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반성문

[반석 이영석]

나는 엄마가 아니라 원수였습니다”

  

연년생 남매는 이른바 엄친아였다. 전교 1·2등을

자주 했고, 전교회장 출신에 전교임원을 도맡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3인 아들이 폭탄선언을 했다. “엄마,

저 자퇴할래요.” 고2 딸마저 오빠를 따라 자퇴했다.

남매는 1년 반 동안 폐인으로 살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게임과 폭력물에 갇혀 살았다.

발레를 하던 딸은 살이 쪄 83㎏까지 불었고. 순했던 두

아이는 짐승처럼 변했다.

마주치기만 하면 하면 죽일 듯 싸워 응급실까지 실려간

적도 있다. 엄마 때문이었다. 교사 엄마는 완벽주의자였다.

공부 잘하는 아이 만드는 데 귀재였던 엄마는 두 아이도

모범생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는 아이의 소질과 적성은 논외였고. 대화도 

없었다. 부모와 자식 간 관계는 지시와 명령이었고,

규율은 시키는 대로였다. 그로부터 10년 후, 두 아이는

각자의 길을 찾아 신나게 살고 있다.

엄마 때문에 자살하려던 아이는 현재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는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제의 엄마는 초등학교 이유남(55) 교장.완벽주의자 

10년 전을 생각합니다.

방문도 안 열어주고 눈도 안 마주치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아주 사소한 것에 감사해요.

살아 있어줘서 고맙고, 할 일 있어 고맙고, 친구를 만나

줘서 고마워요. 그런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두 아이의 ‘폐인’수준은 상상을 초월. 각자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

빛이 들어오는 것이 싫어 창마다 신문지를 붙였고. 하루

일과는 자고 먹고 컴퓨터 게임 엽기적인 동영상을  봤다.

엄마가 해준 밥은 먹지도 않았고. 밥은 따로따로,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웠다. 어쩌다 둘이 마주치면 죽일 듯 싸웠다.

더보기 Click

나는 아이들의 원수였다 “두 아이를 자랑거리로 만들고

싶었어고.

엄마가 가라는 학원을 가고 엄마가 읽으라는 책을

읽으며 자랐다.

칭찬은 안 해주고 혼내기만 했고. 큰 아이는 다 잘하는데

수학을 못한다고 혼내고, 작은 아이는 언어를 못한다고

혼냈다.

교육학의 중요한 이론은 인정, 존중, 지지, 칭찬인데

엄했다. 내 아이들은 적어도 나보다 잘해야 하고,

내가 가르친 학생 중 가장 잘하는 학생보다 잘해야

한다고 여겼으니까요.”

성적만 잘 나오면 된다는 것이 내 진로교육이었고.

딸이 ‘엄마는 꿈이 뭐였어?’ 물으면

‘꿈같이 사치스러운 게 뭐가 필요해? " 들어가서 공부나 해"

오염된 성공의 개념을 갖고 있었죠.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가서 돈 많이 버는 것이 성공

이라고 믿었습니다.”


완벽주의 엄마의 함정

두 아이는 신경성 장염과 위염을 자주 앓았고. 밥 먹을

때에도 선택권이 없었다.

늘 엄마의 감시와 잔소리 속에 살았다.“너 엄마가

뭐라고 했어. 엄마가 도착하기 전 숙제 다 해놓으라고

했어, 안 했어?

많긴 뭐가 많아? 그리고 뭐가 어려워? 너 놀았지?

딴짓 했지?” “죄송해요” 하면 “너 엄마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뭔지 알아?

죄송하다고 말할 짓은 하지 말라고 했지? 얼른 들어가.

6시까지 숙제 못 끝내면 저녁밥 못 먹을 줄 알아!”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시와 명령, 확인과 다그침이 대화의 전부였다.

아버지도 엄마 편을 드는 아빠 사이에서 아이들은

마음을 둘 곳이 없었다.

꿈도, 목표도 없이 타인 주도, 엄마 주도의 삶을 살아온

두 아이는 몸도 마음도 아팠다.

고3이 된 아들은 학교만 가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고

죽을 것 같았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해병대 출신의 담임 또한 그에게

스트레스를 더했다.

담임은 부모에게 전화를 해 “올해 한 건 해봅시다”라며

파이팅을 외쳤다.

내신 1등급에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으니 서울대 진학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자퇴 선언은 기권패였고. 알고 보니 공황장애였으며.

결국 아들은 고3 , 8월에 자퇴서에 도장을 찍었다.

두문불출 폐인이 된 아들은 어느 날 엄마를 구석에

몰아붙이고 소리소리 질렀다.

“내가 이러고 있는 것, 당신 때문이야! 그동안 당신이

나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아?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이게 사는 거냐고!” 아들의

눈에서 살기가 등등했다.

키 180㎝ 아이가 다가오니 무서웠고. 한두 마디 더

하다가는 아들한테 목이 졸릴 수도,

두들겨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도망치듯 집을

나왔고. 밤새 울면서 ‘뭐가 잘못됐을까’ 생각을 했죠.”

딸도 터졌다. 어느 날 동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집앞에 모여 있었다.

현관문을 열어 보니 온 집안이 쑥대밭이 돼 있었고.

장롱문은 부서져 있고, 옷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아이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두 손은 피투성이였다.

“딸이 대성통곡하면서 있는 욕 없는 욕을 퍼부어댔다.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소름 끼친다면서요. ‘저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죠.”

상담치료사 앞에서 두 아이는 입을 꾹 닫았고. 아들은

“왜 내가 치료를 받아, 당신이나 받아”라고 쏴 붙였고,

딸은 “그 돈 나를 주면 낫겠네”라며 째려봤다.

아들이 '이거나 읽어’ 하며 책 한 권을 던져줬다.

제목은 ‘내려놓음’이었다. 아들은 답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똑똑한 아이를 가둬두려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제가 변하지 않으니 ‘더 내려놓음’이라는 책을 가져다

주더군요.”

아이들도 아팠지만 엄마도 아팠다.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1년 반 동안 세 번 교통

사고를 내고, 세 번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과호흡으로 세 번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어고.

그래도 아이들은 꿈쩍도 안 하더군요.”


문제아는 없다, 문제부모만 있을 뿐!

그때 만난 것이 ‘코칭’이었고. 머리로만 이해되던

코칭이 가슴으로 와 닿기 시작했다.

“코칭을 배우며 깨달았죠. ‘내가 한 번도 칭찬을 해준

적이 없구나. 한 번도 눈 마주치고 대화한 적이 없구나.

내가 한 말들이 모두 원수를 만드는 말들이었구나’ 하고요.”
“뭐가 잘못됐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마음가짐이 변해갔다

엄마가 마음을 바꾸자 신기하게도 아이들도 바뀌어

갔고. 방문이 어느 날엔 열리고, 엄마가 해준 밥을 먹기

시작하더니 신문지를 걷어냈다.

엄마는 진심을 담아 눈물로 사죄했다. “너희들의 행복한

유년기, 청소년기, 고교시절을 빼앗은 엄마를 용서해다오”.

기적적으로 관계가 회복됐고. 아들은 예술대학 문예

창작과를 나와 대학원 철학과에서 공부 중이다.

“세상을 더 성숙하게 만들기 위해, 인간다운 삶을 가치 있게

만들려면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딸은 심리학을 공부하고 청소년 교육기관에서 일한다.

“학교에는 잘못된 교육 때문에 아파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나처럼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아이들을 위해 심리상담을

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딸은 엄마의 책 ‘엄마 반성문’ 출간까지 도왔다. 딸은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뒤늦게라도 깨달았지만 세상에는 아직 깨닫지

못한 부모들, 교사들이 많아요.

엄마가 널리 알려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나 같은 엄마 밑에서 살아있어

준 것이 기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는 이 한 마디를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문제아는 없습니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입니다.”

코치형 부모가 아이의 뇌를 강하게 만든다

코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이고, 선택은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요소. 코칭과 컨설팅, 카운슬링은 다르다.

코칭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 코치 스스로 ‘자아(ego)’를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해결책이나 답을 가지고 접근하면 안 된다. 자기 나름의

답이 있지만 상대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전문 지식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효율적인

조언과 답을 해야 한다.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 집중한다.

치료의 개념이다.

* 원수 되는 대화 비난의 말
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아이가~ 정말 잘하는 게

뭐가 있니? 왜 일을 이따위로 해? 도대체 뭐 하느라고

이제 오는 거야? ‘맨날, 언제나, 한 번도, 절대로, 결코,

항상. 왜’가 들어가는 말

* 방어의 말
그러는 너는 뭘 잘했는데? 너도 그랬잖아 왜 나만

잘못했다고 그래ㅇ도 잘못했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건데? 네 탓이지, 내 탓이냐?

* 경멸의 말
네 주제 파악이나 좀 해라 어휴, 이 돼지야 이 멍청아,

돌대가리야 어쭈, 놀고 있네 그 얼굴에 화장을 하면

뭐가 달라져?

그 다리에 짧은 치마가 어울려?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래?

넌 누굴 닮아 맨날 그 모양이니?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내가 너 때문에 정말 미치겠다 동생만도 못하니?

 도대체 왜 그러니? 한심하다, 한심해

* 담쌓기
그래 너 혼자 잘 떠들어라 얼씨구, 잘해봐라 신물나고

지겹다 나도 지쳤다 그저 안 보는 게 마음 편해 어휴

지겨워, 그만하자

- ‘엄마 반성문’ 중에서

chosun.com

[한마음(윤충언)]

자녀 교육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주는 글이네.
아이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생각지 않고
부모의 부속물로 생각하면 많은 잘못을 저지르게 되겠지.

[치자꽃]

구두 한 컬레 짓는 것도 배우고 익히고 연습이 필요한데
부모가 되는 공부를 가르쳐 주는 학교가 없어
어깨 넘어 익힌 편견으로 우는 아이들을 만들지는 않았는 가?

[야성 신성장]

반성이되는 얘기인데.. 참 어려워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