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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밤을 달려 강원도 땅을 헤집어놓고 왔다.
아침에 잠깐 밭을 갈만큼 해가 짧다는 첩첩산중 아침가리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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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안개가 우주 괴물처럼 차를 가로막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에어리언보다 무서운 베스트 드라이버는 시속 50km로 한밤의 우주 괴물을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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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뛰어들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나도 당장 투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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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방동약수 쪽에서 진입해 상류만 잠깐 보고 갔던 아침가리골.
가을에 다시 오리라던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왕복 12시간, 하루에 1,000km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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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계곡엔 산중턱까지 안개가 점령하고 있다.
지난밤 차 앞을 가로막았던 괴물이 퇴각하지 않았다가 역공을 감행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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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옆에서 뜬눈으로 조바심했던 탓인지 울퉁불퉁 계곡길을 밟는 건 고역이었다.
걷히지 않는 불운처럼 안개는 떠날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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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빛이 드는 계곡, 찬란한 첫 햇살이 눈을 찌른다.
물 속에 고인 풍경이 황금우물처럼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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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그런 날 있다.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낯선 곳을 떠돌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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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과는 반대로 아침가리골 하류(진동)에서 들머리를 잡아 거꾸로 올랐다.
갈지자(之)로 이어지는 계류를 이리저리 건너 뛰며 단풍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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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도 물도 상류보다 하류가 아름답다.
맑고 풍성한 물, 깨끗한 암반,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그 적요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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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산 사이가 빨랫줄을 맬 정도로 가까운 첩첩산골. 어깨를 맞댄 산 사이로 물줄기가 내려온다.
근처 50km 이내에 천미터 넘는 산만 30여개. 오죽하면 <정감록>에서 '삼둔사가리'를 들먹이며 난을 피해 숨기 좋은 곳이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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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록 시절엔 전쟁이나 기근이 난(亂)이었지만 현대에선 자신과의 싸움이 더 무섭다.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자신과의 싸움에 져서 더러는 강물로 투신하고 더러는 고층에서 뛰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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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터널 아래 주저앉은 여인아, 그대 마음 저 단풍처럼 곱다는 걸 나는 알았네.
사랑 받는 사람은 사랑 받을만한 행동을 하더라구. 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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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수화 한 폭 눈 앞에 펼쳐놓고 한숨을 쉰다.
위태한 무릎으로 바위를 건너뛰느라 허리까지 삐걱거리는 몸을 언제까지 부려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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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이라지. 영광 뒤에는 오욕도 있겠고... 사랑한만큼 상처도 큰 것일 게야.
네가 내게 쏟아부은 화살들은 네 안의 트라우마와 결핍 때문이 아닌지. 건널 수 없는 강을 느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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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네게 부족한 친구여서 미안하다, 친구!
12시간을 운전하고도 끄떡없는 그 체력엔 분노도 힘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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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가리골 들머리의 전형적인 강원도 가옥.
주인은 오래 전에 집을 떠났고, 철모르는 명아주만 밭에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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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갑옷을 걸친 은행나무들,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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