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산 - 박기동
부용산 오리길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 바람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섰네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 데 없고
돌아서지 못한 채
나 외로이 예 서있으니
부용산 저 멀리엔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혹시 이 노래의 애절한 가락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저는 십 수년 전에 한 선배시인이 술자리에서 부르는 걸 귀담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도 눈물이 쑥 빠질 만큼 슬픈 노래여서
그 자리에서 술을 몇 잔이나 더 들이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 노래는 작사자가 1947년경에 폐결핵으로 죽은
어린 누이동생을 부용산에 묻고 나서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작곡자 안성현이 해방 후에 월북을 하고,
후에 빨치산들이 즐겨 불렀다는 이유로 이 노래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근래 들어 가수 이동원, 안치환, 한영애 같은 이들이 음반을 내면서
스러져가던 이 노래응 복원하기에 이르렀지요.
제가 쓰는 문자는 입이 없어서, 당신의 귀에 이 노래를 들려드릴 수 없는 게 안타깝군요.
꼭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슬픔 때문에 당신의 마음이 맑아지게 될 지도 모릅니다.
- 100일 동안 쓴 러브레터 2 / 안도현 지음 / 태동출판사
詩 : 박기동
작곡 : 안성현
노래 : 안치환, 이동원, 박흥우, 국소남, 한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