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악마
이수익
숨겨 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야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정부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
―시집『푸른 추억의 빵』 (고려원, 1995)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문학과지성사, 2007)
현대시 100년 되는 해 2007년에 문지에서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을 펴냈다. 이 시선집은 1999년 말에 시작하여 8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국근대시의 태동기에서부터 1990년까지의 주목할 만한 시인 최남선에서부터 이장욱에까지 166명의 시인들의 시 68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수록된 작품은 생존 시인의 경우 6편을 자선하여 그중 4편을 엮은이가 선정을 하였으며 고인이 된 시인은 해제자가 8편을 추천하여 그중 4펴을 엮은이가 선정하였다고 한다. 이수익 시인의 ‘그리운 악마’ 이 시 또한 이 시선집에 실려 있는데 폐가(廢家), 추락을 꿈꾸며, 방울소리, 그리운 악마 4편이다. 엮은이가 4편을 임의로 실었다고는 하나 시인 자신이 6편을 자선하였으니 대표작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시인들이 자선한 4편의 시의 면면을 보면 어떤 시인은 문학성을 위주로 자선을 했고 어떤 시인들은 예술성과 소통이 되는 대중적인 시를 자선한 시인들도 있다. 다만 이름만 물어보면 일반인 누구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시인 몇은 빠져있지만 내노라하는 대한민국의 시인들이 망라돼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이런 사랑 시를 쓴 시인들은 꽤 여럿이 있다. 시치미 뚝 떼는 이재무 시인의 ‘좋겠다, 마량에 가면’, 플라토닉 러브를 꿈꾸는 임보 시인의 ‘남 몰래’, 가 있고 시인이 술을 좋아하시는지 그저 술이나 기막히게 잘 담그면 얼굴이 예쁘지 않아도 좋겠다는 김석규 시인의 ‘여자’가 있다. 그런가하면 이런 여자라면 딱 한 번만 살았으면 좋겠다‘ 로 시작되는 송수권 시인의 ’여자’에 이르면 그야말로 세상사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순수한 이상의 로망을 그리고 있다. 시인만이 가질 수 있고 시인만이 꿈꾸는 파라다이스의 로맨스, 오규원 시인의 ‘한 잎의 여자’에 나오는 병신 같은 여자가 그런 여자가 아닐까 싶다.
첫댓글 능청이 시원해요.. 문정희 시인이 말하는 짐승 눈을 한 남자? 송수권 시인처럼 딱 한 번만 살았으면 좋은 남자? ..즐거운 아침이네요.
역으로 생각을 해도 되겠군요. 여자 시인들은...
슬쩍 꺼내 볼 수 있는 추억거리 하나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ㅋ
좋은 시를 감상하게 해주셔셔 고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시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젊었을적엔..도저히 용납이 안되고..상상도 할수 없었는데...나이드니....이해가 되기도 합니다...ㅎㅎㅎㅎ재미있게 읽었답니다..ㅎㅎ
늘 감사드립니다....정 선생님~~ㅎㅎ
댓글 고맙습니다.
시를 읽는 즐거움이 오래 지속도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쎄나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감사히 봅니다.
행복한 오후 되십시요.
댓글 감사합니다.
시와 더불어 즐거운 시간 되시길요...
욕심일까?
그런 악마(?) 같은 정부 하나 있으면
삶의 질이 달라지겠죠?
정호순 선생님 잠시 환상에 빠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생각이야 못하겠습니까만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시로 나타낸 다음
발표를 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닐 걸로 생각합니다.
악마같은 여자?
그래도 그리운 정부라니~~ 아이러니한 사랑이겠죠.^^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