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에게
친구가 생겼어요
발레리 기두 글
실비 세르프리 그림
하소희 옮김
두레아이들 / 유아 4~7세 / 32쪽 / 11,000원 / 9788991550568 (77860) / 2014년 5월 30일
‘좋은 친구’는 무시무시한 포식자 악어도 춤추게 만든다!
먹잇감이던 동물들과 친구가 되어 ‘이상하게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악어 이야기
친구의 소중함, 더불어 나누는 삶의 행복함, 그리고 내가 마음의 문을 열면
누구와도 친구가 되어 소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이 책은 물속의 무시무시한 포식자 가운데서도 최강인 악어가 작은 새 한 마리 때문에 자신의 먹잇감에 불과했던 동물들과 친구가 되어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친근감 있고 재미있는 그림은 아이들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막강한 일인자이기에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어 늘 혼자 지내던 악어, 그리고 그 억어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악어의 눈을 피해 다녀야만 했던 동물들. 과연 작은 새와 동물들은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악어와 어떻게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을까?
이 책은 아이가 솔직한 생각과 행동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닫는 『다른 엄마 데려올래요!』, 길거리에 아무렇게 버린 바나나 껍질 하나 때문에 벌어지는 엄청난 혼란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깨닫게 해주는 『뒤죽박죽』에 이은 두레아이들의 ‘사랑해, 사랑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사랑해, 사랑해’ 시리즈는 나를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과 친구를 사랑하고, 나아가 자연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책으로 계속 꾸려질 예정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
이 책이 친구라는 주제를 다루는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점은 약자들이 강자에게 먼저 다가가 강자의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즉 악어의 먹잇감이었던 동물들이 악어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 해결의 열쇠는 다름 아닌 ‘배려’이다.
숲 속 동물들은 악어에게 갑자기 낯선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악어가 잘할 수 있고, 악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만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함께한다. 작은 새는 악어가 스스로 할 수 없는 이빨 청소를 깨끗하게 해주는 대신 이빨 사이에 낀 찌꺼기를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이때 악어는 그저 입만 벌리고 있으면 된다), 원숭이는 딱딱한 코코넛 열매를 강한 이빨로 깨달라고 부탁하고, 헤엄치지 못하는 거북이는 강 건너편까지 자신을 데려다달라고 부탁한다. 이 모든 것들은 악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거나 평소에 늘 해오던 것들이기에 악어는 이들의 부탁을 별 어려움 없이 들어준다.
이렇게 마음의 문이 열리자 악어는 (그날 자신이 잡아먹으려 했던) 노루와도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강에서 살아온 터줏대감으로서 강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악어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요구하지 않은 동물들의 작은 배려가 드디어 닫혀 있던 악어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누군가에게 친구로 다가가기 위해서, 상대방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일깨워준다.
‘친구’를 사귀는 일, 어렵지 않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악어의 변화를 대하는 다른 동물들이 태도이다. 즉 동물들은 악어의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무서운 악어가 갑자기 상냥하고 친절한 악어로 바뀌었는데도 동물들이 평소처럼 악어를 피하거나 멀리했다면 악어는 친구를 사귀는 행복한 경험을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상상이지만,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사람 관계에서 ‘내’가 변하는 것만큼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하는 친구들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네가 남에게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라고 하는 동서고금의 진리 ‘황금률(Golden Rule)’의 뜻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친구(親舊)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뜻한다. 즉 친구는 ‘혼자’ 될 수 없고, 사귈 수 있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크라코는 무엇 때문에 행복했을까?
이 책에서 악어 크라코는 하루 동안 겪은 신기한 일들로 무척 행복해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 때문에 크라코는 이렇게 행복했을까? 옮긴이의 말처럼,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더 큰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고, 다른 이들을 잡아먹거나 이겨야만 할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대상으로 여기면서 마음의 풍요로움을 갖고, 자신에게는 대수롭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는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진심 어린 관심으로 주위를 살피며, 다른 사람에게 먼저 손 내미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어떨까? 받는 기쁨만 아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보다 훨씬 큰 주는 기쁨을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옮긴이). 부모와 아이가 크라코가 행복해하는 또 다른 이유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린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야생의 세계
저자는 힘은 세지만 늘 혼자 지내는 악어가 외로울 수도 있고, 다른 동물들도 무서운 악어와 친하게 지내며 함께 놀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아이의 순수한 생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린아이에게 야생의 세계는 서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과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무서운 싸움터가 아니다.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세계도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와 마찬가지로 그저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곳일 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아이들이 꿈꾸는 세계, 즉 힘이 있건 없건 덩치가 크건 작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모두가 친구로 지내는 행복한 야생의 세계를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악어의 어느 아름다운 하루!
이 책의 원제는 ‘악어의 어느 아름다운 하루’이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 크라코가 악어라는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해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이다.
악어 크라코에게 어느 날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노루를 잡아먹으려다 작은 새 한 마리의 훼방으로 노루를 놓치고 만다. 크라코는 화가 났지만 작은 새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감히 누구도 무서워서 곁에도 오지 못하는 크라코의 이빨을 청소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잡아먹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크라코의 말에 작은 새는 그럴 일이 없다고 자신한다. 결국 크라코는 작은 새 덕분에 이빨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이, 원숭이가 코코넛을 던지며 깨달라고 하고, 거북이는 자신을 강 건너까지 데려다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동물들과 친해졌지만 크라코는 노루만큼은 (자신이 잡아먹으려고 했기 때문에) 자신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루도 크라코에게 다정하게 다가와서 친구가 되어 준다. 크라코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신기한 일들을 겪으며 행복하고도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게 된다.
추천하는 말
“우리의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만 생각하는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진심 어린 관심으로 주위를 살피며, 다른 사람에게 먼저 손 내미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어떨까? 받는 기쁨만 아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보다 훨씬 큰 주는 기쁨을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하소희(옮긴이)
* 글_발레리 기두(Valerie Guidou)
어린이 책 작가이자 편집자이다. 특히 유아들을 위해 자연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책들도 펴내고 있다. 지금까지 지은 책으로 『사계절』, 『곰』, 『야생동물』, 『고양이 백과사전』, 『숲』, 『마당』, 『지구의 미래』 등이 있다.
* 그림_실비 세르프리(Sylvie Serprix)
어린이 소설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신문의 삽화를 주로 그리고 있다. 그의 그림은 매우 섬세하지만 때로는 몽환적인 느낌으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금까지 그림을 그린 책으로 『발랑텡과의 약속』, 『책 읽기 그만!』, 『세상 저편에』, 『한나에게 자유를』 등이 있다.
* 옮긴이_하소희
1976년에 태어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번역학과 과정을 수료하였다. 삼성물산, 삼성 엔지니어링 등 여러 기업체에서 불어 전문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불어 전문 통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로르와 친구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