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부터 스마트폰이 세상 신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과 혼을 빼앗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태가 이토록 심각할 줄을 몰랐다
어제 친구의 권유로 학교 동창 밴드에 가입했다
그다음부터 벌어진 상황은...
뾱~ 뾱~ 뾱~
쉴 수 없이 들어오는 문자의 알람 소리는
도무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밤에는 와이파이를 꺼 두었는데
다음날 다시 켜 놓자 그동안 오간 문자들은 수백건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기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와이파이를 켜는 순간 밀린 수백 건의 글이 쏟아지는데
뾱~ 뾱~ 뾱~ 뾱~ 뾱~ 뾱~ 뾱~ 뾱~ 뾱~...
밤에 잠도 안 자는지.. 낮에는 일도 안 하는지..
실시간으로 문자만 주고받는 이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싶었다
내용도 별반 중요한 것들도 아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갖가지 외계어(?)를 섞어가며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한숨부터 나왔는데
정말이지 정신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나도 저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몇 달 전이다
요즘 통신 대세가 페이스북인지라
나도 가입을 해서 지인들의 근황을 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누군가의 성관계 동영상을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
안 봐야 했던 것이 그리스도인의 도리였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실행 버튼을 눌렀고
그 이후부터 나온 영상은 지금까지도 잔상이 없어지지 않고 나를 괴롭히고 있다
"만일 어떤 형제라 일컫는 자가 음행하거나 탐욕을 부리거나
우상 숭배를 하거나 모욕하거나 술 취하거나 속여 빼앗거든 사귀지도 말고
그런 자와는 함께 먹지도 말라 함이라"(고전 5:10)
말씀에 깊은 회개를 하며
결단하는 마음으로 아예 페이스북 자체를 탈퇴해 버렸는데
지인들과의 교제를 위한 밴드 탈퇴 또한 고려해봐야겠다
모든 모임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세상 사람들이 많은 곳에 머물러 있다가는 신앙생활 자체가 안 되니 말이다
요한 계시록 암송에 이어
거룩한 습관의 열매 참조
요즘에는 야고보서를 암송하고 있는데
낮에는 손님이 없는 덕분(?)에
오로지 성경 말씀 암송하는 데에만 주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세상신(스마트폰)과 내 의지와의 전쟁이다
간편해서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보는데
중간에 머리도 식힐 겸 뉴스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마음을 빼앗기는 영상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계시록에는 세상 바벨론이 만들어 놓은 것들을 나열해 놓았는데
"그 상품은 금과 은과 보석과 진주와 세마포와 자주 옷감과 비단과 붉은 옷감이요
각종 향목과 각종 상아 그릇이요 값진 나무와 구리와 철과 대리석으로 만든 각종 그릇이요
계피와 향료와 향과 향유와 유향과 포도주와 감람유와 고운 밀가루와 밀이요
소와 양과 말과 수레와 종들과 사람의 영혼들이라"(계 18:12~13)
이제 곧 주님 오시게 되면
이 모든 것이 불타 없어질 것인데(계 18:19)
영원하지 못한 것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내 믿음도 내세울 것 없겠다 싶다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마 5:29~30)
너무도 극단적인 말씀이지만
시대의 이방신 스마트폰은
점점 이렇게 우리의 눈과 마음을 장악해 가고 있는데
눈을 빼어 내 버리고 손을 찍어 내버리는 결단으로 살지 않는 한
천국은커녕 주님 오실 때 들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세상이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더욱 근신하고 깨어 있어야만 하겠다
나라고 밤낮으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가련한 인생이 되지 말라는 법 없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