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를 처음 접하는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책
조선의 시간을 찾은 위대한 천문학자 장영실 이야기
“별을 사랑한 아이, 조선의 별이 되다!”
2004년, 경북 영천시에 위치한 보현산천문대에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했습니다. 국제천문연맹은 이때 발견한 소행성 다섯 개에 우리 과학자들의 이름을 붙였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장영실별’입니다. 이처럼 장영실은 별의 이름이 될 정도로 유명한 조선 최고의 과학자로,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장영실과 그 발명품에 대하여 나열하고 설명하는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라, 우리 역사를 처음 접하는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조선의 시간을 찾은 천재 천문학자 장영실’을 만나도록 구성한 팩션 그림책입니다.
어릴 적부터 바라본 해, 달, 별을 통해 하늘의 수수께끼를 푼 소년
당시 조선은 명나라에서 측정한 시간과 달력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정확한 조선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시간 차이는 월일, 해와 달의 움직임, 월식과 일식, 절기, 특별한 날씨 변화 등에 오류를 일으켰고,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에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이에 장영실은 우리 하늘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다른 나라의 서적을 연구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시간을 주체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기구를 발명하게 됩니다. 『장영실, 하늘이 낸 수수께끼를 푼 소년』은 명나라와 조선의 지리적 차이로 인한 시간의 차이를 깨닫고 조선의 시간을 찾아 나가는 천문학자 장영실에 초점을 맞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다문화 가정의 소외된 아이, 창의력을 인정받은 조선 최고의 과학자가 되다
장영실은 원나라 출신 아버지와 관아에 속한 기생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관노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비천한 출신이지만, 장영실은 어릴 적부터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관아의 노비에서 궁중 기술자로, 다시 상의원 별좌를 거쳐 종3품 대호군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보면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 장영실이 나옵니다. 이 소년이 자라서 세상에 하나뿐인 반구형 해시계 앙부일구를 만들고, 동양 최초의 자동 물시계 자격루를 만들고, 천문 관측기구인 혼천의와 간의를 만들게 되지요. 또, 이 책에는 천문 관측기구를 살펴보기 위해 명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장영실이 겪는 재미난 일화와, 새해 첫날 일식 시간을 잘못 계산하여 관리가 곤장을 맞는 이야기가 소개되어, 당시 조선의 과학기술 수준이 어떠했는가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천문학자 장영실의 활약은 농사를 생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조선 백성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였고, 더 나아가 중국의 과학기술에 의존했던 조선이 주체성과 자부심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생각거리를 전해줍니다.
인물이 살던 시대 속으로 떠나는 쉽고 재미있는 역사 여행
“영실의 사람됨이 비단 공교한 솜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질이 똑똑하기가 보통보다 뛰어나서, 매일 강무(講武)할 때에는 나의 곁에 두고 내시를 대신하여 명령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찌 이것을 공이라고 하겠는가. 이제 자격궁루(自擊宮漏)를 만들었는데 비록 나의 가르침을 받아서 하였지마는, 만약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결코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세종실록] 세종 15년 9월 16일)
한편, 장영실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성군 세종입니다. 세종은 장영실의 남다른 재능과 영특함을 특히 아껴서, 천한 신분에도 상관없이 나라를 위해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하였습니다. 1421년에는 중국으로 유학을 떠날 기회를 주어 견문과 학식을 넓히도록 하였고, 1425년에는 상의원 별좌직을 내려 노비라는 굴레를 벗겨주었습니다. 자신의 뜻에 한 가지도 부합되지 않음이 없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장영실을 사랑한 세종이 있었기에, 장영실은 여러 별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역사를 지루하게 생각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몇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중요한 사건과 인물은 물론이고 이와 관련된 환경과 문화, 가치관, 사회제도 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역사에 흥미를 가지려면 나무와 숲을 함께 보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고 외우도록 만드는 이야기가 아닌, 중요한 한 가지 내용으로 전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이야기로 접근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장영실을 이미 알고 있는 어린이도, 역사 인물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도 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과 상상적 요소를 결합하여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역사 인물 이야기라면,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가득 채워 줄 것입니다.
별을 보고 자라 조선의 시간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진짜로 밤하늘의 별이 된 천문학자 장영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서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는 꿈을 꾸어 보면 어떨까요?
▶책속으로
4~5쪽
장영실은 만드는 걸 좋아해.
밤하늘의 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고.
열 살쯤 되었을 때, 이방이 장영실을 찾아왔어.
“네 어머니가 관아에 속한 기생이니, 너도 관아의 종이란다.
나를 따라 오너라!”
장영실은 달랑 보따리 하나 들고 이방을 따라갔어.
물 긷고, 마당 쓸고, 장작 패고, 불 때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갖 허드렛일을 했지.
16~17쪽
관상대 안으로 막 들어서는데, 병사가 장영실을 불러 세웠어.
”거기 잠깐 서시오. 당신은 혹시 아까 조선에서 온…….”
“무슨 소리요? 난 이 댁 하인이 맞소.”
그때 앞서 가던 명나라 학자가 뒤를 돌아봤어.
“왜 이리 시끄러운 게냐? 넌 누구냐?”
학자와 눈이 딱 마주치자, 장영실은 정신없이 밖으로 내달렸어.
“네 이놈! 거기 서라!”
명나라 병사들이 쫓아왔지만 멈추지 않았지.
20~21쪽
한양으로 돌아온 장영실은 꼼짝 않고 책만 들여다봤어.
잠이 솔솔 쏟아지면 마당에 나와 별을 바라봤지.
‘어, 샛별의 위치가 책에 적혀 있는 것과 다르네?’
장영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어.
그러다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껄껄 웃었어.
‘이런, 명나라의 하늘과 조선의 하늘이 다르잖아.
책만 믿지 말고 우리 하늘부터 살펴봐야겠어.’
장영실은 밤낮없이 해와 달, 별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살피고 기록했어.
▶저자 소개
글쓴이: 박혜숙
단국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고, 1999년 아동문예문학상과 샘터동화상을 받으면서 동화 작가가 되었어요. 지금은 동화와 아동문학 평론을 하며, 책 속에 파묻혀 지내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들려줄 재미나고 멋진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지은 책으로는 『알았어, 나중에 할게!』『배꼽 빠지게 웃기고 재미난 똥 이야기』, 『깜빡깜빡 깜빡이 공주』, 『거짓말은 왜 할까요?』, 『나는 내가 참 예뻐』, 『줄임말 대소동』 등이 있어요.
그린이: 이지연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어요.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손그림과 아이들이 좋아서 어린이책 화가가 되었어요. 그린 책으로는 『딱 한 가지 소원만 들어주는 마법책』, 『꿈꾸는 바이올린』, 『입안이 근질근질』, 『우정의 조건』, 『날아오른 발자국』, 『해리네 집』 등이 있어요. 어린이들 이메일 받는 주소는 goldgoat@naver.com이에요.