔다. 궁금해진 그는 창문가로 갔고, 미스 마더는 순간 묘안이 떠올랐다. 바로 식빵 안에 갓 배달된 버터를 듬뿍 발라 마음을 전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바로 실행에 옮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빵을 건넸다. ‘그림을 그리다가 시장기를 느낀 그는 빵을 꺼내겠지.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부드러운 버터 맛을 느끼며 나를 떠오를 거야.’ 그렇게 온종일 상상하던 그녀는 그만 얼굴을 붉혔다.
그때였다. 두 사내가 가게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낯선 젊은 남자였고, 또 한 사람은 바로 그 화가였다. 화가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미스 마더를 향해 소리쳤다. “이 할망구야. 당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 같이 온 청년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당신이 내 일을 망쳐 놓았다고! 이 주제넘은 할망구야.” 탕, 탕, 탁자까지 내리치며 소리치는 그를 겨우 문밖으로 끌고 나간 청년은 계산대로 돌아와 말했다.
“저 친구는 블럼버거입니다. 건축 설계사지요. 그는 지난 석 달 동안 공모전에 응모할 새 시청의 설계도를 그리는 데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마침내 잉크로 그리는 작업까지 마쳤지요. 처음 설계도를 그릴 때는 연필로 밑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잉크로 덧대어 그린 뒤 딱딱한 식빵으로 연필 자국을 지워 나가지요. 그런데 오늘 당신이 준 그 버터가 든 빵 때문에, 그 빵 때문에...”
첫댓글 찬미 예수님 ~!! 나의 아이큐는 두자리수 일겁니다.. 예수님의 정체성을 알아보는 마귀의 아이큐는 네자리수 라고 하더군요.. 마귀에게 "예수님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심을.. " 누가 가르쳐줬을까요? 독학으로 알았나?
자비로움으로 또 하루를 열게해주신 신부님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주님의 사람으로 사는 하루되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미스마더의 친절이 타인에게 걸림돌? 이되었군요..
오늘하루 묵상합니다.
감사 합니다
문득 입으로는 정답을 말하면서 실제 삶은 하느님의 일을 방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인간의 지혜로 어리석어 보이는 일들을 멀리하며 자신이 지혜롭다 생각하며 살았다는 회한도 이네요. 이 아침 어리석음이란 단어가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도 감사히 모셨고, 감사히 들었습니다. // 미숫가루와 슈가를 풀고 두레박으로 저은 우물물 맛좀 보고 싶네요.ㅎㅎ // 댓글 등록이 안되어서 등록 될 때가지 쓰리라 이러고 댓글 등록과, 실랑이한 아침이기도 합니다. ㅠㅠ
유난히도 변화 무쌍한 날씨 입니다 . ,''정의'' 다시생각해 보려구요. 건강하세요.!!!
당신께서미워하는것~교만~가식~등을저또한사랑하지않게해주시고무대에막이오르듯저의하루도주님께서열어주시리라믿습니다~신부님좋은하루되십시요
주님의 일에 충실한 하루..
주님, 저의 좁은 판단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지 않도록 해주시고, 배려라는 이름하에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아멘.
오 헨리의 단편이었군요 . 초등학교때 감명받았던 만화 단편중 하나 인데 .. ㅎㅎ 읽고 너무 슬펐던 기억이 나요 ㅎㅎ
마귀는 바른말로 우리를 꾀하는 것을 오늘 새삼 다시 느낍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지 않은면 언제 그 꽴에 빠질지 모르니 늘 기도하면서 살아야 할것 같네요
오늘의 일용할 양식(좋은 말씀) 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마귀의 유혹에 빠지지않도록 늘 깨어있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주님과 함께 승리하는 삶이 되시길 모두를 위해 기도합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마귀의 유혹에 중심이 흐려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주님의 말씀으로 심지를 굳히고..오늘도 성령과 함께하는 하루, 정신적 풍요로움으로 기쁨이 충만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힘을 얻고 갑니다. 아멘.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아멘,
그녀의 착각이었어요. 혼자만의 생각이 빚어낸 오류가 아닐까싶어서...가끔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그러지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오랫만에 다시 읽는 단편였어요.
제가 세상의 영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영을 받아들이지 않는 어리석음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마음에 실망이 생겼습니다. 마귀는 하느님의 영으로 말미암아 얘기하지 않네요.하느님이 자신들을 멸망시키려 오셨다고 말하니까요.저도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 토를 달아 힘들어하고, 저에게 유익하지 않은 것인양 잘못 받아들이고,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유혹에 많이 빠졌던것 같아요.말씀하신것 같이 무더위를 이겨내는 방법, 곧 마귀의 유혹을 이겨내는 방법은 마귀의 의견에 타협하지 않고 충실하게 땀흘리며 제 할바를 하는 것이었어요.하느님의 영으로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희망의 말씀을 들을거고 오뚜기처럼 일어날 거예요.감사합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아멘
신부님 묵상글 보며 '아, 바로 나야." ~~ 읽고 또 읽으며 마귀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나에게도 있을 미스마더의 사랑을 떠올려봅니다
주님과 밀착된 생활도 실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