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하천 관리, 순천에서 배우자
2009-04-13 장용창 yongchangjang@hotmail.com
비폭력대화를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지난 4월 11일 순천에 다녀왔습니다. 강의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순천시내에 있는 동천이라는 하천을 둘러보았고, 저녁에는 광양시 백운산 휴양림에서 묵었습니다. 동천은 생태적 하천 관리의 모범처럼 보였습니다. 그 사진을 드립니다.
1. 붉은부리갈매기, 물총새와 갈겨니
처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붉은부리갈매기였습니다. 수면에서 고기를 잡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고기가 뭘까 하고 궁금했는데, 물가로 접근해보니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갈겨니라는 토종민물고기가 수두룩했습니다. 10cm 정도 되는 성어도 있고, 3cm 정도 되는 치어도 무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강변을 따라 1km 정도 걸었는데, 갈겨니들은 한 군데만 있는 게 아니라 곳곳에 있었습니다. 수두룩했습니다. 붉은부리갈매기는 이 갈겨니를 먹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가다 보니 버드나무 어린나무를 심어놓았는데, 여기에 물총새가 앉아 마찬가지로 갈겨니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물가에는 갈겨니 이외에 붕어 비슷한 놈들도 많이 보였고, 배가 납작하고 수염이 무섭게 달린 놈도 있었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2. 갈겨니를 부른 세 가지 요인
갈겨니라는 이 물고기는 새들을 불러오는 먹이이면서 동시에 물 속에 사는 각종 동물들을 잡아먹는 중간 포식자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렇게 많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중에 세 가지를 찾자면 (1) 댐이 없다 (2) 수변부의 수초들을 그대로 두었다 (3) 석축의 제방이 다양한 수위를 만든다라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첫째로 댐이 없기 때문에 물의 흐름이 자유롭고, 물고기들도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낮은 보가 하나 있긴 있었는데, 여기엔 어도를 만들었습니다. 어도는 보를 만들 경우 물고기들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물고기의 물길인데, 이 어도의 경우에도 설계가 잘못 되어 경사가 너무 심하거나 수량이 너무 적으면 물고기가 전혀 다닐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 동천의 어도는 매우 모범적으로 보였습니다. 어도도 자세히 살펴봤는데, 어도 중간중간에 물고기들이 보였습니다. 즉, 이 어도를 물고기들이 이용한다는 증거입니다.
둘째로 수변부의 수초들을 그대로 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의 눈에 이런 수초들이 지저분하게 보여서 이걸 “정비” 혹은 “정화”한답시고 포크레인으로 다 파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천준설을 하는 경우에도 수초는 전부 사라져버립니다. 하지만, 이번 동천에서 수초들을 봤더니, 정말 물반고기반이었습니다. 이렇게 수초가 많은 습지는 물고기들의 산란지로 최적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서도 최근 몇 년간 홍수에 대비해서 하천을 정비한답시고 하천에 있던 바위와 돌들을 다 긁어내고 하천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하천을 수로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짓이지요. 원래 제주도의 마른 하천에서는 그 바위틈 사이에 조금씩 고인 웅덩이에서 개구리와 도롱뇽들이 알을 낳았었는데, 이젠 그런 생물체를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생태하천의 양극단을 제주도와 순천시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번째 훌륭한 점은 사진에 보는 것과 같은 석축입니다. 제방을 만드는 가장 무식한 방법은 콘크리트로 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이렇게 석축을 만들면 층이 여러 개 만들어지기 때문에 보시다시피 하천 수위가 높아져도 낮은 물가가 생겨납니다. 하천의 생물들은 동식물 모두 여러 다른 수위를 필요로 하는데 이런 석축이 그런 다양한 수위를 제공합니다. 이런 석축은 콘크리트 제방에 비해 훨씬 비용이 많이 들지만 생물들을 위해서는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석축의 돌틈 사이에 심어 놓은 버드나무도 중요합니다. 버드나무 잎은 떨어져서 각종 수생동물들의 소중한 먹이가 됩니다. 그리고 버드나무 가지는 물 위를 덮어 치어들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수온을 적당히 유지시켜 줍니다. 계곡에서 물고기를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농약이 아니라 주변의 나무를 베어 수온을 높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생태학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또한 버드나무가 있기에 물총새같은 새들도 날아와 몸을 숨길 수 있습니다. 하천을 수로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나무심기도 싫어합니다. 서울 청계천 사업에서도 환경단체에서 나무를 심자고 주장했지만, 정부에서는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3. 사람과 야생동물의 조화
순천시의 동천은 야생동물이 살기에도 좋지만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도 좋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천변에는 산책하기 좋은 코스가 잘 되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또 한 곳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수가 하천으로 흘러드는 것을 아직도 다 막지 못해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창원시의 하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즉,사람에게도 좋고 야생동물에게도 좋은 하천을 만들기 위한 첫번째 관건은 오염원인 하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확실히 잡아내는 것입니다.
4. 백운산의 무당개구리
비폭력대화 강의를 마치고 광양시 백운산 휴양림에서 묵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주변을 돌아다니다보니 무당개구리를 발견했습니다. 무당개구리는 보호종은 아니지만, 전국의 거의 모든 양서류가 수로의 콘크리트화로 인해 큰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환경부에서 포획금지종으로 지정해놓았습니다.
철새 탐조를 많이 하다보니 이제는 어떤 곳에 어떤 동물이 있을지 대략 짐작하는 감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우선 또랑물이 흐르고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곳을 주목했습니다. 한 곳을 보니 흙으로 쌓여 물의 흐름이 약해서 거의 고여 있다시피 하길래 아마도 있을 것 같다 하고 봤더니 역시 개구리들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무당개구리 아래 알이 촘촘히 보일 것입니다. 항상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친구는 지름이 10cm 정도 되는 활엽수의 낙엽 위에 알을 낳아놓았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알이 수면에서 적당한 높이에 떠 있게 되므로 수온이 적당한 곳에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은 또랑에 무당개구리 대여섯 마리와 알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찮게 보이고, “발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오히려 지저분해 보이는 이런 또랑을 이렇게 귀한 생물들이 보금자리로 삼고 있다는 것이 마치 하느님의 섭리처럼 보입니다.
1. 처음에 눈에 띈 것이 바로 이 붉은부리갈매기가 물고기를 잡아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2. 물가를 자세히 봤더니 이 친구 갈겨니의 성어와 치어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3. 이렇게 토종 물고기가 많은 이유는 이런 수변부 습지를 그대로 살려두었기 때문입니다.
4. 석축의 경우에도 돌을 층층으로 쌓아 수위가 다양하게 존재하며, 심어 놓은 버드나무도 수온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5. 또한 수중보가 있긴 하지만, 물고기가 다닐 수 있도록 어로를 잘 만들어놓았습니다.
6. 버드나무와 갈겨니 덕분에 이렇게 깜찍하고 이쁜 물총새도 날아듭니다.
7. 깨끗한 강은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합니다. 사람이나 야생동물 모두에게 오염원 차단과 수질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6. 광양시 백운산 자연휴양림에는 무당개구리도 보입니다.
9. 무당개구리가 사는 곳은 이렇게 초라하게 보이는 물웅덩이이지만, 콘크리트가 없어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첫댓글 환경 그러면 우리 수원도 그 못지 않습니다. 집 앞에 냇가를 따라 걷다보면 왠 새들이 그리 많은지 은근히 자랑스럽다니까요. 이런 것을 보며 의식있는 결정권자들이 군데 군데 있구나 하고 위로를 받습니다.
예, 전국 곳곳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제 고향의 인터넷 신문에도 실었습니다.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61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