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만난 것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몇 십 년 전의 일이다. 시보다 수필을 수필보다 소설을 즐겨 읽던 시절에 책방에 들렀다가 김희보님의 문고판 작은 시집을 한 권을 샀다. 얼마 후 이 시선집은 분실했는데 누가 말도 없이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았다. 내 방을 들락날락하던 중학생 동생 친구들이 가져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그 작은 시선집 속에 이 시가 들어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지금은 없어진지 오래 되었지만 서울 4대문 안 종각 옆에 종로서점이 있었다. 그 곳에서 다시 이 책을 만났는데 크라운판으로 크기도 커졌을 뿐 아니라 시도 훨씬 더 많이 실려 있었다. 종로서적에서 출간한 김희보 편저 韓國의 名詩 1986년 6월 30 개정판에는 75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책 값은 4800원...
이 시선집의 생명파와 자연파의 풍토 편에 유치환 시인의 시가 첫머리에 나오는데 깃발, 그리움의 제목 시 2편, 춘신, 바위, 생명의 서, 울릉도 등 20편의 시 중에 이 ‘행복’이라는 시가 들어 있다. 당시 틈틈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은 시는 제목에 동그라미를 했는데 ‘행복’ 시에도 동그라미가 쳐 있다. 이후 한동안 시를 보지 않다가 인터넷이 집집마다 연결이 되고 다음과 네이버에 카페가 생기면서 다시 시를 보기 시작했는데 문득 이 시선집이 생각났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번에는 증보판 ‘한국의 명시’ 김희보 편저 도서출판 가람기회에서 펴냈는데 초판 3쇄 2003년 3월이다. 크기는 전 편과 비슷하나 수록된 시는 1005편으로 늘어났고 가격은 1만 5천원. 나중에 없어진 책이 어디선가 나와 졸지에 한국의 명시 시선집이 두 권이 돼버렸다.
총1005편이 수록된 이 시선집에는 신체시와 낭만시의 풍토 편 첫머리에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시작하여 순수시와 주지시의 풍토 편에 박용철 정지용 시인 등..., 생명파와 자연파의 풍토 편에 유치환, 이육사, 이호우 시인 등...광복과 50년대의 풍토 편에 조병화, 박인화 시인 등...탈북파와 북한시의 풍토 편에 임화, 이용악 시인 등... 동란후의 60년대의 풍토 편에 천상병, 박용래, 신동엽 시인 등...70년대 이후의 여러 경향 편에 강은교, 김지하, 김준태, 이시영, 정희성, 송수권 시인 등 많은 시인들의 시가 몇 편씩 실려 있다.
이 시집을 선전하려는 것도 아닌데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이 시선선집을 보면 한국 현대시 전반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이 시집을 들춰보는데 특정 시를 찾을 때도 있지만 그냥 어느 쪽을 펴봐도 난삽한 시는 없다. 있다면 이상 시인의 시 오감도를 비롯하여 숫자로 쓰여진 시 정도일 것이다. 그 중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로 시작되는 띄어쓰기를 무시한 ‘거울‘ 이라는 시는 읽기를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만큼의 빨아들이는 시도 있다.
시하늘 회원이시며 다방면에서 ’단이‘ 라는 닉으로 활동하시는 낭송가 권영임님이 mp3 파일 보내주시었다. 유치환 시인의 ‘행복‘ 시를 올리면서 vma 파일로 변환하여 낭송하신 낭송시도 함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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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하늘 출입을 삼가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정호순님이 쪽지로 찔러준 행복을 따라왔습니다..
비가 촉촉히 내리는 시간속에 잠시 머뭅니다..
감사합니다.
남쪽에는 봄비님이 오신다는데 서울에는 아직입니다.
따뜻한 차 한 잔 드시면서 포근한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쪽지따라서 저도 왔네요.
감사히 듣고 모셔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정호순 시인님의 수고로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시를 공유하고 나누게 되어 행복합니다
(단이 낭송가 올림)
시하늘 닉네임이 시하나님으로 되어 있군요.
저는 시풍경인 줄 알았습니다.
mp3 낭송 파일과 동영상 낭송 파일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필요한 곳에 쓰겠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시 속에 또 다른 시가 있네요.
고맙습니다.
낭송시는 시의 또 다른 해석이라고도 하더군요.
받으려 하지말고, 주는 것이 더욱 값진 것 - 사랑의 의미'' 참 행복의 의미 '' ~ ㅎㅎ
재미에 의미가 더해지면 시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지요.
한때 좋아하던 시 잊고 있었는데 낭송까지 들려 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함께 듣고싶어 감사히 모셔갑니다.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