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맑음)
하여튼 아가씨들 부지런혀.
나는 별로 한 일(?)도 없었으면서
아고 데고, 오만삭신이 쑤셔서 죽겠구먼.
주는 밥, 간식 먹어주기만 하고 내내 자리 보존한
게으른 삼겹살 덕분에 몸살 났어야.
이제야 겨우 카페 들어와 보니 춘이, 외계인 글 떠있고
칭구들 꼬리말 길게 줄서 있는걸 보니
나는 몸무게만큼이나 한 템포 느린 나무늘보.
어쨌든 칭구들에게 후일담 한마디는 해야제
직성이 풀리니 썰 좀 풀어볼까나.
가기 전에 솔직히 겁이 나기도 했어.
방에서 물 가지러 부엌에 갔다가 뭘 가지러 갔는지 망각하고 다시 방,
생각나서 부엌에 갔다가 다시 잊고 방으로 가 기억을 더듬는 것이
요즘 체질이 되다시피 했는디 칭구들 몇 십 명 이름 어떻게 외울 껴?
버스에 타고 출발하니 드디어 고민 시작
소개시간이야.
앞줄부터 본인 소개하는디 듣는 족족 다른 귀로 빠져나가는 겨.
건망증인지 둔한 건지,
나의 1호 보물 펜과 메모지를 꺼내들고 메모 시작
박영희는 선생님, 제주갈옷모자를 썼구, 인방이는 윤주로 이름을 바꿨구나.
키 크고 얌전한 지영순이는 장모님에 할머니까지 되었군
버버리 남방을 입은 김명순, 베레모를 쓴 귀염둥이는 이미라,
내 차례가 되어 친구들에게 오금을 박았지.
옷, 모자 바꾸지 말고 내일까지 가기다. 안 그러면 기억력장애가 일어나닝께,
또 하나의 나의 장벽 노래방
모두들 학교 졸업하고 성악 전공했남. 우째 그리들 노래를 잘하는 겨.
예나 지금이나 나는 둥글넙적벙벙에 음치이니 산 넘어 산일세.
첫날은 어찌어찌 피하고 그냥 통과
L모 위생과장님은 간식으로 나눠준 통닭튀김 드시다가 손가락에 남아있는
껄쩍지근한 기름기 제거하실 양으로 커튼에다 살짝 실례하시는데
아뿔싸! 왕눈치 진영에게 현장포착!
오호 애재라, 가엾으신 과장님 비리 들켜버린 진영에게
평생 고혈 빨리실 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시대나
그런데 그말 들은 기사님 "커튼이 과장님 손보다 더 더러울낀데요."
단풍이 들락말락하는 산야와 황금벌판 감상하면서
정이품 소나무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진주에서 온 송계옥과 반가운 해후
드디어 꼬불꼬불 말티제를 유선경의 ‘불꺼진 창’을 들으며 넘어갔더라
속리산 은행나무는 노오랗게 성장을 하고 우리를 반겨주었어
서울 칭구들과 드디어 반가운 랑데부
여기서 상식하나, 반보기: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명절이면
시댁과 친정 중간거리에서 음식을 마련하여 서로 만나 회포를 푸는 것인디
우리가 바로 서울 칭구들과 반보기를 한것이재
소나무향을 음미하며 황토자갈길을 산책하고서 임원진이 준비한
홍어무침과 전라도 김치에 각종 산채 버섯나물에 포식을 했지
저녁 후 나이트에 가는디
J양, 준비한 월남치마(?)를 입더라고
아, 글씨 그것이 다 준비된 부킹 코스란 걸 왜 몰랐을꺼나 잉?
역시나 나이트에서 J양이 제일먼저 부킹이 들어왔대나 어쨌대나
다음에 일박 할 때는 필수품 일 순위가 월남치마라고 수군수군
속리산 법주사에서 청동미륵불께 합장하고
국보 55호 팔상전에 입실하여 시무하시는 보살님께
부처님 일대기를 여덟 장면으로 구분하여 그린 팔상도가
동서남북에 두 장씩 배치되어 팔상전이라 부르고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유일한 오층 목탑으로 밖에서 보면 오층이지만
내부는 한 층으로 오백나한이 부처님을 모시고 있고
부처님사리가 봉안되어 있다는 설명을 들었어
내려오면서 우리의 소망을 기원하며 혜숙이 영희와 돌탑을 하나 쌓았어.
점심시간이야
진영이 선글라스 칼라가 무난하여 모두 한번씩 써보았지
진영이가 “베르사체야” 그러니까
옆에 앉은 우리의 영원한 무공해 자연친화 사이 순수한 금옥이가
“영순이 선글라스도 구찌드라” 그러는 거야
그래서 “금옥아 너는 그런 것에 무심한 줄 알았더니 상표도 보냐?" 그랬더니
금옥 왈 “그런 것 읽으라고 선생님께서 영어를 가르쳐주셨나 봐”
아니, 영어교육에 그렇게 깊은 뜻이?
점심 먹자말자 다시 꼬불꼬불 말티제를 내려오니
주연이를 필두로 해서 모두 속이 미슥거리고 멀미가 나서 혼났어.
그럭저럭 속을 달래가며 가는데 청남대가 가까워오니
금강을 가로지르는 대청댐이 우리를 반기더라.
댐 주위경관은 예술이었어.
강변 억새꽃이 강바람에 부드럽게 휘날리는 모습에 모두 경탄하는데
은영이가 진영이에게 “진영아, 너 억새밭에서 해-봤냐?”
진영 “나 보기보담 순진혀, 안 해 봤어”
은영 “뭐라꼬? 해-, S U N 봤냐고야."
돌아와서 그 말 들은 조성자 "흙 묻은 디 뭔 그런데서 헌다냐."
전숙 보충: 매트 깔면 되재
다시 금강 대청댐 바라보는 청남대에서 잠시잠깐이나마
대통령 영부인이 되어 휴가를 즐기는디
수백 가지 야생화와 눈 맞추어 인사하고
소록도에서 공수해 왔다는 소나무 조형미에 감탄하고
골프장에서 홀인원!
낚시 장에서 은어 낚아 올려보고
마사토 깔아놓은 산책길 따라 유유자적 산책 후
초가정에서 어느 조각가가 기증했다는 솟대 바라보니
영부인 꿈 한 번 잘~꾸었다.
청남대에서 서울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었어.
반가웠다 친구들 잘 가!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들 하시고 행복하시게나
내려오는 버스 골목길 상현이와 정숙이의 미시즈 코리아
배꼽대회는 상현이의 기권으로 정숙이의 기권승
드디어 기다렸던 B양의 Y담
B양 “내가 신혼여행을 속리산으로 왔는디 눈이 어찌나 많이 오던지
3일간이나 호텔방에서 감옥살이 허는디
남편이 한 파수 허고 나더니 계속 자기헌테 집중하라는 겨
뭘 집중하라는 지 알 수가 있어야제 사람 죽을 뻔 했당께“
그 말 전해들은 성자 “일 헌디 뭔 파스를 바른다냐.”
우리들 “간사람 안 간 사람 다 똑같이 알면 불공평하재. 파스로 냅둬라.”
전숙보충: 일 보고나서 상처 난 데는 새살 돋는 마데카솔 연고를 바를 것
파스는 쓰리당께
B양 후일담: 요즘은 너무 집중을 잘해서
서방님 속옷 고무줄이 다 늘어났다나 어쨌다나.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수확은 또 한 분의 재담가 중금이를 발굴한 거야
덕분에 목쉰 진영이가 한숨 돌렸거든.
역시 사이회의 인적자원은 무궁무진하다니까.
드디어 진영이 날씬한 비밀을 알아내었어.
우리는 재미있으면 그냥 웃기만 하잖아.
진영이는 웃으면서 손뼉을 치고 다리를 흔드는 거야.
웃음이 보약이라는 건 다 아실 테니 넘어가고 (1분 웃음=10분 조깅)
에너지 소모를 위해 진영처럼 웃으면 두 배 효과 나니
칭구들, 이 글 읽으면서 재미있으면 꼭 손뼉을 치고 다리를 흔들 것
우리끼리 말이지만 그 모양새로 웃으면
어르신들께 복 나간다고 된통 혼나니 조심할 것
우리의 포크송 가수 경신이의 감미로운 목소리,
임미희의 열창, 문옥희, 고경하등 사이들의 세련된 노래솜씨
마치 세종문화회관 콘서트홀에 앉아있는 기분이었어.
드디어 봉선동 부자마을에서 공포의 삼겹살 파티를 했어
나는 오랜만에 마음껏 자유를 누렸다 생각하고
우리 집 아바이한테 휴대폰으로 도착을 알렸지.
아바이 “봉선동에서 저녁 먹고 있지?” 그러는 거야
나 “어-? 어떻게???”
아바이 “흐~ㅁ, 카페 보니 성자씨가 벙개 때렸드만”
나: 아이고, 웬수 뛰어봤자 그 손바닥이네.
황짱 이하 춘이 성현이 고생에 찬조금까지 고마웠어.
정숙, 효숙 고생했어. 너무 수고들 했고 사이친구들! 즐거웠어.
다음에는 더 많은 사이들 보자꾸나.
곱빼기로 안녕!! 잘들 살아라.
이 글 읽고난 후 주의사항: 여기에 익명으로 거론된 사이 실명을 알려하지 말 것
너무 많이 알면 다쳐
끝.. 200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