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드디어 5주 동안의 유럽 책문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원래 한 달짜리였지만, 화산폭발이라는 천재지변으로 영국 섬나라에 고립돼 본의아니게 일주일을 더 체류,
꼬박 5주 동안의 여행이 되었습니다.
(로마 시내 유일한 어린이 전문서점-꼭 어린이 도서관 같네요)
볼로냐에서는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 뵈었고요...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 네 나라를 돌면서 산간 벽지 책마을, 동화의 배경이 된 동화마을,
도서관과 수많은 서점들을 돌아다녔어요.
그중에서 사실 서점은 원래 목적도 아니었고, 그냥 도시를 돌다 있으면 몇 군데 가보자...였는데...
결과적으로 우리 여행에서 가장 많은 방문지는 서점이 되어버렸네요.
사실, 우리가 돌아보고자 한 책마을이 주로 고서점과 헌책방이 중심되어 조성된 곳들이다 보니 더더욱 그랬고요.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돌아본 서점의 숫자가 적어도 백 수십 곳은 되리라 봅니다....과장 아니고요...
영국 헤이온웨이 책마을에만 서점이 30여 곳, 프랑스 몽톨리외 책마을에 20여 곳,
그 외 이탈리아 몬테레지오 책마을과 프랑스 앙비에를레 책마을도 모두 서점의 도시...
이외 들르는 도시 곳곳마다 돌아서면 서점, 돌아서면 서점이니 정말 부러운 얘기지요?
(헤이온웨이 책마을 - 어린이 전문 서점)
아마도 어출협 회원 분들께서도 큰 관심 있으실 거 같아 서점 이야기로 제 귀국 보고를 살짝 드리려고요..ㅎㅎ...
이번 유럽의 서점들을 보고 제가 크게 느끼고 감동받았던 거는 대략 다음 세가지 정도인 거 같아요.
첫째, 유럽엔 진짜 서점이 많다는 거죠. 마치 우리나라 밥집들처럼 돌아서면 서점, 골목마다 돌아서면 서점...
뭐 책을 읽지 않네, 서점이 인터넷때문에 문을 닫고 있네...유럽 언론들에서도 시끄럽게 떠들어대지만 그건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하면 뭐 거의 있는 자의 호사라고나 할까요. 아주 작은 도시들에조차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수많은 서점들의 숫자에 우선
허걱 놀랐습니다.
(볼로냐 시내 서점)
둘째, 고서점과 중고서점의 숫자 또한 너무나 많고 중고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
어렸을 때 즐겨 읽던 아스테릭스와 땡땡 만화책의 모든 호를 하나도 빠짐없이 콜렉션하는 게 요즘 성인들의 붐이라나...
뭐, 그럴 정도로 "엄마 어렸을 적에'같은 컨셉의 옛날 책들과 중고책들을 파는 책방이 무지 많았어요.
게다가 만화 전문서점, 여행책 전문 서점, 아트북 전문서점 등 전문서점도 우연한 여행자인 우리들 눈에 곳곳에서 띄었을 정도니
정부 당국이 관광상품으로 의도적으로 포장해 내놓은 것이 아닌 다음에야 이건 그들의 일상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뭐, 출판하시는 분들, 영업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부러운 현실이 아닐까 해요.
셋째, 아무리 비좁아서 돌아설 틈 없는 서점에도 고객이 앉을 자리는 꼭 있다는 것.
이게 가장 맘에 들었는데요. 도시의 대형서점들에서는 정말 우리나라 대형서점들 생각 많이 했습니다.
동네 작은 서점들을 다 깔아 뭉개고 제왕적 자리에 군림하고 있는 우리 대형서점들,
거기에 '문화'는 없고 '판매'만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어요.
대형 서점들은 물론이거니와 정말 좁은 서점들도 곳곳에 의자들을 배치해놓아서 편히 앉아 책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책방과 카페를 겸한 곳들은 책꽂이 사이에 작은 테이블을 놓아 세상에, 거기서 음료를 마시면서 새 책을 보더라고요...
그러니 책방에 사람들이 늘 북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미로처럼 얽혀있는, 아주아주 비좁지만 의외로 넓은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이 의자는 고객들이 자유롭게 앉아있는 곳)
암튼 이번 유럽 여행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뜻밖의 수확을 얻은 곳이 바로 서점들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이 서점들에서 얻은 감동을 여기 회원 분들과 함께 나눠야지 생각했었어요.
서점들에 관한 좀 더 상세하고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사진들과 함께 <줏대있는 어린이>에 기고하고 싶네요...
물론 받아주신다면...ㅎㅎ...
암튼 소박하게나마 한국에서 그림책마을을 꿈꾸고,
먹고 입고 살아가는 모든 일상에 책을 깔고 앉아있길 바라며,
수 천년 이어온 문자와 책의 아름다움을 여전히 갈망하는 숲속의 부부가 5주 동안 유럽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을
제 블로그를 비롯, 여러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풀어내 보려고 합니다.
(파리 시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 낯선 자를 박대하지 말라, 천사일지 모르니...
이 유명한 서점의 정신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이 문구가 좋네요)
마치 갓 군대 갔다온 남자들처럼
매일매일 꿈에서 기차역으로 마구 달려가거나 비행기 좌석을 구하거나,
도서관에서 열심히 자료찾는 꿈들을 꾸다가 깨곤 합니다.
첫댓글 멋집니다... 가보고 싶을 따름입니다...ㅎ.ㅎ...
도시마다 있는 웅장한 00중앙도서관 보다 곳곳에 작은 도서관이 많았으면 합니다.
이제 출간해야죠.[남편이 찍고, 마누라가 쓰다-도서관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