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햇님이 없는데도 아주 더웠습니다
후덥지근한 공기에 지쳐서 집에 들어왔는데
샤워를 하는중에 땀이 입에 들어와서 찝찔한 맛이 났습니다(아...더티...^^)
무척 오랫만에 홈에 들어오니 시원한 하늘빛이 반겨주네요^^
그동안 조금 힘든 시간들을 보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참기 힘든건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하게 되는것인가 봅니다
분노로 자제력을 잃었을때,
있는 힘을 다해 타인에 대해 방어를 했는데 그것이 과잉방어였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때,
진실이라도 아픈 말을 내뱉었을때,
내 잘못이 뻔한데도 남에게 미루고싶은 기분이 무럭무럭 들었을때...
내가 이런 정도의 사람밖에 안되었나 하는 자괴감에
도저히 기분이 회복이 안되는 경험을 합니다
'사는게 뭐 이러냐...'하는 기막힘에
하루에도 몇번씩 푸념이 하고싶었지만
자기의 <힘듬>에 농담이라도 던질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입을 떼어도 듣는이가 많이 힘겹지않을거란 생각을 하며 지냈습니다...
마가렛꽃이 온통 하얗게 피어난 시골길이 참 아름답네요
피정 다녀오신 사진을 보니 모두 행복해보여서 저도 빙그레... 따라 웃어보았습니다
현충일에 저는 조기를 게양하고 따가운 햇볕을 느끼며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더운날에 전쟁이라는 극한의 고통을 겪으며
목숨까지 바쳐 나라를 지킨분들을 잠시 생각했었습니다
나라를 지킨다는 거창한 생각까진 안 했을수도 있고
그저 살기위해 싸웠을수도 있지만
전쟁이 끝날때까지 어디 깊은 산골에 숨어있다가 살아나온 군인이 아니라면
어떤 생각으로 뛰었든지간에 나라를 지킨 영웅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사전례중에 <누구누구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하는 차례가 참 좋습니다
곁에 없는 이들이나 모르는 이들을 미사중에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는게 참 따뜻하게 느껴지거든요^^
주말에 TV에서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을 보았는데
보통사람으로 짠~ 하고 변신하신 하느님이
술집에서 주인공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이 용기를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린듯한데
응답이 없어서 좌절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하느님께 용기를 달라고 하면 용기를 주실것 같으냐
아니면 용기를 기를수있는 기회를 주실것 같으냐...
화목한 가정을 달라고 하면 화목한 가정을 주실것 같으냐
아니면 화목한 가정을 만들 기회를 주실것 같으냐..."
라고 하느님이 주인공에게 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보니 하느님께서 제 기도에 늘 응답을 해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습니다
남들한테는 가끔이라도 나타나신다는 예수님이나 천사도
저한텐 얼굴을 보여주신적이 한번도 없고
내가 바란걸 주신적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 그 많은 기도들에 대해
어쩌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러자 , 제가 하느님께 용기를 달라고 열심히 기도드리면
<주소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는 배달전문 천사가 날아와
"여기 당신이 기도드린 용기 일인분 배달이요~!"
하고 던져주진 않을거란 생각이 점점 짙어졌습니다^^
용기를 달라고 기도드리면 용기를 얻을수있는 기회를 주시고
강인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드리면 그런 사람이 될 기회를 주신다면
이제부터는 무엇을 달라고 기도드리지 않아야 겠구나...싶습니다^^
편하게 살려면 그저 아무 기도도 안드리고
하느님 눈에 안띄게 조용히 살아야 겠습니다 ㅎㅎ
오늘 저녁 기도는
'하느님...저는 말이죠 아무것도 필요없고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
제게 좋은걸 주시려고 애쓰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아셨죠, 하느님...?'
이라고 드려야 될듯 합니다^^
오늘 아침엔 밤새 중노동이라도 한듯 힘이 부쳐서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치켜올리고 일어났지요
겨우 겨우 집을 나서 학교에 도착할 즈음엔
다리가 허방을 짚은듯 후들거리고
한쪽 눈이 자꾸 내려앉아서 눔이 손을 잡고 딸려갔습니다
그런데 눔이가 제 형색을 물끄러미 보더니 갑자기 멈춰서서
"즈을~거운~ 곳에서느은~ 날 오라~ 하여도~" 하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거였어요
저는 그만 어제저녁 혼자 꿈꾸었던 제 고약한 생각을 들킨것같아
가슴이철렁하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무와도 부대끼지 않고 혼자 깊은 산속에서 살면 얼마나 편할까...하는
상상을 하는중에 저도 모르게 남편이랑 아이들을 다 내다버린셈이 되었거든요
노래가 다 끝나도 칭찬을 안해주니 눔이가 알아서 "아이~ 잘했어요~" 하고
자화자찬을 한뒤에 "어머니!" 라고 뜬금없이 부르기까지 했습니다
평소에 <어머니>라고 정색을 한적이 한번도 없는눔이가 그렇게 부르니
제 귀에는 " 엄마 정신차려~!" 하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아...이 눔이는 내 속을 다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얼마나 죄스럽고 부끄러워졌던지요...
눔이 중학교 바로 옆에 있는 고등학교를 지나는데
싸우다 걸렸는지 서로 눈을 흘기작대며 대여섯눔들이가 나란히 벌을 서고 있었습니다
눔이가 그 형님들을 보더니 큰 소리로
"싸움 하며는~ 친구 아니야~ 사이좋게 지내자~
새끼 손가락~ 둘이걸고 꼭꼭~ 약속해~" 하며 제가 팔을 잡아 끌어도
끝까지 꿋꿋하게 노래를 마쳤습니다
에이휴~~ㅠ.ㅠ
어떤 상황을 그림카드로 보며 말을 배운 부작용으로
비슷한 광경을 보면 그때 배운 단어나 노래나 생각나는대로 표현을 하는 눔이인데
혼자 있을때 그러다간 얻어맞기 딱 알맞으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언어치료 받을때 선배 엄마들이 차라리 말을 하나도 못하는게 편할수도 있다고 해서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했는데 이젠 이해가 갑니다
입을 다물고있으면 눔이가 장애가 있다는걸 모르는 사람도 많거든요^^
노래를 두 곡이나 불렀는데 칭찬을 안해준게 미안해서
좋아하는 반찬을 저녁에 만들어준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곤 하교길에 반찬거리를 사서 들려놓으니
신이나서 쇼핑봉투를 들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걸어갑니다
'하느님...저 눔이를 제쳐놓고 제 편할 생각을 했다니
잘못했습니다...용서해주세요...'
그치만 좋은엄마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는 안 드렸습니다
좋은엄마로 만들 계획을 세우실까봐 겁이 나서요 하하하~~^^
"달걀~계란~ 양파~파~당근~
아빠오면~많이 줄께~!"
눔이가 주워섬기는 이 길다란 이름의 반찬은
남들이 <계란말이>라고 부르는거지요^^
달걀과 계란을 두개 다 부르는건 계란을 많이 넣으라는 소리이고
아빠오면 많이 줄께~는 시간개념이 부족한 눔이를 위해
아빠가 안녕! 하고 회사가는건 아침,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밥 먹는건 점심,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오는 때는 저녁으로 하루를 구분하기 때문에
저녁반찬은 아빠오면 준다고 얘기를 해서이지요
사정을 모르는 이가 들으면
'저 집에는 아빠가 안 들어오면 애 굶기겠구나'하고 오해를 할수도 있지요 ㅎㅎ
우리가족에겐 익숙한 대화법이지만
남들 입장에서 들으면 참 이상하겠다 싶기도 합니다^^
제가 컴을 붙들고있으니 심심해진 눔이가 잠이 들었네요
눔이가 일찍 잠들어서 새벽에 일어나면 저는 듀금인데...^^
눔이 깨워서 좀 놀리다 재워야 겠습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시고 예쁜 꿈 꾸세요~
첫댓글 동감이다........어느새 기도도 감사합니다에서 이것 저것, 저것,이것 해달라고 징징거리고 있는 나를 본다....참....한참 지난후에 보면 늘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음을 늦으막히 깨닫게 되는데 감사한 마음은 왜 이리 부족한지 말이야..하지만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는 주님이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피정의 마무리에서 그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빠 오면.....울 집에서도 매일 듣는 말....왠지 정겨운 그 말 ^*^
원영해임 보면 거의 재우이눔의 미래 모습이 보여요^^ 피정가서 좋으셨겠다요 아빠오면 아빠가 와야 모든 저녁 스케쥴이 시작되지요
이번 피정에 같이 갔음 좋았을것을..많은 분들이 문패를 찾으시던데 이리 실망을 드려도 되는겨?^^ 힘든일이 있었나 보구나..걍 무시하고 또 무시하다보면 잊어지고 편해지는게 사람맘이더라.힘내라 ~힘!
옥잠샘 말씀따라 무시하고 또 무시하고 살겠습니다 상록수 미사가 아니면 갈 짬을 못내네요...저는 여름이면 거의 초축음이에요 언니들 모두 잘 지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